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노알라'가 인터넷에 급속히 퍼진지는 좀 됐다. 일간베스트(일베)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이 '노알라'는 그 자체로 일베의 성향을 드러낸다. 일베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을 경멸한다.
과거 인터넷 공간에서 풍자와 패러디는 진보세력의 전유물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풍자하는 게시글들은 넘쳤났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정희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인신공격성 게시글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넷 공간을 훨훨 날아다녔다. 어느새 인터넷 공간에서 박정희는 '희대의 독재자', '절대악'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대로 김대중, 노무현은 민주주의의 아이콘, 역사에 남을 위인으로 신격화 되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자살로 인해 비리 혐의는 땅 속으로 묻히고 가장 욕 먹던 대통령에서 가장 존경할만한 대통령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런 이념적 불평등은 젊은 세력들을 보수로 불러들였다. 어느 순간부터 좌로 편향되어버린 사이버 공간 속에서 광우병, 한미FTA 문제 등을 몸으로 겪으며 진보세력의 치졸한 편가르기에 지친 젊은이들은 자연스레 '보수'라는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일베'다. 네이트와 다음 등과 같은 포털의 좌편향에 지친 젊은이들은 일베를 찾기 시작했고 대선을 앞두고 기하급수적으로 사이트가 팽창했다.
젊은층이 가세한 보수진영은 한층 세련되졌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박정희를 조롱하고 패러디하던 풍자물들을 넘어선 세련됨을 갖게된 것이다. 일베의 노무현 풍자, 패러디는 한창 시절의 박정희에 대한 그것을 능가한다. 힙합 비트에 노무현의 목소리를 섞어 랩으로 만들어내고 유명한 예술 작품과 노무현의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한다. 얼마나 정교하냐면 노무현이 교묘히 합성된 사진을 지상파방송에서 의심하지 않고 고대로 사용할 정도다. 수준높은 '고퀼'의 풍자 게시글들은 아직 머리가 여물지 않은 중고생들까지 일베로 찾아오게 만든다.
진보진영에서는 열불이 터질 노릇이다. 신성불가침의 존재인 김대중, 노무현을 폄훼하고 비하하는 일베를 갈아마셔도 속이 시원치 않을 판이다. 사자명예훼손이라며 법으로 처벌하고 사이트를 폐쇄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들이 우리 헌법 37조 1항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박정희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을 능멸해왔기 때문이다. 동종 전과가 있으니 하지마라고 하기도 난감하다. 진보진영에서는 박근혜의 출산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하며 조롱하기도 하고, 이명박을 쥐에 빗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념 대립과 사회 갈등이 또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좌우 진영의 대립이 극심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사이버 공간에서의 풍자전쟁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유불급.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된다. 정치인에 대한 적절한 풍자와 비유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유쾌함과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정도가 심한 풍자는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까지 훼손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일베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도를 넘은 면이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풍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 진보 진영의 '풍자'를 통한 공격이 단발적이고 일회성이었다면 일베의 노무현을 향한 조롱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다. 고인의 유족들에게 일베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공격'은 날카로운 흉기다.
일베의 노무현에 대한 집착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비슷한 과거의 사례에서 현재의 미래를 유추해볼 수 있다. 우리는 10여년 전, 넷 상을 점령했던 '무뇌충'을 기억한다. 인기 아이돌 가수에서 락커로 전직한 문희준을 네티즌들이 얼마나 조롱하고 골려댔던가. 뇌가 없는 벌레란 뜻의 '무뇌충'으로 문희준을 호칭하고, '뷁', '쑤꾸임'과 같은 문희준의 어록들이 돌아다녔다. 플래쉬 애니메이션과 티셔츠들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문희준은 "당시에 자살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최근 방송에서 심경을 토로한 적도 있다. 하지만 문희준이 군대를 다녀온 후, 거짓말 같이 악플들이 사라졌다. 물론 '군대'라는 곳을 갔다와 '까임방지권'이 생겨서일 수도있지만,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문희준을 조롱하지 않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가 없어서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 할지라도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질리는 것은 당연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베의 '노무현 사랑'은 그냥 놔두는 것이 상책이다. 법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는 높은 수위의 게시글은 법으로 그때그때 처벌하면 된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노무현 풍자 광풍 현상을 겪으며 정치인 패러디와 풍자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질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노알라'같은 풍자 게시글들을 접하게 되면서 사람들 스스로가 풍자와 조롱에 대한 경계를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도를 넘는 풍자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판단 기준은 법이 아닌, 내면화된 국민의 의식이다. 스스로 형성한 양심이라는 기준이 법보다 더 강한 구속력과 억제력을 갖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상 이렇게 정치인 풍자전성시대가 온 것은 처음이다. 여러 잡음과 갈등들이 생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풍자의 범람 속에서 사람들이 풍자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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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라일라꽃향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6.26 자유가 뭐냐구요? 표현의 자유로 한정해서 말하죠. 헌법 37조로 말하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죠.그러나 그 표현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사고의 테두리 안에서 제한되어야 하구요.
