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한지 어느새 2주가 지났습니다.
아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합격을 하면 바로 후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합격 발표나고 거의 3주만에 적게 됐네요.
지난달 초에 연합뉴스 최종탈락은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네번 째 최종면접이자 면접만으로 따지면 여섯번째회사였죠.
필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고 나서도 면접이란 고비를 넘지 못해 늘 코앞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면접에서 안된다는 건 내가 기자할 깜냥이 안돼보인다는 게 아닌가, 이길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습니다. 그리고 아랑 한줄게시판에도 힘들다고 몇 자 적었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로 힘을 주셔서 정말 큰 위안이 됐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3주 뒤, 아무 기대도 없이 가장 마음 편하게 쳤던 한국경제 신문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단 가장 현실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건 전형 과정을 상세히 적는 것 같아서 제가 겪은 그대로 이곳에 적겠습니다. 연합뉴스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최종합격 후기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짧게 적겠습니다.
<연합후기>
1. 실무평가
-첫날
스트레이트 2개, 인터뷰 기사 1개를 쓰는 시험이었습니다. 먼저 보도자료 두 개를 나눠주는데 하나는 경제, 하나는 사건사고 기사였습니다. 가기 전에 통계청과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를 받아서 연습하고 연합뉴스에서 스트레이트 쓰는 유형을 익혀서 갔는데 비슷한 유형이 나온 것 같았습니다. 시간은 2개에 1시간 반으로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빨리 핵심만 추려서 기사를 쓰는게 포인트인듯 합니다.
인터뷰 때는 외부 인사가 옵니다. 제가 할 때는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분이 오셔서 '기부'에 관련된 인터뷰를 하는 거였구요. 지원자들에게 직접 인터뷰할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서 질문할 기회는 10명 정도한테밖에 안돌아가고..가산점을 준다고는 했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1600자 분량으로 한시간 동안 또 열심히 인터뷰 기사를 씁니다. 많은 얘기를 나누는 만큼 그중에서 제목과 야마를 잘 뽑아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요새 기부재단 비리, 기빙플레지 등 기부와 관련해 여러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트렌드랑 관련을 시켜서 쓰려고 했습니다.
-둘째날
토론 면접입니다. 한 조당 9~10명씩 들어가는데 제비뽑기로 주제를 결정하고 한 조에 한번 나온 주제는 다시 안나오는 것 같아요. 저희 조는 '성범죄자 전자발찌 제도'가 주제였습니다. 다른 조를 들어보니 '면책특권' '감세 논쟁' 등도 나왔다고 하네요. 지난해부터 들어보니 미시적인 주제도 많이 나오는듯해요. 특이한 것은 종이를 나눠주는데 기본 배경지식과 함께 찬반 논거가 다 적혀있습니다. 그것도 활용하고 거기에 뭔가 더 얹어서 얘기해야겠죠. 일단 그 종이를 나눠주고 시험장에 올라갈 때까지 아무런 필기를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올라가면 찬 반 나눠서 앉고, 그때부터 필기가 가능합니다. 토론은 대락 3~40분 정도 진행되고요. 처음에는 한명씩 돌아가면서 무조건 이야기를 하고, 모두 한번씩 발언하고 나면 그 뒤로는 자유 토론입니다. 사회자는 따로 없고요. 나중에 최종 올라온 사람들 보니 말을 별로 안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할 때 얼마나 조리있게 좋은 근거로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제시해서 토론을 다른 국면으로 끌고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2. 최종면접
저같은 경우는 면접에 자신이 없어서 모의면접도 여러 번 하고 질문도 여러 개 뽑아서 거의 모범답안을 만들어 놓으려고 했습니다. 자기소개, 왜 기자인가? 왜 연합뉴스인가? 기자로서의 포부는 무엇인가? 이런 기본 질문들을 열심히 준비했건만, 전혀 예상치 못한 면접이었습니다.
1)전에 일하던 곳에서 연합뉴스 편집했다던데 어떤 식으로 한건가? 리라이팅도 했나?
2)연합뉴스 인턴 넣은 적 있나? 비슷한 일 한 사람 인턴 면접 때 본 것 같은데.
3)언론사 어디어디 넣었나. 면접은 어디어디 갔나. 그렇게 많이 갔는데 다 떨어졌나?(..)
4)복수전공하는 두 과목이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둘을 같이 공부하게 됐나?
4)최근에 본 과학 관련기사가 있나. 문제점이라고 생각된게 있나?
5)일했던 방송국의 뉴스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져본적 있나? 있다면 왜그렇다고 생각하나.
6)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해보게.
면접 시간은 총 10분도 안걸렸던 것 같고 분위기 역시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습니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대답할 것만 딱 대답했네요. 주로 자소서와 경력 위주로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 친 사람들도 다 그랬다고 하더군요.
