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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취중진담]]퍼펙트게임을 위해 우리는달린다.

작성자홍준|작성시간13.02.16|조회수2,661 목록 댓글 10

사람은 누구나 이기고 싶어한다. 경쟁으로 점철된 이 한국사회에서 유아기 때부터 끊임없이 남과 다투고 이기기 위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또한 취업을 하기 위해 피튀기는 생존경쟁을 해야한다. 그런데 또 남이 잘 되는 꼴은 못 본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것처럼, 누군가의 딸, 아들이 잘 되는 모습은 코피가 나올 정도로 아프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와의 전쟁이며, 타자와 내야수 외야수 간의 전쟁이다. 9회말까지 0-0을 팽팽함을 유지하다가 예상치 못한 끝내기 홈런을 맞아 장렬히 산화하기도 한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LG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잘 던지다가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기아 1번 타자 이용규에게 역전 솔로 홈런을 맞고 무너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9회초까지 잘 던지고 잘 치면 뭐하는가? 9회말 끝내기 솔로 홈런 한 방으로 결정되는 경기가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야구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우리의 인생과 같다.

 

 

야구 중에 퍼펙트게임이란 것이 있다. 투수가 일 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노히트노런게임 다음으로 하기 힘든 게임인데 한 게임에 삼진 15개 이상, 피안타 수 5개 내외, 점수 0점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아주 운 좋고 실력 좋은 투수들은 퍼펙트게임을 몇 번이고 경험하기도 한다. 지금 메이저리그 다저스에 진출한 한국 대표 좌완투수 류현진도 한 때는 퍼펙트게임의 완봉승을 한시즌 5번이나 한 적 있다. 과거 90년대 엘지의 전성기 시절 선발투수, 마무리투수, 혹은 볼펜으로 활약한 '야생마' 이상훈은 또 어떠한가? 최소 4번 정도는 퍼펙트게임을 경험하였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퍼펙트게임은 고 롯데 전설 최동원 선수와 기아 현재 기아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과의 사이에서 이루어진 게임이다. 2시간에서 2시간 30분만에 끝나는 평균 야구 게임과는 달리 1987년 5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최동원 롯데 선발투수와 선동열 해태 선발투수와의 대첩은 5시간에 걸쳐 사투가 벌어졌다. 하루 200개 이상을 던지면 팔이 완전히 망가진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이날 최동원은 248개 투구수를 기록했고, 선동열은 230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 괴물같은 투수들은 그렇게 던지고도 연장 15회 0-0으로 그쳤다. 그리고 이날의 승부는 전설이 되었다. 영화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이 승부의 묘사에 충실해 야구팬들의 절찬을 받은 야구영화다. 슈퍼스타 감사용에 이은 야구영화의 연이은 대작은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 하여금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엘지 선수들은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전설의 투수 최동원을 발견한 것은 정말 행운이었고, 영광이었다. 야구에 더 빠져들게 되는 계기 또한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야구와 같지 않다. 하루 하루 사는 것조차 기적같은 세상이다. 우리도 언제나 최동원 같이, 선동열 같이 인생에서 퍼펙트 게임을 당당히 성취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우리는 삼미슈퍼스타즈의 패전 마무리 투수 감사용이다. 끊임없이 야구를 위해, 인생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은 감사용에서 그칠 뿐이다. 무언가를 이기기 위해서 달려도 항상 뒤처지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고, 언제나 자신의 불리함과 한계를 현실에서 인정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껏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지 현상유지라도 되며 만족보다는 안주하면서 겨우 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현실의 절박함이다. 백지연 같이 23살에 MBC공채 아나운서가 되어서 신입인 주제에 9시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이후 10년 동안 MBC 간판 아나운서라는 자리를 차지하다가 홀연히 독립을 선언해 자기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다.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라는 프로그램을. 지금은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면서 숨가쁜 삶이 아닌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것을 보면서.. 백지연이 정말 편해졌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는 백지연 같은 전설적인 아나운서가 될 수 없다. 그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언시생일 뿐이고,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언시생일 뿐이다. 더불어 3,4,5년을 언시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기자 혹은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마냥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또한 최소한의 '인간의 조건'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 그 '조건' 속에서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릴 수 있지 않은가? 최소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꿈을 실현할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 또한 퍼펙트 게임을 경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삶도 후회되고 미래의 삶도 불안하지만 현재는 자신만의 퍼펙트 게임을 경험하기 위해 열심히 힘껏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보지도 만지지도 말고 그저 현실만을 바라보고 느끼자. 그리고 거기서 경험하자. 우리의 퍼펙트 게임을.  현실을 있는 힘껏 살다 보면 별을 환하게 밝혀주는 어두운 밤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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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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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홍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16 제가 잘 몰랐습니다.;;; 야구용어 쓸 때는 좀 더 주의하겠습니다.
    좋은 상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홍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17 아..퍼펙트게임이란 야구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서 감동받아서 써보았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 작성자흠냐리 | 작성시간 13.02.20 퍼펙트게임이 뭔지도 모르고 글감으로 쓰려는게..참대단하군요
  • 작성자lavidalibre | 작성시간 13.02.20 이상훈이 최소 4번정도는 퍼펙트를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에는 퍼펙트를 기록한 선수가 없습니다(2군에서 이용훈 선수 제외) 팩트가 조금 틀린 정도가 아니라 너무 틀려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검색이라도 한번 하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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