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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서포터즈-8월리뷰]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작성자구분칠초간의고민|작성시간15.08.04|조회수590 목록 댓글 0

[G서포터즈-8월리뷰]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김상민



(이미지참조 : 영화 홈페이지)



제목이 주는 느낌이 독특하다. 성실하다는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인 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영화인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회상은 너무나 리얼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수남은 누가 봐도 성실하게 산다. 자격증이 14개고 스펙도 화려하다. 수남의 삶이 왜 이렇게 삭막해졌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상고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던 수남은 보청기가 없으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목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남편이 사고로 손가락을 잃고 식물인간이 되자 수남은 모든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온갖 육체노동을 닥치는 대로 한다. 수남은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것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다. 주인공을 어렵게 만드는 일은 계속 벌어진다. 살던 집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갑자기 많은 돈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웃들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바람에 수남이 하려던 일은 방해를 받게 된다.

영화는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몸부림을 쳤던 한 여인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밀도 높은 시나리오, 상상력이 돋보이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극단적으로 무서운 것은 엉뚱한 유머와 통한다는 말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잔인하고 극단적으로 기괴한 장면 때문에 관객들은 눈을 가리게 되지만, 보고 있으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감독은 이 장면에 인간의 욕망, 이기심 등을 넣어 현실을 풍자하는 까닭에 영화는 유머, 블랙코미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더러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에서 온갖 험한 일을 다 하는 억척 가장으로 묘사되는 이정현씨가 10년 넘게 일해도 전혀 늙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 이정현씨는 콧소리가 섞인 말투로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내는 덕분에 관객은 주인공에 강한 정서적 몰입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다리미로 허벅지를 지지는 장면을 보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를 통해 공포는 일상 생활 속에 녹아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수남의 디테일이 적다. 영화 초반부에 수남은 단지 불쌍한 아이처럼 묘사된다. 고등학교 이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주변 인물은 어떤 사람들인지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는 수남을 해석하기가 쉽다. 좋지 않은 환경에 있지만,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려는 성실한 사람이다. 문제는 그런 수남이 청력을 잃은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더 성실해 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의 설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수남은 성실해도 맨 정신으로 살기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부터는 우연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때부터 수남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살인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저지른 우발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상담사를 살인하는 것은 동기가 매우 약합니다.

하지만 수남은 지역 재개발을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욕심 때문에 자신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시킵니다. 살인을 하고 나서 수남이 보여주는 감정연기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펑펑 울지만, 그는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귀찮은 일아 자꾸 벌어지자 속상해서 우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에서, 수남이 벌이는 복수가 왠지 찝찝한 이유는 수남에 공감하기 힘든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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