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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G서포터즈]12월리뷰 - 악사들

작성자구분칠초간의고민|작성시간14.12.04|조회수135 목록 댓글 0

[G서포터즈]리뷰 - 악사들

김상민



첨부파일 [G서포터즈]리뷰12월 -악사들.hwp


(출처 : http://blog.naver.com/gcinelove/220197031757)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나서 빈 술병을 찾았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못할 나 자신만의 슬픔이 올라 왔기 때문이다. 10년 후 악사들을 보며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 영화는 부활을 꿈꾸며 노장 투혼을 던지는 7080밴드 이야기다. 색스폰은 혜광 스님이 담당해 눈길을 끈다. 5인조 밴드의 평균나이는 60대다. 무엇이 이들을 다시 음악을 하게 만들었을까. 영화는 이 질문을 그들의 일상에 주목해 풀어간다. 혜광 스님을 보면 알 수 있다. 걸그룹의 노래를 통기타로 두드리는 스님이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인데, 혜광스님이 이상할 거는 없다. 상식상 스님이 조용한 절간에 있지 않고, 시끄러운 음악을 한다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의문이 해결된다. 주위 시선에 함몰되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일에만 전념하는 천진난만함이 시종일관 유쾌하다 못해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그는 멤버들의 의견을 조율하며 팀을 이끈다.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덕분일까.

문득 팔공산에서 만난 스님이 떠오른다. 절을 찾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스님에게 ‘이러다 언제 불공을 드립니까’라고 하자 ‘부처님 말씀이 책에만 있는 건 아니지요. 중생이 기뻐하면 그게 곧 부처입니다’라고 하며 합장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엉뚱한 스님이야기라든가, 음악에 빠진 노인들 이야기는 아니다. 밴드를 결성하는 과정을 자세히 다루기는 하지만, 밴드가 전부인 영화는 아니다. 각각의 멤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일상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멤버 각자를 따라가는 헨드헬드를 보자. ‘이것이 주제다’라고 감독은 이야기하기보다 ‘그냥 지켜보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감독은 넌지시 둘러가기는 하지만, 밴드의 애환을 녹여내는 솜씨를 놓치지 않는다. 공연 장면에서 감독의 개성은 빛을 발한다. 핸드헬드 대신 정물화를 찍듯 프레임 안에 인물을 놓고 연주를 하게 만든다.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고, 유씨씨 같기도 하지만 보고나면 올라오는 진정성은 강하고 깊다. 공연이 중단된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침묵에 가까운 적막이 흐르지만, 먼지 날리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소음이 더 집중력을 강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하기는 힘든 멤버들의 일상을 드러낸다. 이런 감정선은 영화 전체에 탄력을 준다.

연배 차이가 많이 아는 감독이 멤버들과 카메라의 위치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는 이 장면은 잔상이 오래 남는다. 이 장면이 정물화 같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감독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정된 프레임 안에 인물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동선을 잡은 흔적이 역력하다. 관객이 없는 장면에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감독의 세심한 배려는 카메라가 밴드들에게 일상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관객은 카메라가 흔들리면 멤버들의 불안한 심정을 보고,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안정 속에서 분주하게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주목하게 된다.

나이가 많다고, 삶에 지쳤다고 그들을 노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새로운 것을 찾고, 남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활짝 웃는 그들을 보며 마음 한 구석에서 꽃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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