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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G서포터즈 12월리뷰- 연애담

작성자구분칠초간의고민|작성시간16.12.05|조회수913 목록 댓글 0




'캐롤' '아가씨' 등 올 들어 불어 닥친 여성 퀴어영화 열풍이 '연애담'에 까지 이어진다.

작은 영화임에도 3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호평받은 '캐롤'.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랑을 하는 두 여인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작품은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의 빼어난 연기력과 '아임 낫 데어' 토드 헤인즈 감독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420만 명을 동원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역시 동성애 영화다. 히데코와 숙희의 매력적인 관계로 주목받은 이후 사진집, 확장판 추가 개봉 등 관심이 이어지면서 장기 상영되기도 했다.

‘연애담'은 조금은 다른 동성연애를 하는 두 여자, 윤주(이상희)와 지수(류선영)의 이야기다. 섬세한 감정과 이들을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환경까지 디테일하게 녹여내 관객들에게 '캐롤' '아가씨'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는 졸업 전시를 준비하던 중 자꾸 눈길이 가는 한 사람 지수를 만난다. 살짝 마주친 눈빛에서 느껴진 따뜻함에 윤주는 마음이 끌린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찾아가는 지수는 추운 겨울 어느 날 그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한 사람 윤주를 만난다. 얼마 후 그 사람을 다시 만난 지수는 그에게 마음을 이어나가려 손을 내민다. 영화는 두 여성의 마음이 이어진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순간'이 영원할 수 있을지를 담담하지만 속 깊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애담'은 이후 영화제 및 기획전에서 인기를 모았다. 또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신인감독 경쟁부문과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부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감독 경쟁부문 등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도쿄필멕스 수석프로그래머 이치야마 쇼조는 "두 인물 사이의 섬세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 보는 내내 그들이 정말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했다"고 평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현주(35) 감독은 "이 영화는 연출이 1, 배우가 9"라며 겸손히 주인공 이상희 류선영 두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모든 연애는 다 '후지다'고 생각한다"면서 "'연애담'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와 닮은 모습으로 다가갔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망해도 나만 알겠지, 새롭게 해도 되겠지, 처음이니까 하는 걸 남 눈치보지 말고 해보자, 해서 만들었던 거다. 나는 관객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학생으로서 기한 안에 하는 도전이기도 했다. 내가 힘들어서 중간에 놓으면 나중에 또 이렇게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만들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시작부터 지금 형태의 퀴어 멜로를 기획하지는 않았다. 퀴어영화를 구상하지 않은 건 아닌데 먼저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 ‘상상하기 쉬운 연애담과는 다른 소동극을 준비하면서 레즈비언의 사랑은 배경 중 하나로 삼고 싶었다. 그런데 사건이 상투적으로 되더라. 평소 사람의 관계나 연애에 관심이 많았는데 장편을 하면 내가 잘 아는 걸 해야 하지 않나 하고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이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내가 좋아했던 옛 멜로영화의 톤으로 천천히 가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와니와 준하' 같은 1990년대 멜로를 좋아한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등등. '캐롤'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을 참조하지 않았냐 하는데, '연애담'이 퀴어영화이기는 하지만 정체성 등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봤던 건 아니고 오히려 멜로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참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퀴어영화'가 아니라 '연애 이야기'에 방점이 찍힌다. 첫 만남과 연애의 시작, 달콤함, 위기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그래서인가 성적 정체성을 떠나 '나의 이야기' 혹은 '주변의 이야기'라 느끼는 관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존중, 위대함 이런 것 이전에 누구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상처받는 것도 똑같고 하찮은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게 내 친구와 나의 이야기로 닮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었다. '연애담'이란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다 알지 않나.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에 네가 할 수 있는 건 사소한 디테일 밖에 없어서 고민했다. 남녀의 영화라면 달랐을 수도 있을 거다. 다들 알고 좋은 영화도 많은데 굳이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여자들의 만남은 나온 게 없다 보니까 다 보여주고 싶었다. 남녀간의 사랑이 시작될 때는 공원 편의점 등 자연스럽게 인연이 스치면서 이어지는데 연애담도 그렇게 그리고 싶었다. 그게 납득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한번 시선이 가고 우연히 만나고 술집에 가고 이런 데 납득이 될까 걱정을 하긴 했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모이는 장소나 분위기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갑자기 찾아오듯이 그리고 싶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사실처럼 하다보니 영화가 더 친근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연출이 1, 배우가 9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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