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스타 1기를 보면 두 명의 경쟁자가 나온다. 노래를 소름돋게 잘하고 귀여운 외모를 지닌 박지민, 섹시하고 개성있는 목소리로 구경꾼들을 사로잡은 이하이. 나는 이하이가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는데, 케이팝스타의 우승자 자리는 박지민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이하이는 박지민보다도 더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리슨..꺼져줄래'로 대표되는 '1.2.3.4'는 인기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한동안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박지민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그토록 박진영, 양현석, 보아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그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코바코가 만든 공영광고에 나오는 모습을 가끔 봤을 뿐, 그 뒤로는 깜깜 무소식이다.
지금 또 케이팝스타2기에서는 라쿤보이즈와 방예담이 인기다. 각자의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절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라쿤보이즈는 "Like this"를 경쾌하게 편곡하였다. 방예담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음악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입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라쿤보이즈가 우승을 할 지 방예담이 우승을 할 지 그리고 제3의 인물이 우승을 할 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고 우승 후 이들의 미래는 더욱 종잡을 수 없다. 슈퍼스타K 1기 우승자 서인국이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슈퍼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는가? 슈퍼스타 K 3기 준우승자 버스커버스커가 그렇게 잘 나갈줄 누가 알았는가? 한 사람의 인생은 그리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수치나 정보가 아니다.
그렇게 보면 무릎팍도사 백지연 편에서 백지연이 말한 성공의 정의 '70억 명의 인간이 있듯, 70억 개의 성공이 있다'가 맞는 것 같다. 성공이란 개개인의 인생을 무지개처럼 펼쳐나가는 무한증식의 패러다임 같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넘사벽'이다. 각종 스펙을 쌓아도 좋은 학벌을 가져도, 박사 학위를 가져도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란 정말 하늘에 별 따기이다.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는, 거기다 안정적이기까지 한 직업을 갖기란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이런 절박한 현실 속에 과연 2030세대가 온전히 자기 정신을 유지한 채로 사회를 살 수 있을까? 이 미친 세상 속에서, 1등이 아닌 자는 기억되지도 않는 사회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신병 환자가 유독 넘쳐나는 우리나라에 희망과 꿈은 존재하는가?
무엇이든지 자본화, 경제화 되어버리는 사회에서 고전적인 아름다움, 과거지향적인 여유미는 이제 점점 희미해져간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에서는 라다크공동체가 어떻게 파멸되어 가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오래된 느림을 지향하던 라다크 사람들은 현대화된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팍팍해져갔다. 이전보다 신경질도 많이 부렸고 정신질환도 더 많아졌다. 그들의 육체적 건강은 증가했지만, 정신적 건강은 오히려 감소했다. 60세에서 70세 정도로 양적 수명은 늘었지만, 그 전에 비해 신경증으로 앓아 눕는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에 질적 수명은 오히려 줄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변화하게 했는가? 과학 문명은 편안함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불편함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앞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고 어떤 삶은 지양해야하는가? 성공의 조건을 따라야 하는가? 삶의 조건을 따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