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법학전문작가 박창희
제7장 消滅時效
時效란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된 경우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되지 않더라도 그 사실상태대로 권리관계를 인정하여 법률상 일정한 효과(권리의 취득과 소멸)를 생기게 하는 제도이다(법률요건).
권리행사의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권리의 "취득"을 인정하는 것이 取得時效이고, 권리불행사의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것이 消滅時效이다. 우리 민법은 소멸시효를 총칙편에서 규정하고, 취득시효는 물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다(독일민법도 그러하다).
시효제도의 존재이유
① 시효제도는 일정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① 법적 안정성의 요구와 사회질서의 유지>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곤란해지는 증거보전으로부터의 구제를 꾀하며<② 증거보전의 곤란구제>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소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적 보호에서 이를 제외하기 위하여<③ 보호가치의 부존재> 규정된 제도라 할 것이다(大判 98다32175).
②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다(大判 91다32053, 2011다19737).
❙제척기간
除斥期間이란 법률이 규정하는 권리의 존속기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 제척 : "물리쳐 없애다"의 뜻.
多數說은 제척기간을 권리의 재판상 행사기간(=出訴期間, 제소기간)으로 보고 있으나, 判例는 권리행사기간내에 재판 외의 의사표시로도 권리행사를 하면 족하다고 본다(大判 92다52795). 즉, 재판상 청구를 하여야만 청구권이 보전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채권양도통지를 제척기간의 준수에 필요한 재판외의 권리행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채권양도의 통지는 그 양도인이 채권이 양도되었다는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는 행위이므로, 그것만으로 제척기간의 준수에 필요한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집합건물인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스스로 하자담보추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짐을 전제로 하여 직접 아파트의 분양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소송계속 중에 정당한 권리자인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그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고 분양자에게 그 통지가 마쳐진 후 그에 따라 소를 변경한 경우에는, 그 채권양도통지에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리는 것 외에 그 이행을 청구하는 뜻이 별도로 덧붙여지거나 그 밖에 구분소유자들이 재판외에서 그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위와 같이 소를 변경한 시점에 비로소 행사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0다28840 전원합의체 판결).
☞ 위 다수의견에 대해서, 채권양도통지가 이 사건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 경과 이전에 이루어졌다면, 양수인이 양수금 청구로 소를 변경하는 신청서를 제척기간 경과 후에 제출하였더라도 그 권리가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되었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이 있음
채권자취소권, 혼인취소권, 친생부인권 등 형성소권은 제척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일반적인 형성권은 체적기간내에 재판 외에서 형성권행사의 의사표시를 하면 충분하다.
☞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 소정의 환매권은 일종의 형성권으로서 그 존속기간은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위 환매권은 재판상이든 재판외이든 위 기간내에 행사하면 이로써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고, 반드시 위 기간내에 재판상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大判 90다13420).
☞ 매매의 일방예약에서 예약자의 상대방이 매매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매매의 효력을 생기게 하는 권리, 즉 매매예약의 완결권은 일종의 형성권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그 행사기간을 약정한 때에는 그 기간 내에, 그러한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예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10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을 지난 때에는 예약완결권은 제척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소멸하고, 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소멸시효와 같이 기간의 중단이 있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大判 2000다26425).
☞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가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 및 상고이유서 제출기한 이후에도 주장할 수 있는 상고이유인지 여부
매매예약완결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소위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이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당연히 직권으로 조사하여 재판에 고려하여야 하므로, 상고법원은 매매예약완결권이 제척기간 도과로 인하여 소멸되었다는 주장이 적법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주장되었다 할지라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大判 99다18725).
☞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주장에 변론주의가 적용되는지
어떤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단순한 법률상의 주장에 불과하므로 변론주의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68217 판결).
