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모집했던 KBS 디지털뉴스팀 인턴 기자 부문에 지원해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이따금 모집할 것 같아 후기를 남깁니다.
1. 서류전형
KBS 디지털뉴스팀은 자유형식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했습니다.
자유형식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참고 삼으십사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1) 이력서
이력서 양식은 네이버 양식 자료실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받았습니다.
인적사항, 학력사항, 직장경력, 기타경력 외에는 불필요한 것 같아서 네 개 항목만 활용했습니다.
저는 정규직으로 직장에 다닌 경험이 있고, 유사 업종이라 직장경력을 상세하게 썼습니다.
직무의 상세 내용과 당시 만들었던 콘텐츠를 첨부해서 경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기타경력에는 인턴경력, 지원 직무와 관련이 있는 활동 이력을 썼습니다.
인턴 기자 경력, 소규모 정책 연구소 인턴 경력, 모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한 이력을 썼습니다.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력은 정치성향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넣을지 뺄지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 끝에 포트폴리오에 관련 내용을 꼭 넣고 싶어서 써서 냈습니다.
사진은 면접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로 어필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증명사진이 아닌 걸로 넣었습니다.
(2) 자기소개서
고민하다가 두 개의 질문만 만들었고 답변도 짧게 넣었습니다.
Q1. 너는 어떤 쓸모가 있나요?
Q2. 그럼 네가 얻는 건 무엇인가요?
둘 다 500자 내외로 답을 달았습니다.
Q1에 대해서는 영타깃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 경험을 두 가지 간략하게 썼습니다.
해당 경험을 포트폴리오 자료로 만들어서 따로 첨부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썼습니다.
Q2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게 저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썼습니다.
"KBS의 제작 인프라가 탐이 납니다. 매체의 공신력과 섭외력, 수많은 기자들의 취재물, 내부와 외부의 전문가풀 등을 활용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KBS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부족한 자원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경험이 많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적은 환경에서 얼마나 더 해낼 수 있는지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보다도 디지털, 모바일의 위세가 등등한 미래를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스트에게는 다소 암울한 미래입니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제게는 많은 디지털 자양분이 필요합니다. KBS의 인프라를 활용해 '좋은 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경험을 자양분 삼아 막막한 미래를 푸는 힌트를 얻고 싶습니다.
덧붙여 내년 공채를 준비해야 하는 청년실업자로서 근로소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이력서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함께 보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이미지 위주로 만들었고, 이미지를 하이퍼링크로 만들어 유튜브 등으로 연결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2. 1차면접
며칠 뒤에 문자로 합격 통지와 면접 일정을 안내받았습니다.
면접 장소는 KBS신관의 보도국 내 디지털뉴스팀 회의실(?)이었고 제 면접 시간은 4시 30분이었습니다.
제 면접 시간 전후 시간을 면접 시간으로 받은 면접자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면접자는 디지털뉴스부 기자 두 명이었습니다.
한 명은 디지털뉴스부 부장, 한 명은 약간 더 연차가 낮아 보이는 기자였습니다.
둘 다 남성이었습니다.
질문은 크게 세 가지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1) 제출 서류에 기재한 경력, 이력에 대한 질문
2) KBS 디지털뉴스부 콘텐츠, 콘셉트에 대한 면접자의 (비판적) 의견
3) 본인이 KBS 디지털뉴스 인턴이 된다면 하고싶은 기획
2)에 대해서는 세게(=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잘 못하고 있고,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도 잘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경쟁 환경에 적응하려면 KBS 체면 내려 놓고 가야한다, '모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80년대 마인드를 버리고 명확한 타깃을 잡아서 공략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3)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생각했던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SNS에서 OOO이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KBS 디지털뉴스에서 이런 식으로 변주해서 하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면접은 10분 정도 봤고 다소 짧은 느낌이었습니다.
면접 분위기는 편안했고 면접관 아저씨들은 상냥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은 몹시 덥고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아, 또 사진은 왜 그런 걸 넣었냐고도 물어본 기억도 나네요ㅋㅋㅋㅋ
아2, PD 지망생인지 물어봤고 KBS 공채 지원 경험이 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3. 2차면접
면접이 또 있었습니다.
며칠 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로 가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 전에 합격을 한다면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기획하라는 과제를 받아 사전에 제출했습니다.
면접자는 디지털뉴스국장(?)과 이전 면접에 들어왔던 팀장 두 명이었습니다.
국장은 지하철에서 만났다면 자리를 양보할지 말지 고민하다 끝내 양보는 안 할 것 같은 정도의 연배였습니다.
질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1) 제출 서류에 기재한 경력, 이력에 대한 질문
2) 과제에 대한 추가 질문
질문은 국장만 했고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장은 사전에 제가 제출한 서류를 전혀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현장에서 보면서 경력, 이력에 대한 질문들을 몇 가지 했습니다.
그 뒤에는 과제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했는데 복잡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제게 큰 관심을 보이는 느낌이 없었고 면접 시간도 길지 않았습니다.
10분 이내로 면접이 끝난 기억이 납니다.
아3, 기자가 아니라 PD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4. 마무리
면접 본 날 저녁 8시쯤 탈락 문자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면접에서 국장이 무심해보여서 원래 무뚝뚝한 타입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저한테 별 관심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사실 관련 경력이 좀 있어서 무난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떨어져서 "내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KBS 멀티미디어뉴스에 올라온 <친절한 비박사전> 영상(https://goo.gl/ZdaNBA)을 보고 뛰어난 분들이 많아서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저는 다소 우울해졌습니다.
일자리도 없이 맞는 겨울방학이라니,
4학년이 끝났는데 직장은 없고, 이건 마치 5학년 겨울방학인가?
앞으로 상반기 공채까지 장장한 시간이 남았는데 나란 닝겐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 거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저는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아예 5학년 겨울방학에 뭘 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콘텐츠를 차려버렸습니다.
이름하여 5학년 겨울방학(https://goo.gl/WE32Y2)이라는 팟캐스트인데요.
전국에 흩어진 60만 5학년 친구들을 위해 공짜로 코딩 배우는 법 등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