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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2. 면접 이야기

작성자냐옹먀옹|작성시간15.11.08|조회수6,904 목록 댓글 11

자소서 이야기에 이어 면접 관련 정보도 원하는 분들이 계셔서 글 써봅니다. 자소서 이야기에서 보셨듯 저는 원래 회사원이었고 5년차 대리에 그만 뒀습니다. 2010년 하반기 입사했는데 면접은 단 한번도 탈락한 적 없습니다. 29개 회사에 원서를 썼었고 8개 회사에서 인적성 통과해 면접 기회를 얻었었습니다. 면접에선 8개 회사 전체 다 합격했습니다. 언론사의 경우, 면접 3회 중 2회를 붙었습니다. 카메라 테스트 및 리딩이 있었던 방송기자 면접에선 1회 탈락했었습니다. 방송기자는 전혀 준비한 바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쓰는 글이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만, 참고 하시면 좋을 거란 생각에 글 올립니다. 


항상 면접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질문이 많습니다. 이건 정말 간단합니다. 두 가지 중에 하나거든요.


1) 실무 면접 - 이건 답 없습니다. 방송 쪽 실무 단어 및 기출 문제 외우면 됩니다. 가장 쉬운 유형의 면접이죠. 리딩, 카메라 테스트 등 전문적인 면은 준비하면 어려움 없이 대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2) 인성 면접 - 이게 문젭니다. 인성 면접은 자소서와 100% 연결 방식입니다. 즉, 이력서와 자소서가 재미 없으면 물어볼 게 없어집니다. 게다가 면접장에서 자기 소개 1분, 혹은 지원 동기 말할 기회를 받았을 때, 이름, 나이, 평이한 대답을 한다면 스스로 호랑이 소굴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1) 이력서 - 취미, 특기, 이력에서 '재미난 사건'을 넣으세요. 저 같은 경우, 취미에 '민원 넣기'를 썼습니다. 면접장에서 대부분 민원 넣기를 보며 특이해 했습니다. 그 다음에 질문은 "어떤 민원을 넣었냐?", "앞으로 넣을 건 뭐냐?" 라는 게 나왔죠. 실제 저는 민원을 자주 넣고 이리저리 잘못된 부분 고치는 걸 꽤나 좋아합니다. 자신있게 말했고 기자가 되면 꼭 해보고 싶은 분야를 정확하게 설명했죠. 최소 취미, 특기, 이력에 재미난 이력을 쓰세요. 당연히 그건 '실천'이 필수입니다. 그러니 뭐라도 하시고 뭐라도 쓰시는 게 좋습니다.


 (2) 자소서 - 피디든 기자든, 무얼 하고 싶은지, 50세 쯤 됐을 때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 쓰세요. 기자라면 어떤 변화를 위해 기자가 되고 싶은지 명확한 목표를 쓰세요. 저는 최소 월수금엔 6시 퇴근하는 기업 문화, 삼겹살을 Sliced Pork가 아닌 Samgyeopsal이라고 소개하고, 외국인이 이를 외우며, 스스로 그 음식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언제라도 명확하게 발음해 주문할 수 있는 장면, 육아휴직 후 최소 3년 간 원래 부서, 혹은 육아휴직자가 원하는 인사발령 낼 수 있는 강제 제도를 마련하면 어떨까 하여 기자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보통 저런 내용을 쓰면 신기하게 바라보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질문이 나옵니다.


