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
언론학을 전공했던 내가 처음 접했던 구호이자 레토릭이다. 선배들은 언론인의 모든 구실은 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했다. 뻘소리든, 극단적인 소리든, 과열 논쟁이든 말을 해야 길이 생기고 그 길이 '언로(言路)'가 되며 그러한 말들이 응집력을 갖추어 '언론(言論)'이 된다 했다. 뻔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 때의 심장 쿵쾅거림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마 그 점이 나를 언론사에 몸담게 했던 자양분이자 지금도 끊임없이 언론에 관심을 보내게 하는 동력이 됐던 듯 하다. 저 한 마디가.
여기 '아랑' 커뮤니티 생활을 꽤 오래 했던 듯 싶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Zenon'이라는 닉네임으로는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글들을(ex. 지극히 주관적인 주간지 분석), '바나나둘이'라는 닉네임으로는 뭔가 논쟁적인 글들(매우 많다)을 써 왔다. 특히 '논쟁적인' 글을 썼던 이유는 간명하다. 이 곳 아랑이 가끔은 너무 조용하고 서로 의견내기를 조심스러워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 나가서 가장 치열하게 양극단의 접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양심으로써의 의견의 칼 끌을 겨눌 수 있어야 하는 언론인 지망생들의 의견을 때로는 좀 더 '격하게' 듣고 싶었다. 가끔, 도발적으로 느낀 분들도 있었을 테지만 한 사안을 볼 땐 10개의 중립적 의견보다 10개의 양 극단에 놓인 의견을 교차시켜 보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는 좋은 토론을 하며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누군가와는 감정 격해진 상태로 논쟁을 벌이며 나 역시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그간 논쟁벌인 이슈는 셀 수 없을 만큼 참으로 많았지만 4년 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단 한 가지 마음은 변한 게 없다. '그것은 나와 논쟁해주었던 이들 모두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운영진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포함한 여러 토론자(혹은 논쟁자든 의견 댓글을 게시한 자이든)들을 존중하지 않고 우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에 '일베 전력이 있는 KBS 수습기자의 채용을 취소하라는 KBS 구성원들의 의견'을 다소 격하게 비판하는 한줄메모장에 쓴 일이 있다. 이 글을 쓴 이유 역시 약간은 논쟁을 의도한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기자가 일베 시절 쓴 글은 상식을 벗어나기도 했고 채용 뒤 사내게시판에 썼다는 내용 역시 제정신으로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첫째, 사내게시판에 쓴 '내용과 둘째, 과거 자신이 익명성에 기대 인터넷(일베)에 남긴 글들을 통합적으로 규합해 '채용 취소'라는 극형의 근거로 삼으라고 하는 KBS구성원들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미 그 기자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징계 등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자신이 인터넷에 쓴 게시글에 '기자직 박탈'로 책임지라는 것은 이제 막 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에게 가혹해 보였다. 그리고 아랑에는 당시 온통 '그 기자의 채용취소는 필연적이다'라는 의견 밖에 없었지만 나와 비슷한 의견 역시 분명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내 메모를 기대로 그런 의견도 표출되기를 바랐다.
역시나 내가 작성했던 메모는 '나'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정신이 있냐"에서부터 "뭘 모르는 사람" 같은 인신공격은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 논쟁에서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답답한 점은 "그럼 그 일베기자가 옳다는 말이냐", "그런 기자를 옹호하다니, 당신도 일베기자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맥락에서 벗어난 내용이 올라온 점이었다. 난 그 일베기자가 옳다는 게 아니라 '채용취소'가 아닌, 이미 여론재판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진 그 기자에게 징계 등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얘기했을 뿐인데 말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그 중 예전부터 나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한 회원은 '조금은 격하게'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을 달았다. 나는 괜찮았다.
그런데 한줄메모장을 관리한다는 '갈라파고스군'은 뭔가 탐탁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 회원의 나에 대한 비판이 수위가 높다고 생각해 글을 삭제했단다. 왜 삭제했냐는 나의 글에 이렇게 답했다.
"상식선에서 타 회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겠다 싶은 저열한 비방전이 공개 게시판에서 벌어질 때는 운영진이 해당 글을 카페글 보관함으로 이동하는 제재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줄게시판 관리자로서 바나나둘이 님에 대해 내가뜬금포다 님이 예의에 어긋나는 댓글을 남겼다고 판단했고 해당 댓글만 삭제하기엔 운영진의 원칙인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글 전체를 옮겨놓은 겁니다. 이에 대해선 다수 운영진의 동의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댓글만 삭제한 것이 아니라 내 글 전체, 말하자면 나의 작성 글과 여러 회원들의 댓글, 그리고 나의 댓글과 나에 대한 '수위 높은' 댓글을 달았다던 그 회원 글까지 다 같이 삭제했다는 점이다. (자신만 볼 수 있는 것으록 메모를 이동시켰다 해서 옮겼다고 말장난하는 것은 더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일반 회원들에게 안 보이면 그건 삭제가 맞다) 얼마 전, 정부가 사이버 모욕죄를 고소가 필요한 친고죄 대신 고소 없어도 처벌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자 내가 모욕 안 당했다 느끼는데 검찰이 왜 나서느냐는 모 평론가의 일갈이 겹쳤다.