형성권의 행사기간이 규정되지 아니한 경우의 행사기간
형성권에 관하여 권리행사의 기간이 정하여져 있으면 이를 제척기간으로 본다. 그런데, 공유물분할청구권(§268), 지상권자의 매수청구권(§283)․지료증감청구권(§286), 전세권자의 매수청구권(§316②), 동산질권소멸청구권(§343), 계약의 해제․해지권(§543), 매매예약완결권(§564), 임차인의 매수청구권(§643) 등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형성권이 있는데, 그 행사기간은 어떻게 인정해야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형성권은 원래 2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하는 것이고, 형성권의 행사결과 발생하는 채권적 권리(☞ 원상회복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도 그 형성권의 제척기간까지 존속한다고 본다(多·判). 그러나 위와 같은 형성권도 그 행사기간은 20년으로 보나, 소멸시효기간인 10년과 그 균형이 맞지 않으므로, 이와 같은 형성권의 경우에도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곽윤직). 이에 대하여 위와 같은 형성권도 2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고, 형성권 자체나 이의 행사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는 실효의 요건을 갖추면 실효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견해도 있다(이영준 교수).
☞ 환매권의 행사로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위 기간 제한과는 별도로 환매권을 행사한 때로부터 일반채권과 같이 민법 제162조 제1항 소정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 것이지 위 제척기간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大判 90다13420).
❙소멸시효 주장의 제한 (신의칙)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채권자가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경우, 채권자는 그 장애사유가 소멸한 때로부터 ‘신의칙상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고, 이러한 기간은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서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으로 인정되는 이유에 따라 달리 판단하여야 하지만, 위와 같은 장애사유 해소 후 채권자의 권리행사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설정할 경우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는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앞서 본 「신의칙상 상당한 기간」은 불법행위의 단기 소멸시효 기간인 3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3. 4. 25. 선고 2012나102157 판결).
※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행사에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 있어서 채권자는 그 장애사유가 소멸한 때로부터 ‘신의칙상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상당한 기간을 6개월로 본 제1심 판결을 취소한 사례.
▶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①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2011. 10. 27. 선고 2011다54709 판결).
※ 1980년 10월부터 11월 사이에 일어난 이른바 ‘10․27 법난’ 당시 정부 소속 합동수사본부 내 합동수사단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구금이 되어 고문과 폭행 등을 당한 피해자가 불법구금 상태에서 벗어난 1980. 11. 26.부터 5년이 훨씬 경과한 2009. 6. 5.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사안에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②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 6. 15. "원고들의 부(父)인 망인이 1951. 4.경 피고 대한민국 소속 군인들에 의해 이적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아 무단 구금을 당한 후 살해, 매장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진실규명 결정을 하였음을 근거로,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 이에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소멸되었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시효소멸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고 원고들이 피고 대한민국의 시효소멸 항변을 배척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 대한민국의 항소를 기각한 사례(대구고등법원 2015나20002 판결)
▶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로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곤란하였고, 따라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인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여태까지 생사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그 처형자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한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위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다72599 판결).
▶ 甲이 한국교원노동조합총연합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던 중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되어 혁명재판소에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형 집행 중 특별사면된 사안에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甲을 체포․구속․재판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고 위 특별법을 소급 적용하는 등 일련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甲과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위 혁명재판소 판결에 관한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甲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단, 지연손해금은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함, 대구지법 2011. 1. 25. 선고 2010가합2484 판결).
▶ 6․25 전쟁 당시 벌어진 국민보도연맹 울산지부 연맹 사건의 유족들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을 통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피고가 약정한 변제기 이후로 원고와의 연락을 끊은 채 주소지를 변경하고도 주민등록을 하지 아니하여 주소지에서 무단전출로 직권말소되도록 하거나 수시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변경하는 등, 원고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피고의 주소지를 비로소 알게 된 2004. 3.경까지 원고에 대하여 사실상 행방을 감춤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물품대금채권의 행사 내지 그 시효진행의 중단을 위한 조치를 불가능 내지 현저히 곤란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울산지법 2005나886).
▷ 거창양민학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사안에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안(부산고등법원 2012나50087 판결).
by. 법학전문작가 박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