피디라면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쓰세요. 그 프로그램을 왜 만들고 싶었는지,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왜 지금 세상에 필요한지, 그 프로그램으로 세상이든 사회든 유행이든 어떻게 변할 건가를 상세하게 생각하세요. 그럼 자신이 왜 피디가 돼야 하는지, 얘가 이 직업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면접은 자신의 100%를, 자소서는 자신의 50%를, 이력서는 자신의 10%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재미난 책, 영화는 10%만 봐도 대충 재미있나 없나가 뻔히 보입니다. (물론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스 같은 작품도 있긴 합니다만...) 이력서가 재미 없으면 자소서도 흥미를 끌지 못하고, 면접도 보기 싫어집니다. 만약 자소서까지 흥미를 못 끌었다면 단 한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만약 저런 이력서와 자소서를 못 썼다면, 자기 소개 혹은 지원 동기를 물어볼 질문에 반드시 저 얘기를 하십시오. 자기 소개나 지원 동기는 무조건 한번은 말할 기회가 옵니다. 그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자기 소개든 지원 동기든 똑같습니다. 내가 여기 왜 왔나 말하면 자기 소개이자 지원 동기가 됩니다. 이걸 말할 때 반드시 면접관의 질문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 면접관이 귀를 솔깃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에 연계 질문이 계속 나와 10-15분을 다 끌 수 있는 깊이를 가지고 가야 한단 말입니다. 이걸 우리는 심층 면접이라 합니다.


가령 자기 소개를 하세요 란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피디가 되고 싶어 지원한 XXX입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XXX사에 대표작으로 만들겠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면접관의 경우, "아, 무슨 질문을 하지..." 하며 서류를 훑어 보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안녕하세요? 월수금 6시 퇴근 문화를 대한민국에 정착시켜 OECD 행복 지수를 올리고 업무효율성 2위 자리를 내주기 위해 기자를 꿈꾸는 XXX입니다." 라고 한다면 면접관은 어떤 질문을 할까요?


"음? 월수금 6시 퇴근은 무슨 말이지?"


이런 질문이 대부분 이어집니다. 그럼 일단 범위를 '월수금 6시 퇴근'으로 좁힐 수 있죠. 조금 더 큰 범위더라도 '노동 문제'에 내가 관심 많다는 걸 어필 할 수 있죠. 그럼 대답하면 됩니다. 주5일 모두 6시 퇴근하면 기업에서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하지만 주 3일이라면 점차 시작할 수 있다. 그럼 "일단 저녁을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사회가 자리 잡히고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 가족이 붙어 있는 시간이 늘면 행복 지수도 좀 높아질 거라 생각하고 소비도 늘게 되니 내수도 더 나아질 거라 본다." 같은 얘기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라는 다음 질문이 나올 겁니다. 그럼 자기 경험, 이제까지 봤던 헬 조선의 예시,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하나 하나 풀어 나가면 됩니다. 이때 아주 따뜻한 마음 + 합리적 판단 + 모두 양보하며 다들 피해를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세요. 너무 진보적이지도, 너무 자유적이지도 않게요. 사람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따뜻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따뜻하게, 그러면서도 명확하게 이 변화를 시작할 건지 계획을 3년, 5년, 10년에 걸쳐 얘기하세요. 그럼 아마 10분은 너끈히 지나가있을 겁니다.


즉, 줄이자면 이력서와 자소서에서 '범위를 줄일 수 있는 독특한 워딩'을 집어 넣으시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단 한번의 자기 소개, 지원 동기 대답할 기회에 '상대의 관심'을 내게로 빼앗아 와야 합니다. 면접관이 압박도 못하고, 압박을 해도 내가 준비한 주제 내에서만 심층으로 갈 수 있게, 내 이야기만 온전히 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그 주도권 싸움의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단 한순간에 빼앗아 올 수 있는 본인만의 색깔과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매력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3) 토론 면접


보통 토론은 찬반으로 나뉘어 싸움을 붙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중립적이지만 날카롭고, 통합적으로 상반된 입장을 정리하는 사람입니다. 다들 흥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흥분하지 마세요. 저는 보통 열불 잘 내는 스타일이지만 토론 시에는 무조건 중립적이며 양쪽을 어우를 수 있는 모드를 선택합니다. 무조건 찬반으로 정해 주더라도 상대의 의견을 듣고 날카로운 질문을 해야 합니다.


