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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합격후기]]"빨간약을 선택하자" KBS지역권기자 최종합격 후기

작성자하라야|작성시간07.12.26|조회수7,185 목록 댓글 5

회사에 제출할 용도로 썼는데 그래도 올려 봅니다.

이 게시판에서 예전 최종합격 후기들을 쭉 읽으면서 좌절도 하고, 희망을 갖기도 하고 했는데.

직접 올리니 기분이 묘합니다. 기쁘고, 두렵고, 기대되고, 우려스럽고... 복잡한 감정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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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을 선택하는 기자가 되자!” (호남제주권 취재기자)


올해 6월 말 군 제대를 하고 처음 언론사 문을 두드렸습니다. 막바지 더위가 한창인 8월에 처음 지원한 방송사는 서류 탈락. 그 다음 서류 없이 바로 필기 기회를 준 신문사는 그저 시험 기회를 준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대 전부터 영어 시험을 여러 차례 봤지만 만족할만한 점수가 나오지 않아 상당수 신문사는 서류 제출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올해는 준비가 안 되었으니까” “분위기 파악 겸 시험은 봐야지” 여러 핑계만 늘더군요. 게다다 이상하게 올해 주요 언론사들이 입사 전형을 빨리 시작한 듯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KBS는 10월에서야 원서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KBS 시험만 보고 안 되면 내년을 준비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른바 “all in"이었습니다.

‘인연’이란 것이 있는 것일까요. KBS 입사 전형 과정을 거치며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서류가 통과된 곳, 첫 필기시험 합격. 모두 KBS였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고 희망을 보여줬으니까요. 그리고는 합숙면접과 최종면접. 준비를 많이 하진 못했지만 최대한 진솔하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후회 없이 저를 보여주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조급함과 절박함을 버렸기에 최종합격이라는 인연을 만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 서류 전형

KBS 서류 전형은 후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자기소개서에 많은 정성을 쏟지 않고, 한국어시험 점수가 많이 안 좋다면 합격을 장담하긴 힘듭니다. 영어와 학점은 결정적 요인은 아닙니다.

다른 수험생들이 글쓰기와 상식 스터디에 열을 올릴 때 저는 한 달간 한국어 공부만 했습니다. 우선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글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바로 독해능력이니까요. 그리고는 어휘․어법에 집중하구요. ‘바른말 고운말’, 고등학교 문제집, 한국어 시험 기본 교재, 모의고사집 등을 풀었습니다. 2년간의 기출문제집도 복습했고요. 공부를 하면서 어휘․어법 부분은 오답노트를 충실히 적었고 시험 직전에 그것만 봤습니다. 다행히 탁월하진 않지만 괜찮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국어 공부는 즐기지 않으면 지칩니다. 그 많은 어휘와 어법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침몰하기 쉬우니까요.

자기소개서는 며칠을 고민하며 정말 진솔하게 저의 생각과 느낌들을 담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못 했지만 아는 선배 기자가 있다면 꼭 자소서 조언을 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필기 시험

KBS 필기시험 문제는 그렇게 까다롭진 않습니다. 논술 두 문제, 작문 한 개, 시사약술 5개. 중요한 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충실히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많이 하기 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나름대로 올 한해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슈들(남북관계, 교육문제, 대선, 비정규직)을 가지고 늘 혼자서 씨름했습니다. 덧붙여 방송관련 책을 찾아서 읽고 이슈들을 정리했고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서류접수 전까지 단 한편의 논술이나 작문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지방 거주자에게는 언론사 스터디 구하기가 입사만큼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로 올라가고 결국 지방에는 경험자들이 별로 없게 되는 악순환입니다. 영어, 국어, 상식이야 혼자서 꾸준히 할 수 있지만 글쓰기와 토론 등을 혼자서 하긴 참 힘듭니다. 필기가 다가오자 다급해지더군요. 결국 KBS필기 직전 벼락치기로 글쓰기 스터디에 합류했습니다. 물론 서울입니다. 2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의 부족함을 많이 알게 됐고 많이 배웠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저는 3다 중에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많이 써 보면 문장력은 늘지만 문장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고력의 힘입니다. 많이 읽으면 좋지만 시간이 그렇게 여유가 없다면 자기 생각을 충실히 정리해 보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 합숙 면접

"내년 1월에 연수원에 꼭 다시 오세요. 수고했소." 합숙 평가를 다 끝내고 숙소 열쇠를 반납 할 때 친절한 수위 아저씨가 해준 말입니다. “목소리가 참 밝네, 평가 잘 받았나보다.” 연수원을 나와서 선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격려를 해줬습니다. ‘후련하다’가 맞겠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준비도 못했지만 내가 가진 것을 솔직하게 다 보여주자.

