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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끼적임]]단신

작성자초능력자|작성시간13.03.08|조회수1,347 목록 댓글 11


2월에 부츠를 새로 샀다. 그 부츠는 보통 부츠가 아니었다. 안에 5cm 키높이 깔창이 든 요술 신발이었다. 나는 1월달 보다 5cm 커졌다. 자신감이 웃자라서 더 많이 싸돌아다녔다. 고깃집에는 여간해서 가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키높이 부츠를 신지 않고 나가는 일은 등산할 때 밖에 없었다. 2월내내 열심히 산에 올랐다. 키 작은 사람이 신발 속에 품은 비밀처럼, 산은 나무가 신은 부츠로서 그 속을 감추고 있었다. 난 산에서는 막 소리를 질렀고 나무들은 내 비밀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제 나무들도 한 가지 말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 나무들아, 오늘 우리 돼지갈비 먹으러 가자! 6시까지 밑에 보담가든으로 내려와^^"
저녁 시간, 고기 먹자는데도 어느 나무 하나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때는 섭섭했다.

3월 어느 날에 많은 나무가 부츠를 벗는 대신 발목을 자르고 마을로 내려온 것을 보았다. 산은 나무들이 그렇게 벗기 싫어할 정도로 위대한 키높이 신발이었다. 아니면 나무 뿌리에 구멍난 양말이나 철 지난 스타킹을 신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속으로 부끄러운 것을 근사한 장신구로 잠시 덮어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안쪽을 보여줄 위기 겸 기회를 가지고 태어났다. 봄이 오기 전에 부츠를 벗으려고 한다. 내 피가 통하는 데까지만 내 것이라 생각하고 보기 좋게 가꾸어야겠다.

아무튼 겨울과 겨울 사이에 더 높은 겨울이 있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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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12 선생님 고맙습니다! 바르게 자랄게요^^^
  • 작성자야구소년 | 작성시간 13.03.11 주요단신 - http://blog.naver.com/sosonyu?Redirect=Log&logNo=50114243293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12 ㅎㅎ 아름답네요 저도 소식해서 주요단신 될래요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3.10.03 장신은 부끄러움을 많이타서 더 깊이 뿌리 내리지요. 저는 번개맞기 좋은 사이즈라 간혹 숨고 싶을 때, 머릴 쥐어 박습니다. 그래서 더 자라버린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님글은 상상이 상상을 자극하는 경험을 하게해줘요. ㅎㅎ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0.06 맨날맨날 오랜만이에요 ㅎㅎ 장신 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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