날카로운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논술만큼 준비해야 합니다. 가령 교과서 문제라면 왜 찬성인지, 반대인지 얘기 할 때 그 근거가 날카로워야 합니다. "전 반대입니다. 다양성을 침해하니까요." 라고 한다면 엄청난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 다양성 침해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다양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면 지금 교과서 시장이 진짜 다양한지를 얘기할 수 있어야겠죠.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이걸 좌편향이라고 생각하나 그 반대의 근거도 잘 알고 있는 게 좋습니다. 특정 학교, 특정 학번 집필진들이 만든 교과서를 다양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즉, 최근 나온 이슈를 논술로 써도 붙을 수 있을 정도 공부는 필수입니다. 논술만큼 빡시게 그 주제를 다 알고 있어야 그 근거를 가지고 토론에 임할 수 있습니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내 약점도 인정하고 보완책을 고민하며 상대의 의견도 반박하지만 감정적으로 '공격'하지 않아야 합니다. 옳은 소리를 해도 표현이 세면 부담스럽습니다. 자기 후임을 뽑는데 언론인이라고 너무 세면 좋은 감정 갖기 힘들겠죠?


언론인으로서의 날카로움은 목소리나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말'에서 나오는 겁니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갖고 정곡을 찌르는 연기에 스스로 익숙해야 합니다. 그게 울림이 더 큽니다. 소리가 크고 흥분하면 반박을 하고 싶어도 사람들은 말을 안 하게 됩니다. 남의 이야기도 듣고, 내 얘기도 하는 사람이란 걸 얘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치르는 시험은 회사원 + 언론인을 뽑는 시험입니다. 많은 분들이 '언론인'에 큰 가치를 두느라 '회사원'의 중요성을 까먹습니다. 매일 출근하고 가족, 애인보다 더 오래 보는 사람 뽑을 때, 너무 드센 사람을 뽑고 싶을까요? 평소엔 재밌고 둥글둥글 잘 지낼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를 찾을 거고, 현장에선 아두 품은 조자룡 같은 후배가 필요할 겁니다. 그 두 개를 모두 보여줄 수 있게 하세요.


그 두 개를 갖추면 바로 '매력있는 사람'이 됩니다. 일할 때도 좋고 끝나고 술 한잔 하기도 좋은 사람, 그게 바로 조직, 그리고 언론사가 원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언론사든 다른 회사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거 기억하고 차분히 잘 준비해서 가세요.


전 면접장에 두 장의 종이를 가슴에 품고 갔습니다. 제가 꼭 취재하고 싶은 꼭지 10개를 적은 종이, 제가 취재할 분야의 취재원 리스트, 그 두 장을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 할 때 보여줬습니다. "내가 얼마나 이 일을 하고 싶고 이렇게 준비해왔다. 그런데 개인의 힘으로 한계가 있어서 기자란 명함이 정말 필요하다. 이걸 고칠 수 있으면 아마 이런 세상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라고 말했습니다. 다들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최소 진정 원한다면 그걸 남들이 봐도 그걸 절절히 느낄 수 있게 스스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본인도 편하고 애써 잡은 기회 놓치지 않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면접장 나서서 "아 이 말 할 걸, 이 질문 왜 안 했을까..."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그 얘길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란 질문 듣기 전에 그들을 꼬시고 본인을 매력적인 후배로 보일 수 있는 '소개팅의 장'에 본인을 최대한 펼칠 수 있길 기원합니다.


* 전 보통 이런 자기 소개 혹 지원 동기를 출력해서 달달 외워 갔습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계속 말하는 연습하고 항상 자기 암시를 했습니다. 도움 많이 됩니다. 긴장하면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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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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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버찌씨 | 작성시간 15.11.15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될놈될~ | 작성시간 15.11.1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울랄라소송 | 작성시간 15.11.23 좋은 분이시네요^^
  • 작성자언시생김씨의일일 | 작성시간 16.05.08 면접 준비로 막막하던 중 지금에서야 이 글을 발견하고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댓글 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 작성자안녕티트리 | 작성시간 16.08.04 뒷북이지만 검색하다 읽어봤는데 정말 멋진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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