제 글의 요지 역시 이겁니다. 노무현 연설로 힙합 노래를 만들고, 코알라랑 합성하고 이런 고 좋다 이겁니다. 왜냐구요? 아직까지 이 정도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사고의 테두리 안에서 용인되고 있더 생각해서죠. 그 근거로 오랜기간 지속되어온 박정희 이명박 등에 대한 풍자를 들었구요.
그리고 저 역시!!!! 운지니 홍어택배니 이런거 반대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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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라일라꽃향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6.26 마지막으로 파랑새님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모든 비판이나 풍자는 안된다고 했는데. 그럼 지금도 신문에 실리는 풍자 만평이나, 인터넷에 널린 대통령 비판 댓글들이나. 이런건 모두 명예훼손 위험이 있기에 금지해야겠다는 입장이신가요?
당연히 아니겠죠. 어느정도의 선을 지키는 건 괜찮고, 너무 나가선 안된다는 입장일거에요. 저 역시 그렇구요.
그런데 이런 제 생각을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사상"이라 하니 좀 어이가 없네요.ㅎ
저 역시 이런 토론, 논쟁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저는 일베충도, 극우도, 새누리당원도 아닌 언론인 지망생일 뿐이에요. :) -
답댓글 작성자파랑새저널리즘 작성시간 14.06.26 모바일에서 쓰셨으면 거의가 '거희'가 될 수도 있었겠군요ㅎ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실수였습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와야죠. 생각의 차이는 불쾌한 게 아니었는데, 선의에 악의로 반응하시는 것이 불쾌했습니다. 누구한테 글 피드백 부탁하고 나서 오탈자 지적하면 '아 잘못 썼다'가 정상 아닌가요?
그래도 지금 댓글을 보니 처음 생각보다는 많은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왜 서로 정색하고 덤벼들었을까 스스로 반성도 됩니다. 이 댓글은 뭐 저랑 생각이 비슷하시니까요. 아마 님이 댓글에 쓰신 글들이 너무 공격적이셔서 그랬나봅니다. 여전히 일베 관련 논쟁은 뜨겁군요ㅎ -
답댓글 작성자파랑새저널리즘 작성시간 14.06.26 그리고 이 게시판은 명색이 논작비평방인데, 자신이 수용할 것들은 수용하고 아닌 건 수용 안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본인 글에 달린 피드백에 일일이 반박하실 필요가.. 처음 글 올리신 의도가 피드백 아니었나요? '내 논리가 이런데 한 번 깨봐라' 이게 의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시비 아니구요, 이게 당연한 것 같아서요.
그리고, 다 '정설이다', '알려진 바다' 라 하는 것 안 좋을 것 같아요. 생각을 강요하고 전제한 후 논지를 전개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고인에 대한 예의 별로 안 지키시는 것 같아요. 고인의 지지율이 사후에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자살 동정심에 올라간 민심인가요? 이명박 정권의 실정도 언급하셨어야죠. -
답댓글 작성자파랑새저널리즘 작성시간 14.06.26 진짜 마지막으로, 질문에 대한 답은 구하셨나요? 있다 없다로만 하자면 어떤 결론을 내리셨는지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