집단 토론에선 흐름을 잘 파악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적절한 타이밍에 해야 합니다. 10명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토론을 하는 것이라 발언할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독창적인 논지를 펴고자 했습니다.

카메라테스트는 언어 전달력과 순발력입니다. 전 카테가 가장 두려웠습니다. 역시 단어도 틀리게 발음하고 중간에 끊기기도 했습니다. 읽기가 끝나면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 날아옵니다. 공격적인 질문도 있습니다. 솔직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괜히 돌려 말하려다 말이 꼬입니다.

기사작성은 핵심 이야기를 잘 집어내야 합니다. 전 신문 스트레이트처럼 기사를 썼지만 핵심을 한가지로 잡았고, 방송 기사에 대한 지식을 발표 과정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기사작성 훈련을 별로 하지 않았음을 시인했고, 다른 실수들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 최종 면접

후련했습니다. 너무나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버려 걱정이 될 정도.

질문은 시사이슈/이력서와 자소서/시험과정/개인경험 등 종합적입니다.

졸업하고 뭐 했는지, NLL/사형제도 폐지/사르코지의 프랑스 노조 파업 대처 등 시사적인 질문 여러 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몇 가지와 외모(안경)에 대한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사회문제가 뭔가, 그걸 해결하기 위한 KBS의 역할은, 영향을 많이 준 책 세권을 말해 보라, 그 책에서 배운 것이 뭔가 등등. “자네는 합숙면접 토론에서 몇 등 정도였다고 생각하나?” 대답하기 무척 힘든 입사 전형 과정에 대한 질문도 여러 개 나왔습니다. “예상 질문에 안 나온 것이 있나?”란 마지막 질문은 참 반가웠습니다. 제가 취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준비한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 빨간약? 파란약?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임무는 거짓 현실에 취해있는 인류를 구하는 일.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약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여기서 파란약은 진실을 잊은 채 매트릭스(모순된 사회)에 안주하며 살게 하는 약이고, 빨간약은 매트릭스의 진실을 하게하여 매트릭스로부터 해방시켜 줄 구원의 약입니다. 네오는 결국 빨간약을 선택하고 매트릭스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를 구원시킬 과제를 부여 받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지난 10년간 늘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신문을 읽지 않으면 불편했고, 방송 토론과 시사프로그램을 즐겼고요. 군 입대 후 훈련소에서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은 신문을 못 읽고 시사프로그램을 못 본다는 것이었을 정도입니다. 문자중독증에 시사중독증까지 걸린 셈입니다. 하지만 막상 올해 여름 군 제대를 앞두고 많이 흔들렸습니다. 집안 문제로 무엇보다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어느 순간 ‘그 힘든 기자 생활을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좀 더 일찍 영어 성적 올려서 공기업 원서라도 내볼 걸’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파란 약을 선택하려는 것일까?’ 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열정이 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도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이미 ‘빨간약’을 먹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친구는 저더러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짐 진 듯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또 한 선배는 ‘70년대 기자’가 어울린다고 우스개를 했습니다.

지금의 기자에게 ‘매트릭스로부터 해방과 빨간약’은 너무 거창한 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자가 되면 파란약과 빨간약의 선택에 늘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빨간약은 ‘진실’입니다.

저는 항상 빨간약을 선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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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잠수함속토끼 | 작성시간 07.12.26 열정이 부족해지는 요즘입니다. 중간에 공부를 그만두다시피해서 파란약을 먹은 듯한 느낌도 있구요. 주저하는 시간에 이 글을 읽고, 다시, 시작이다, 생각했습니다. 좋은 기자 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삼세판! | 작성시간 07.12.26 와 벌써(?) 쓰셨군요.. ^^;; 전 아직도 안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일 오전에 써가지고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하라야님 훌륭한 기자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작성자get up | 작성시간 07.12.27 축하해요*^^* 저도 같이 합숙했던 사람 중 하나~ 멋진 기자가 되어 주세요, 전 아무래도 제 길은 다른 곳에 있나봐요~ 지금이 아무래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때인 것 같네요~ 파이팅!!!
  • 작성자reverie | 작성시간 07.12.27 빨간약, 멋지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멋진 기자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작성자Yippeee | 작성시간 07.12.27 저도 같이 합숙했던 사람 중 한 명~ 님이 되실 줄 알았습니다! 파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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