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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혹시 수능 끝난 고3이 있다면.

작성자pepperjack|작성시간15.12.17|조회수2,234 목록 댓글 2
라디오 사연 중에 다단계 얘길 듣다가, 문득 생각나서 써봐요. 이번에 갓 수능 끝낸 고3들이나 사회초년생들 중에 저같은 바보짓을 하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면서.

*요약 : 고3여러분 번역 알바 한답시고 대*번역개발원 같은 데 돈 보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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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막 끝낸 저는, 얼른 알바라도 하고 싶은데 알바 자리는 안 구해지고, 또 수능끝나고 틀어진 생활리듬에 시간맞춰 다니는 것도 어렵고 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해서 '그래, 번역을 해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대*번역개발원>. 알바 사이트나 카페에 이맘때쯤 우르르 글을 올리는 곳입니다.
홈페이지도 멀쩡하고,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고 가입을 햇더니 곧바로 전화가 와서 자기를 무슨 대리인가 라고 소개하면서 설명을 정말 너무 친절하게 해주더라구요. 저는 일개 고3 학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다니 이 회사는 모든 자원을 참 잘 관리하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생각하고 경계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하다가, 번역의 기초를 가르쳐 줄 교재를 사야 한다는 거에요. 초벌번역가들이 거쳐야 하는 기본 코스라며. 그런데 교재비가 68만원인데, 제가 그렇게 큰 돈은 없다고 했더니 나눠 낼 수 있다고 설득을 합니다. 교재비 뿐만 아니라 수시 교육비, 인력관리비 등이 포함된 비용이라며. 그래도 금액이 금액인지라 망설였더니 이 돈을 내고 시험을 봐서 통과해서 일거리를 받기 시작하면 금방 돈을 벌어서, 몇 개월이면 이 만큼을 벌고도 남는다 라고 나름의 계산을 풀더라구요.

그냥 말로만 꼬드겼으면 안 넘어갔을텐데, 저렇게 계산을 들이미니 나름 속임수에 안 속는다고 자부하고 있던 저도 그냥 아 그렇구나 해버렸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군 하며 ㅋㅋㅋㅋ(그때는 다단계가 뭔지 개념도 없던 때)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 23만원씩인가 3개월을 나눠서 냈어요. (지금 생각하니.... 하...)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3개월 이후였습니다. 이 회사는 초벌번역가들 시험을 치러서 뭐 몇급 이상 받아야 통과해서 일감을 받을 수 있고 그런 시스템이라는 설명을 들어서, 수능 끝난 지 얼마 안 돼 최대한 머리가 쌩쌩할 때 시험을 봐야겠다 하고 ㅋㅋㅋ (여기서도 좀 어라? 한 게, 시험을 딱 두 번만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두 번 봐서 목표 등급이 안 나오면 그 다음엔 기회 없음) 대학 1학년 동안 두 번이나 시험을 봤는데 터무니없는 등급이 나온 겁니다. 아니 적당히면 말도 안해 진짜 터무니없는. 나름 텝스 924 언어 98의 자부심으로 뇌가 팽팽 돌아가던 때인데, 이상하다 하면서도 그냥 내가 그날 못 본건가? 아님 이 시험에 아직 적응을 못한 건가? 했죠.

그렇게 첫 시험을 망치고, 그 다음 시험은 잘 봐야 겠다는 각오로(ㅋㅋㅋㅋㅋ)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는 겁니다. 이 때 처음으로 이상하단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서 드디어 통화를 했는데, 전화하는 말투가 너무 성의 없고 묻는 것에 대해 대답도 시원치가 않고 암튼 탐탁치 않아 보였어요. 이상하다, 어떻게 사람이 한순간에 태도가 바뀌지? 하면서도 요즘 일이 바빠서 나같은 초짜는 신경을 덜 쓰는건가 하며 또 넘겼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면서도 어이가 없네

그리고, 순진하게 또!!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건국대에서 봤습니다. 두 번 다. 아마 지금도 거기서 보지 않을까요?) 또 이상하게 등급이 나왔고 ㅋㅋㅋㅋㅋ 저는 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건지 방향을 잘못 잡은 건지 감을 잡아야겠다 하며 ㅋㅋㅋ

근데 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뜹니다. 이때 저는 대학 생활을 1년 정도 한 상태여서 어느 정도 눈이 뜨였었고, 희미하게나마 불길한 냄새를 맡았죠. 아 이런게 다단계인가? 설마? 물건을 파는 다단계가 아니라 그냥 번역회산데?

그 뒤로 저는 학교생활이 바쁘고 이해할 수 없는 번역시험(ㅋㅋㅋ)에 질려 (이미 두번 다 봐서 기회도 없었음 ㅋㅋㅋ) 잊고 살았고... 다단계는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구나, 를 깨달은 건 한참 뒤였습니다. 문득 생각나 인터넷에 저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아 ㅋㅋㅋㅋㅋㅋ 웃음이 피실피실 나더군요

나름 똑부러진다고 자부하며 살아온 인생에 정말 더럽고 멍청한 얼룩으로 남은 기억입니다. 그 당시의 나는 참 멍청하고 어수룩했구나... 그때는 '다단계'라는 개념이 머리에 없었기 때문에 다단계를 경계해야한다는 인식조차 없었던 거죠. 그리고 대학생이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지, 고등학생까지 타깃이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 회사가 11월-1월에 집중적으로 공고를 올리는 걸로 봐서는, 저처럼 몰라서 경계심 없고 얼른 사회로 나가고 싶은 고3들을 겨냥한 게 아닌가 합니다(제 추측) 부디 여기 들어오는 고3들은 저런 낚시에 걸리지 않길 바라며 제 경험을 기억나는 대로 세세히 썼습니다. 이미 몇 년 전 일이긴 하지만...



... 근데, 실제로 저 시스템을 거쳐서 번역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긴 한가요? 뭐 제 실력부족으로 일거리를 못준다 하더라도 애초에 돈 내고 시작하는 것부터가 글러먹은 거긴 하지만 ㅋㅋㅋ 저 회사는 정체가 뭔지, 누가 파헤쳐본 적은 없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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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누리빛 | 작성시간 15.12.17 태초부터 글러먹은 조직입니다. 저렇게 받는 일거리는 전문가는 안 할 허드렛일인 경우가 허다하고요. 돈 될 만한 일은 업계에서 이름 난 분들이 받아서 합니다. 관련 기사 참고하시라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쓴 기사 링크 남깁니다. '나도 번역가?'...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7960
  • 작성자해파리531 | 작성시간 15.12.17 ㅋㅋ 저도 처음에 번역 알바하려고 여기 지원했다가 전화받은 경험 있는데..
    그때 돈이 없어서 저걸 못하고 굉장히 아쉬워했었죠;; 저기 궁금했는데.. 저런 곳이었군요;;;;;;;
    근데 그 이후에 번역알바 잘 구해서 했어요ㅋㅋ
    진짜 저런데 돈쓰지 마세요;;
    사람인에 이력서만 올려둬도 번역 문의 전화 오기도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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