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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서포터즈] 리뷰 - 하늘의 황금마차

작성자구분칠초간의고민|작성시간14.09.06|조회수249 목록 댓글 0

[G서포터즈] 리뷰 - 하늘의 황금마차

김상민

  

 

첨부파일 [G서포터즈] 리뷰9월 - 하늘의 황금마차.hwp

 

(출처 : 네이버)

지난 명절에 노인복지를 다룬 코미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보면서 많이 웃었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 씁쓸했다. 노인 문제를 웃고 즐기기에는 우리 삶이 아직 많이 팍팍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황금마차는 그런 우려를 씻어준다. 제목만 듣고는 동화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감독이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이다. 아픈 역사의 상처를 특유의 엉뚱하지만 공감이 가는 건강한 웃음으로 치유하려 했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는지가 궁금했다. 답은 음악과 여행, 그리고 화해였다. 주인공들이 웃긴다. 아니 살아온 삶의 이력은 슬프지만 웃기는 캐릭터들이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큰형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그 동기는 불순하다. 형의 유산에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 내내 티격태격이다. 이제 관객은 ‘과연 이들이 끝까지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한다. 상업영화라면 장애물을 극복하고 결국 여행을 마치는 과정을 극적으로 꾸며 눈물 짜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오멸 감독은 달랐다. 영화가 결국 화해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은 ‘오멸다웠다’. 여행에 동참한 밴드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백설희의 <하늘의 황금마차> 등의 가요를 황당하게 재해석해 마구 불러대고 자기 흥에 취해 공연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황당함과 기발함을 선사한다. 가족이 여행을 떠나는 영화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꼽히는 리틀미스선샤인에 버금가는 재미를 준다. 잘나고 멋진 배우들이 나오지 않아도 캐릭터가 상황에 맞게 개성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오멸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지슬을 보자. 감독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제주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주 방언으로 영화를 찍는다. 평소 하던 말투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잡담을 하듯 연기를 한 덕분에 영화가 진짜 같다.

또 배우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연기는 가족을 다룬 로드무비에서 흔히 등장하는 큰 사건이 없어도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든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형제 이야기와 밴드 이야기가 잘 안 섞이는 장면이 더러 있다. 캐릭터가 너무 많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은 어찌 보면 우문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그런 데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방식대로 노인문제를 들여다보고 오멸 감독 특기인 해학과 지역성을 버무렸기 때문이다. 그는 섣불리 노인문제가 심각하다거나, 노인문제를 방치하는 사회구조를 탓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노인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하지만 감독은 노인문제를 피해가지 않는다. 치매에 걸린 큰형과 그를 돌보는 중년의 셋째를 관객들이 무심히 따라가기만 해도 오늘의 노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덕분에 신파로 흐르거나, 설익은 화해로 끝나버릴 수 있는 위험을 피해간다.

큰형님이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막내와 형제들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 영화가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을 받은 영화라는 것을. 오멸 감독은 인권영화가 주는 압박감을 특유의 능청과 지역성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개연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장면도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뇌리에 맴도는 장면이 있다. 밴드가 공동묘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악기를 쿵작거리며 노래를 부를 때다. 웃기지 않은가? 죽음이 쫙 깔린 곳에서 노래라니? 오멸의 고집과 개성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장면을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보게 만든다. 죽음과 멜로디가 섞여 주인공의 죽음을 하늘의 황금마차로 승화시키는 오멸. 그의 다음 작품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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