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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안철수 사퇴 단상..

작성자월영|작성시간12.11.24|조회수1,811 목록 댓글 5

안철수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안철수의 사퇴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나오는 데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내년 청와대의 주인은 특전사 사병 출신의 변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 결론에 대해 선거 공학적으로 근거를 대는 것은 ‘제 능력 밖입니다’ 라고 빠져나가면서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입장에서 그간 생각했던 걸 몇 자 적어본다.


우선 안철수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는 있었지만 정치와 국정장악능력에 대해선 다른 후보보다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미디어 정치와 원외 정치를 해봤지만(그것도 짧은 시간동안만) 원내 정치는 해본 적이 없다는 게 큰 약점이었다.


또한 그간 상대했던 사람들이 이른바 한국의 중산층, 혹은 적어도 이 사회의 주류라고 믿는 이들 속에서 자랐고 생활했다. 그런데 정치란 게 별꼴 다보는 일이다. 살짝 옆으로 새서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저력은 밑바닥에서부터 꼭대기기까지 올라가면서 인간에 대한 경험치 만큼은 분명 내공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당 후보역시 생활수준이야 대한민국의 0.001%였겠지만 인간의 끝을 보았던 사람이다.(지극히 나의 관점이긴 하지만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이중성을, 그리고 냉정함을 그 후보만큼 치밀하고 꾸준히 경험해본 사람이 없다고 본다. 심지어 동기간에도 거의 원수지간 아니던가-.-)


그런데 안철수는 그런 인간 경험치에 대한 내공이 상대적으로 약해보였다. 더군다나 인간에 대해 크게 실망해보거나 분노해보거나 아주 밀도 깊게 회의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좋게 말하면..정말 주변에 말이 통하는 사람들하고만 살아온 것이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었겠지만. 생사와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지금 대통령, 여당 후보, 야당 후보 모두 그런 경험치가 있었을 것이라 본다) 이런 근성이 학습되지 않은 대통령이 과연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지 의문이 들었다.(이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기도 하다)


국정운영이란 것도 마찬가지. 그나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을 했으니까 집권 초기 그 정도 공격에서도 공무원 조직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관료 조직을 이용하며 버텼던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안철수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지금 대통령도 무슨 국정운영 경험이 있느냐 하겠지만 서울시장을 했었다. 국방 빼고 공조직을 움직여본 사람이란 것이다.


안철수는 국민을 믿고 가겠다고 했지만. 국민이란 변덕쟁이다. (그건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렇다. 말이 좋아 신명이지 흥분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변덕쟁이들을 어르고 달래고 가끔 협박도 하면서 공공선을 향해 가는 게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1순위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안철수는 보다 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문재인은 어떻냐?고 묻는다면 인간에 대한 경험치와 국정장악능력에서는 비교 우위에 있다고 답할 것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먹힐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지금의 30대와 20대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안철수의 리더십은 유용할 것이라 본다. 그러나 지금 50대와 60대에게는 택도 없을 거란 생각한다. 줘도 못 먹는 바보 아니냐는 비방들이 그 세대들에게서는 나올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과 민주통합당의 리더십도 일단 별개긴 하다)


사실 이번 대선을 정권교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리더십의 교체가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본다.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 것이냐. 여당 후보의 리더십이냐 아니냐. 수직적 위계적 리더십의 지속이냐 최소한 수평적 리더십을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을 결정권자로 앉히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리더십의 근간은 일단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다.


그런데 지금 여당 후보나 대통령이나 민주주의 리더십, 아니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지금 이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농담을 RT한다고 유죄 판결을 받는 국가. 대통령을 쥐그림을 그려 풍자했다고 재판 받는 국가.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따라서 단일화만 되면 여당 후보가 청와대에 갈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도 우리나라 상식적인 시민들이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믿기 때문이다. 정치가 후졌다고 해서 종종 자학하는데 한국은 단기간 경제성장 못지않게 민주주의의 성장도 괄목한 국가다. (물론 국보법 등 모순이 있지만 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은 감안해야 한다) 그 힘을 스스로 믿고 지레 절망하거나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의 정치적 성향이 궁금하시다면, 어제 처음으로 받았던 대선관련 전화여론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질문에 중도라고 답했다. 사실 거짓말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야 늘 보수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족처럼 덧붙이는 말. 지금 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 의전팀 고생 많이 할 듯 싶다. 영부인이 하던 역할은 누가 하려나. 솔직히 그게 난 가장 궁금하다. 의외로 영부인이 대통령 땜빵으로 이것저것 자잘하게 챙기는 행사가 많은데. 남편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으나 혼자서 어찌 하시려나.


진짜 마지막 사족.. 최근 트위터는 즉흥적인 공감내지 언어적 배설을 위한 난리법석의 장이 된 듯 하다. 그를 통해 소위 말하는 유명인들의 내공도 엿보게 되는 건 좋은데 왜 이리 쉽게 들끓고 쉽게 판단하고 그냥 밑바닥을 막 내보이며 확확 끓어들 오르는지. 그런 측면에서 지금 여당 후보가 가진 경쟁력이 분명 있다. 최소한 말을 신중하게 하려 한다는 인상은 누구에게나 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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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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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2.11.24 됴은 글임당.
  • 작성자홍준 | 작성시간 12.11.24 잘 보았습니다~
  • 작성자피자헛 | 작성시간 12.11.24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여당 후보가 대통령되면 영부인 역할은 누가 하나 궁금해요. 설마 그 남동생이....?
  • 답댓글 작성자銀狼 | 작성시간 12.11.25 이가 없으면 잇몸이 하겠죠 뭐
  • 작성자Sandymental | 작성시간 12.11.28 저도 잘 읽고 갑니다! ^^추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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