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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유 게 시 판

Re:[작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작성자Kickboxer|작성시간12.12.03|조회수528 목록 댓글 6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당신 말대로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도 자식의 결혼식 날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는 비난 대신 축하를 받고 싶어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 무지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모두가 그를 축하할 의무는 없다.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한 역사의 물줄기에 거짓을 보탠 전과자의 집안 행사에 누군가는 축하를, 누군가는 야박하게 비판을 보낼 수 있는 일이다. 난 야박하지 못했다. 그 집 주인은 내가 흠모했던 주인이다. 한 때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웠고 거기서 생채기 입은 인사들은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주인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할 때마다, 당시 쫓겨난 내 은사는 눈물을 떨구었다. 


  그럼에도, 난 그 집주인을 주목한다. 센스 있는 채용광고, 언론지망생들을 배려한 인턴 제도, 품격 있는 문화 섹션, 필력있는 부국장까지, 생각건대 좋은 부분도 많았다. 더군다나 내가 인턴으로 일했던 곳도 같은 집이요, 나의 친한 친구들이 그 집 식구다. 머리론 싫었으나 인정상 그럴 수 없어 차마 비판은 하지 않았는데 그만 혀를 끌끌 찼다. 안타깝다고. 이게 내 실책이다. 잔칫집에 모인 이들은 날 타박했다. 감수했다. 더러는, 날 '비상식'이라 하고 '무례'하다 했다. 저런 말을 들어야 되나 싶어 몇 번 받아쳤다. 그래도 인정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야박했으니까. 그래서 더 댓글 안 달았다. 비판이 줄을 잇고, 성토가 귓가를 찔렀다. 받아들였다. 더 할 게 없었다. 이걸로도 부족하다 느껴 첨언했다. 결혼 축하한다고.


  막둥이가 가만히 있으면 망둥이가 뛰는 법이다. 이번엔 망둥이가 아니었다. 엉뚱한 남미 어딘가의 갈라파고스가 튀어나왔다. 섬 자체는 유서깊지만 짝퉁은 그러질 못했다. 내 이름을 거명하며 똑같이 '안타깝다' 썼다. 못 본 척 넘겼다. 이미 한 번 야박하게 군 전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또 이름을 거명하며 인신공격을 했다. 자신이 없었는지 적당히 창작해가며 여론에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코스프레하는 게 불쌍했다. 마지막 논점과 상관없는 축하의 말도 잊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공격에 자신이 없을 때 있지도 않은 사실을 끼워 맞춰 풍선 효과를 노리는 것은 요즘엔 양아치도 하지 않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안타깝다 말 한 마디 했는데 그게 '쓰레기'라는 말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 이것으론 부족했는지 다른 댓글에는 내가 '참' 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며 외연을 확장한다. 본인도 알 텐데 왜 이럴까. 이것으론 모자랐는지 예의범절을 덜 갖춘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단다. 순식간에 예의범절도 갖추신 투사로 거듭난 이 분이 자기 글을 가리키며 '정제된 글'이라고 자찬하는 대목에선 사뭇 숙연해진다. 주술 구조 다 틀리고 창작이 들어간 자신 글에 상찬을 하는 건 우습다 못해 불쌍하다. 


  난 '안타깝다'는 댓글 한 번 달았던 전력으로 무례하고 상식없고 개념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생각없이 달았던 글이기에 다시 한 번 글의 소중함과 위험함을 새삼 깨닫는다. 난 비판에 귀를 막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쓴 댓글은 부연할 필요 없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글 하나로 이렇게 게시판에서 언급되는 건 쑥스럽다. 글에 대한 생산적 이의제기를 환영한다며 밑의 논리적인 댓글에 억하심정을 품고 하나하나 달려드는 그 모습은 '내가 다' 안타깝다. 맘에 안 들면, 자꾸 1탄 2탄 만들지 말고 시원하게 얘기하면 될 일이다. 나보고 이름 석자 남기고 게시판에 글 쓸 수 있겠냐고 묻는데 정말 앞에서도 저렇게 인신공격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지 말고 만나서 시원하게 스파링이라도 한 판 붙고 술 한 잔 하는 게 어떤가? 엄한 데서 경종 울리지 말고. 여긴 종도 있고 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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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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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친절한과학 | 작성시간 12.12.04 저두요. 글 정말 잘 쓰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브라보 mylife | 작성시간 12.12.04 저도...글 내용과 상관 없는 댓글이지만... 글 참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 작성자알앤비 | 작성시간 12.12.05 글 정말 잘 쓰십니다...
  • 작성자홍준 | 작성시간 12.12.11 마지막 말을 보면서.. 드디어 제목과 전체적인 글의 내용을 파악하게 되네요. ㅎㅎ 이런 글이 정말 멋진 글이죠!

    훌륭한 언론인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그리고 저는 Kickboxer 님과 같은 의견을 가지신 분이 제가 토론게시판에 문제 제기한 글에는 어떤 답변을 하실 지 매우 기대됩니다.

    토론게시판에서 Kickboxer 님의 답변을 기다려도 될까요~? ^^

    부족한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음 좋겠네요~
  • 작성자홍준 | 작성시간 12.12.11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Kickboxer님의 참을성과 인내심이 조금 부럽습니다. ^^ 저도 그런 참을성과 인내심이 있었음 좋았을텐데요.. ㅎㅎ

    아무튼, 공부 열심히 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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