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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유 게 시 판

[[기자]]언시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작성자🌼|작성시간20.10.15|조회수11,449 목록 댓글 26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탈락 후 멘붕하는 글이 많이 보이네요.

언시생 때 알았더라면, 준비했더라면, 배웠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정보 공유합니다. 아직 저연차인 제게도 해당하는 잔소리입니다.

절대 따뜻한 위로글이 아니기 때문에 보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언피씨함에 대한 지적은 남겨주시되, 인신공격은 삼가주세요.



(1) 논술 준비하는 만큼 기사는 쓰니?

1차 필기가 논술인 만큼 논술에 제일 신경썼던 것을 후회합니다. 매일 기사를 읽고, 기사 문체와 문법을 익히고, 팩트에 대한 부연을 하는 법 등을 그만큼 연습하지 않아 입사하고 엄청 고생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머릿속에 그 구성을 입력하고 빈 자리에 새로운 팩트를 채워넣는 연습을 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결국 기사를 쓰는 건 메시지가 분명한 글(야마가 있는 글)을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술과 일맥상통합니다.

기사를 계속 쓰다보니 장황하고 감성적인 문장을 쓰는 습관이 사라졌습니다. 언시 때 논술 피드백에서 늘 단점으로 나오던 습관이었죠.

거창하게 준비할 것 없습니다. 조선일보나 한국일보에서 쓰는 스트레이트 기사 매일 하나씩 따라서 써보세요. 중앙일보는 실험적인 문체도 시도하고, 정통 기사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스트레이트 기사 배우기에는 비추천하나 본인 마음입니다.


(2) 상식 공부, 왜 신문 보고 안 해?

편리하게 손 가는 자료가 많은 것 압니다. 출판사에서 나오는 상식집도 있고, 집단지성을 이용해 상식 취합도 하죠. 그렇게 외우는 상식 면접에서 못 씁니다.

면접 들어가서 난 A가 뭔지 알아요 대답한들 아무 인상도 남기지 못합니다. 난 A가 어떤 맥락에서 논란이 되는지 알고, 이 문제에 대해 XYZ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까지 나와줘야 합니다. 상식 시험 답안도 마찬가지고요.

이슈를 그렇게 팔로우하려면 신문을 읽으면서 따라가는 게 가장 좋아요. 막상 일 시작하면 본인 출입처 기사만 주구장창 봅니다. 오히려 식견이 좁아져요. 언시생일 때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갈등과 이슈에 대해 최대한 자기 관점을 만들어가는 게 이득입니다.



(3) 사설은 읽어? 전문가 말이 궁금하긴 해?

경제 분야 전문가, 부동산 분야 전문가, 외교 통일 분야 교수가 A라는 이슈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귀 기울어 듣지 않았던 제 오만함을 후회합니다. 논술 답변에 논리도 근거도 부족한 내 '의견'으로만 채우려고 한 오만함이요.

신문 사설 기고하는 글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전문가 페북 팔로우해서 관점을 엿보고 훔치고 들어보세요. 책 한 권 끝내는 것보다 수시로 사설 읽고 페북글 읽는 게 훨씬 덜 부담스럽고 더 많이 쌓입니다.



(4) 통계랑 그래프랑 친하니?

기자가 경계해야 할 1순위가 편견이라 생각합니다. 시장논리에 따른 주장은 무조건 비판하거나, 상대가 기득권이기 때문에 비판해도 된다는 편견에 갇히는 순간 발굴할 수 있는 기사거리를 다 놓쳐버려요. '왜'라는 질문을 안 하게 되고, 내가 '틀렸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고백하자면 전 교양 수업 몇 번 듣고, 책 몇 권 읽고, 시위에 나가보고, 사회의 부당함을 겪으며 정의감의 늪에 빠졌던 시건방진 진보 청년입니다. 그런데 예전에 썼던 논술을 보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편견을 걷어내지 못하고 통계가, 현실이 말하는 지표를 외면하면 글도 논리도 한없이 얄팍해져요. 취재하다 보면 부당하다 생각한 게 부당하지 않고, 정의롭다 생각한 게 정의롭지 않고, 직관적으로 '나쁘다'고 느낀 게 수치나 통계로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없는 통계 가득한 책 많이 읽으세요. 지금 당장 생각하는 건 세습 중산층 사회, 노동의 미래, 코로나 경제 전쟁 등등. 작가의 주장과 동의하지 않더라도 작가가 들이미는 통계를 보면서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터득할 공부가 필요해요.

