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서포터즈]리뷰 - 야간비행
김상민
(출처 : 네이버)
학교 왕따,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는 많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영화가 몇 개 없다. 파수꾼이 좋았던 이유는 관객이 교실 한 귀퉁이에서 교실에서 싸우는 학생들을 직접 보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학교문제를 에둘러 다루거나 과장해서 다룬 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의 일상을 십자수 놓듯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야간비행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를 갈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용주는 친구 기웅에게 아슬아슬한 감정을 느낀다. 용주는 우리 사회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군대 폭력에 시달리던 일병이 병장이 돼서 무소불위의 폭력을 가하는 악당이 되는 것처럼, 용주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일진이 됐다. 기택도 무자비한 학교폭력의 희생자다. ‘펀치 머신’이라 불릴 정도로 많이 맞고 다닌다. 재미있는 점은 학교 폭력을 주도하는 것은 기웅이 아니라 반장인 성진이다. 성진은 잘나가는 부모를 둔 까닭에 기고만장이다. 참다못한 기택이 신고를 했지만, 사과를 한 것은 성진의 부모가 아니라 기택의 부모다. 기택이 피해자임을 알고도 담임선생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감독은 고등학교 얘기를 통해 권력관계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학교 폭력이 단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용주가 게이라는 설정을 두고 혹자는 실제로 게이인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 아니냐며 말이 많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감독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어떻게 드러내느냐다. 감독은 왕따, 성소수자 인권 등 무거운 얘기를 살아 숨 쉬는 듯 한 캐릭터와 캐릭터가 사건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에 주목한다. 기웅이 용주를 이해하면서 눈빛이 점점 변화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캐릭터들은 전부 힘들게 살지만 결코 삶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다. 게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인물, 자신도 폭력의 피해자이지만 나중에 가해자가 되는 인물들은 어떻게든 암울한 현실을 견디려고 발버둥을 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생계를 책임진 용주 엄마, 해고된 아빠도 사정은 비슷하다.
감독은 학생들을 돌봐주어야 할 학교가 게이라는 이유로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통해 학교 폭력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감독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차갑게 내모는 사회제도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 가를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마무리 한다. 억울하게 내몰린 용주는 학교 담벼락에 ‘여기에도 게이가 산다’라고 적는다.
하소연 할 곳도 없고, 하소연을 하면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절벽 같은 현실 앞에 서 있는 그를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류에서 밀려나는 우리 시대의 젊은 초상들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언제쯤 햇볕이 떠오를까.
감독은 추잡한 현실 앞에서 동성애자로 살 수밖에 없는 용주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다. 그게 우리들 모두의 일이 되는 날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용주의 ‘야간비행’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쉽게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이 영화는 어렴풋하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