<한국경제 후기>
[실무첫째날]
르포 기사 쓰기였습니다. 주제는 '지역 상권 경기동향과 전망'이었구요. 명동, 신촌, 홍대, 강남역, 건대입구 다섯 개의 상권을 주고 하나를 선택해서 가라고 했습니다. 취재시간은 9시부터 시작해서 3시 복귀. 저는 나름 편한 동네인 신촌을 택했고, 부동산을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영하 8도의 날이라 얼어 죽을뻔 했지만 기사를 쓰기 위해 추위를 참고 가게도 여기저기 가봤고,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 상인들 전화 취재도 했습니다. 3시부터 1시간 반 정도 가량을 주고 2000자 분량의 르포를 씁니다.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습니다. 저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촌 상권이 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기회 요소 등을 적었습니다.
[실무둘째날]
인터뷰 기사 쓰기가 첫번째였습니다. 1시간 동안 전 한국은행 총재의 인터뷰 동영상(문답만 있는 것)을 틀어서 보며 메모하게 합니다. 정말 1시간동안 미친듯이 메모를 해야 하고, 그것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제목도 뽑고, 야마를 정해서 3~4문장 정도 리드문을 작성하고, 그 뒤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과 답을 선택해 문답식으로 요약을 하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외신 번역이었습니다. 구글 이북스토어 런칭에 관련한 긴 영문기사를 주고 1000자 분량의 한글 기사로 번역.요약해서 적으라고 했습니다. 제목도 뽑아야 했구요. 중간에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관건은 얼마나 꼼꼼하게 번역하냐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의역을 해서 그럴듯한 한글 기사를 뽑아낼 수 있느냐인 듯합니다.
[실무면접&최종면접]
실무면접은 5명이서 들어갔습니다. 처음은 토론. 15분 정도의 짧은 토론이라 일인당 2회 정도밖에 발언 기회가 없습니다. 면접관들 앞에서 앉아서 토론을 하구요. 저의 면접 주제는 '로스쿨 정원 제한'이었습니다. '위키리크스'인 조도 있었다고 하네요. 사회자도 5명중에 1명이 자진해서 하게 합니다. 저는 사회를 보지는 않았고 토론에만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그다음엔 실무진 면접으로 1명씩 봅니다. 면접관은 5명,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저한테 물어본 것들도 대체로 자소서 위주.
-방송경력이 많은데, 왜 지상파 안치고 한경을 쳤나
-영어로 취재 가능하나
-이공계 쪽 부서로 발령나도 오케이하겠는가.
-일본어 어느 정도 하나. 기사도 무난하게 읽는 정도인가.
-아버지는 어떤 일 하시나
-자소서에 기자는 제네럴리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라고 썼는데 굳이 한쪽이 중요하다면 어디라 생각하나
그리고 바로 이어서 임원면접을 봤습니다
제 바로 앞에분이 나오면서 '각오 단단히 하세요'라고 해서 완전 떨면서 들어갔지요. 세분이 앉아계세요. 사장님. 이사님. 논설실장님. 근데 사장님이 안경너머로 째려보면서 거의 혼자 훈계조로 얘기하십니다.
초반에는 전공. 경력 등을 위주로 학교생활에 대해 물은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후 테셋 성적을 보시더니..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년연속 시험을 쳤는데..3급이 뭔가. 이건 완전 낙제점인데.
-패자는 유구무언이라 했는데.. 이런 점수를 받고도 그렇게 잘했다고 말을 하는가 .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물론 제가 다른 지원자들보다 점수가 낮다는 것은 과감히 인정하겠습니다..하고 말을 이으려는 찰나)
-뭐? 과감히??????? 과감히?? 기자는 단어 하나하나의 작은 의미 차이를 가지고 먹고 사는 직업인데 그런 단어를 선택한건 잘못된거 아닌가? 제대로 인정해야지 무슨 과감히 인정을 하는가. 그건 자기 잘났다고 하는거 아닌가
(아. 제가 다른 장소라면 저는 경제를 못합니다.라고 말하겠지만 여긴 면접장이 아닙니까. 면접자가 자기가 못하는점을 못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다른 곳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단어를 쓴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인정을 안하는군! 잘못했다고 인정하게.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테셋 성적 외에 제가 다른 장점이 더 많으니 그런 것들을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린 말이니 제 진의를 알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럼 나가보게.
(윽.. 새해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렇게 치고 망했다..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푹 잤습니다. 난 경제를 잘하는 것도 아니까,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탈락을 해도 덤덤히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까지 늘어지게 자고 있다가 점심 무렵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기자 생활 하면서 힘들 때, 고달플 때, 그 전화를 받았던 순간 떨리던 심장 그리고 뜨겁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좋은 기자 되겠습니다. 꼭 그 마음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공부하고 계신 많은 분들께, 기자 공부는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 때가 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시면서 힘들어 할 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가장 어둡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어쩌면 저를 가장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 꼭 필요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아랑 회원님들도 지금이 꼭 필요한 순간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쪽지나 메일 주시면 언제든 답장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도움 받은 아랑카페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2011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