막상 일 시작하면 경제동향, 사회동향 등 보도자료 절반이 통계고, 통계에서 야마 잘 뽑으면 기사 잘 씁니다. 그러려면 통계 보는 눈이 필요해요.



(5) 왜 보수 매체에 지원해놓고 면접에서 자기 소신만 주구장창 얘기해?

해당 매체 당일 1면만 읽고 가도, 면접에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파악이 됩니다. 매체 입맛따라 영혼없는 대답을 하란 소리가 아닙니다. 적어도 그 회사의 지면기사가 지향하는 방향과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가란 겁니다.

가령 보수매체 면접 들어가서 '공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보수지가 정의하는 공정이 뭔지 인지하고 가야지 들어가서 '평등'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자기 소신을 얘기하되 보수지가 우려하는 경영권 방어 약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단 사실을 먼저 제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반박하라는 겁니다. 혹은 해당 매체가 주장해온 독소조항에 대해 일부 일리가 있다 생각하지만, 그외 집단소송 등의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등 언론사가 지면에서 주장해온 방향을 건드리며 답변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면접관 콧방귀 뀝니다.



(6) 운동 좀 해

일하면서 체력 기르려면 죽을 맛입니다. 시간 많을 때 근육량 키우고 신진대사 높이세요. 언시하면서 돈 들어가는 운동 끊는 거 눈치 보입니다. 그럼 피티 한달만 배우고 유튜브로 홈트를 하든 등산을 가든 의지를 갖고 체력을 기르세요. 입사하면 마와리부터 시작해서 체력이 곧 실력입니다.


(7) 장수생이여 더 많이 웃어라

언피씨하지만 면접 가서 '방긋방긋' 웃으세요. 면접관들 기가 막히게 장수생 알아봅니다. 가슴 아픈 소리지만 우울하고 지쳐 보이면 장수생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떤 곳은 정확히 그 이유로 뽑지 않기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한테 바라는 티피컬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서툴지만 파이팅 넘치고, 어설프지만 정의감 넘치는 스테레오타입이요. 연기하세요. 면접 볼 때만이라도 기운 넘치고 자신감 넘치고 행복한 사람처럼 밝은 기운을 마구 발산해주세요.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돼요. 평소에도 많이 웃으세요. 대학 졸업하고 좀 늦게 사회에 나간다고 위축될 이유 없습니다. 칼졸해서 입사한 친구들 3년차에 이직했다가 더 좌절하거나 아예 퇴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자기 꿈 찾겟다고 로스쿨 도전하는 사람도 수두룩해요. 거기에 비하면 언시 준비 몇년은 빠른 거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날씨 좋은날 산책도 가고, 여유가 되면 짧게 여행도 가고, 연애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 많이 듣고, 알바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공부하는 거 아니잖아요. 일상에 드리운 그림자를 면접장에 가져가지 않으려면 일상이 행복해야 해요.

무엇보다 부모님 눈치 보이죠. 그래도 가서 너무 힘들다고 좀더 사랑해달라고 하세요. 부모님이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만큼 면접 가서 잘하고 올 수 있다고 징징대세요. 형제자매한테 우울하면 우울하다고 말하세요. 애인이나 친구한테도. 자존감 키워주는 말들 억지로라도 챙겨서 들으세요.


어떻게 끝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언피씨한 표현 사과드립니다.

꿈이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단 말처럼 기자가 되고 싶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어요. 힘내세요. 입사하면 퇴사가 꿈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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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Mcfly | 작성시간 21.08.31 다시 봐도 좋은 글이네요 잘 지내시죠?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0.02 잘 지냅니다. 안부 물어주시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행복하세요.
  • 작성자구름둥둥 | 작성시간 22.07.24 감사합니다. 올해 안에 현직에서 뵙고싶습니다!
  • 작성자호랭호랭이 | 작성시간 25.01.17 미리 봤더라면...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1.22 와 댓글 알람 덕분에 추억여행 했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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