언론인은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다. 펜으로든, 입으로든, 영상으로든, 편집으로든 말하지 않는 언론인은 죽은 언론인이다. 그리고 여기는 그런 언론인이 되기 위한 카페이다. 그렇다면 말할 권리는 상징적으로도 그 어느 카페 이상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한줄메모장이야말로 아랑에서 가장 격하게, 또 가장 활발하게 의견이 교류되고 토론되는 장이다.
나에게 '일베 기자'라느니, '어디 3류대학 출신 아니냐'느니 따위의 인신공격을 했던 그런 분들조차 나는 그 분들의 말할 권리를 존중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수준으로 나 또한 적어도 '말할 권리'는 존중받기를 바란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누구나 뻘소리를 할 수도 있고 때론 논리의 기왓장을 쌓다가 삐긋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그 글을 작성한 사람들에게 있다. 글을 놔둠으로써 욕을 먹거나 호평을 받거나 안 되겠다 싶으면 삭제하거나 모두 작성자의 '책임'이자 '권리'다. 그 글들을 삭제할 권리는 저작권 침해 혹은 말그대로 쌍욕이 난무하는 이전투구장이 아닌 바에야 댓글을 작성한 회원들에게 있으며 메모를 작성한 회원들에게 있다.
(사족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카페생활을 하며 글을 삭제한 일이 거의 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정보 공유'를 위한 글을 올려놓고, '토론'을 위한 글을 올려놓고 후에 나중에 정보공유, 혹은 토론에 참여한 이들의 노고를 무시하고 글을 삭제하는 것이다. 그러한 정보와 토론 등이 한 장씩 차곡차곡 겹치며 문화를 만들고 양질의 정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그러한 글 삭제는 이를 정면으로 역행한다. 물론 삭제의 유혹을 받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과거에 남겼던 글은 미래의 논쟁에서 내게 불리하게 작성하기 쉽고 개인정보, 취향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의 글에 댓글을 달고 또 같이 정보 공유하고 토론을 한 회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작성자조차 그렇게 쉽게 삭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삭제된 글에서 벌어졌던 논쟁의 수위는 이제껏 봐온 다른 격한 논쟁들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었다. 설령 그 회원이 나에게 수위높은 댓글을 달았다면 다른 회원 글들까지 다같이 삭제할 게 아니라 그 댓글만을 삭제할 수도 있다.)
운영진인 '갈라파고스군'에게 멋대로 논쟁 혹은 토론을 '저열하다' 판단해 그 메모에 글을 작성한 십수명의 말할 권리를 소급적으로 박탈할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글 삭제에 동의했다는 운영진의 뜻은 또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다면 앞으로 여기 회원 모두는 메모든, 댓글이든, 게시글이든 언제든지 '저열하다'는 운영진의 단독 판단 아래 글이 삭제될지 모르는 염려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아주 예의바르게 의견 댓글을 달았어도 같이 삭제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언론인이 되기 전에 상사 눈치, 독자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뛰어놀아도 모자른 판에 운영진 눈치를 보라는 것이 '갈라파고스군'이라는 한 운영진의 독단적 의견인가. 아니면 운영진 전체가 뜻을 모은 이 카페의 공식의견인가.
만약 우리(운영진) 눈치를 보라는 것이 이제껏 나름의 애정을 갖고 들어왔던 이 곳 카페의 공식의견이라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
p.s: 예전에 얼마 전 한줄메모장의 '비밀메모'를 작성자에게 일절 묻지 않고 운영진 판단 하에 선택적으로 공개하겠다던 섬뜩했던 글 역시 기억난다. 나 역시 비댓을 매우, 아주 싫어하지만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오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열심히 회원들과 소통하는 '술값'을 비롯해 이 카페를 만들고 키워온 여러 분들에게 매우 고마운 마음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분명히 해두고 싶다. 운영진은 회원 글을 자가판단으로 삭제하거나 비공개를 공개로 바꿀 수 있는, 위에서 군림하는 주체가 아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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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크리넥스 작성시간 15.04.08 바나나둘이님은 평소 댓글이 좀 공격적이시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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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BNN2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4.08 댓글에 많이 보이셨던 분이네요. 오랜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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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비정성시 작성시간 15.04.10 말장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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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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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BNN2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4.13 논점과 논거를 다 제시하기엔 '한줄메모'는 너무 협소하죠. 물론, 일부러 공격성향을 드러내기는 했습니다. 왜냐면 건조한 논거와 논점으로 댓글이 별로 달리지 않음을 경험칙상 알았으니까요.
때문에, 말이 나오면 그 이후로 이어가려 했던 것입니다. 물론 제 방식만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허명님의 의견도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