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작가 박창희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따른 소유자등 사용수익의 정지에 관한 소고
본고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6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에 대한 2009. 5. 27자 개정 전 후를 나누어,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정비사업구역 내에서의 소유자 등 권리자의 사용․수익권에 관한 법리를 검토하고자 한다.
1. 개정 전 이 사건 조항 및 그 해석
가. 개정 전 조항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49조(관리처분계획의 공람 및 인가절차 등)
⑥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다만,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 개정 전 조항에 대한 소송실무와 해석
주거안정과 도시기능의 회복이라는 유사한 기능을 하는 재개발, 재건축 등의 사업들이 각각 도시재개발법, 주택건설촉진법 및 도시 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 등 개별법에 산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가 2002. 12. 30. 법률 제6852호 도시정비법으로 통합됨으로써 주거환경개선사업·주택재개발사업·주택재건축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포괄하는 제도로 정비되고 재건축조합·재개발조합·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등은 정비사업조합이라는 하나의 명칭 하에 통합되었으며, 도시재개발법상의 재개발사업과 유사한 틀이 정비사업 일반에 마련되면서 관리처분계획과 이전고시(분양처분) 제도가 재건축사업에도 도입되어 권리 배분을 둘러싼 각종 분쟁이 행정소송으로 해결되는 효율성이 확보되었고, 이 사건 조항은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시행되던 도시재개발법에도 규정되어 있던 조항으로서, 도시정비법에 그대로 도입되어 유지되고 있다.
대법원은 구 도시재개발법이 시행되던 당시에 '도시재개발법은제41조 제7항(위 개정전 조항과 동일한 내용)에서 사용·수익 정지명령에 관한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58조 제1항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65조 제2항에 의하여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58조 제1항이 준용될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도시재개발법 제41조 제5항에서 정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으면 사용·수익정지 명령을 요하지 아니하고 목적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등의 사용·수익이 정지되고 시행자는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22094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여 이 사건 조항을 별도의 행정처분 없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되면 법률상 목적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등의 사용, 수익권을 사업시행자에게 이전시키는 내용의 조항으로 해석하였고,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되면 자신의 사용·수익권에 기하여 종전 소유자 및 임차인 등에게 사업시행구역 내의 건물 명도를 구하여 왔으며, 위와 같은 해석은 도시정비법으로 개정, 통합된 이후의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도 여전히 규범력을 가지면서 사업시행자는 소유자 또는 임차인 등과 건축물 명도에 관한 협의가 되지 아니할 경우 이 사건 조항을 근거로 건축물의 명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뒤 건축물을 철거하고 신건축물의 공사에 착수하고 있다.
정비사업조합이 이 사건 조항에 근거하여 소로서 명도를 구하는 경우 임차인들은 보상금 등을 지급받기 전에는 임차건물의 명도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하급심은 임차권에 대한 보상금 지급의 내용 및 절차에 관하여 도시정비법이 공익사업의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고 함)을 준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하거나, 공익사업법이 준용된다고 보더라도 이에 기한 보상금 지급 요구가 사업시행자의 건물 명도청구를 저지할 수 있는 권원이 된다고 보지 아니하여 임차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사실만 인정되면 사업시행자에 대한 가집행선고부 전부승소 판결을 하고 있다.
다. 개정 전 조항에 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위헌심판제청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 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2009. 5. 22. 용산 2구역 임차인 이상훈씨 등 14명이 신청한 도정법 제49조 제6항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위헌의 의심이 있다고 판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한다"고 결정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9. 5. 22. 선고 2009카기195 판결). 재판부는 도정법 제49조 제6항이 '차별적 효력으로 인한 문제', '헌법 제23조 제3항의 재산권 위반' '적벌절차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위반', '평등 원칙 위반' 등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에 대해 "정비사업시행구역 내 임차인들에게 문언과 달리 차별적 효력을 지니는 재산권 침해의 조항으로 정당한 보상원칙, 적벌절차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등을 위반한 위헌성의 의심이 있다. 즉, 신청인들은 임차인에게 적용되는 세 가지 경우 중 '분양대상자의 임차인으로서 신건축물에 임차권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재산권(임차권) 박탈의 기능을 하게 돼 차별적 효력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조항(도정법 제49조 제6항)으로 실질적, 형식적 재산권 박탈의 효과가 발생함에도 도시정비법 상 아무런 보상규정이 없다. 공용필요에 의하여 재산권을 수용(박탈)하는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도록 한 헌법 제23조 3항에 위배된다. 또 이 조항으로 임차권이 박탈됨에도 수용절차가 예정돼 있지 않아 임차권 박탈 적법여부나 보상금 적절여부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 이는 기본권 제한에 있어 정당한 권리구제방안이 확보돼야 한다는 적벌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 조항으로 신청인들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의 사익이 과도해 기본권 제한에 있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을 이유로 위헌으로 보았다.
라. 동 사건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심리중에 있다(2009헌가3).
2. 개정 후 이 사건 조항 및 해석
가. 개정 후 조항
이 사건 조항은 2009. 5. 27자 도정법 개정에 따라 아래 밑줄 친 부분을 신설하여 2009. 11. 28.부터 시행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관리처분계획의 공람 및 인가절차 등)
⑥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다만,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거나 제40조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9.5.27] [[시행일 2009.11.28]]
나. 개정 후 조항에 대한 소송실무와 그 해석
개정된 이 사건 조항에 의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 이후에도 사업시행자가 건물의 소유자 등 권리자에게 적법한 손실보상을 완료한 경우에 한하여 건물 등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재개발과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수용을 당하게 되고, 여기에는 공익사업법이 준용(도정법 제40조)되므로 도정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말하는 '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의 완료'란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과 이에 따른 보상금 공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재건축사업에서는 공익사업법이 준용되지 않으므로 도정법 제49조 제6항 단서가 말하는 '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의 완료'가 있을 수 없다. 또한 동 단서에서는 도정법 제40조도 언급하고 있으나 대통령령에서는 손실보상의 기준 및 절차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도정법 제49조 제6항 단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재건축사업에 관한 한 조합이 분양미신청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손실보상을 하지 않아도 승소판결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는 현저하게 공평에 반하며, 도정법 제49조 제6항 단서의 취지는 "종전자산의 가치를 이행제공하여야 조합원의 사용·수익권을 박탈할 수 있다"인 것으로 해석되므로 재건축조합은 명도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미리 소유권확보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결국 재건축의 경우에도 분양미신청자들에 대한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종전자산에 대한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여 지급하는 절차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재건축 조합은 명도소송 판결 이전에 분양미신청자들에 대하여 현금청산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 승소하고 감정평가금액을 공탁한 뒤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명도소송의 재판부에 제출하여야 할 것이다.
※ 참고로 최근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73215 판결에서는 "재건축조합은 분양미신청으로 인하여 현금청산대상(도정법 제47조)이 된 사람들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소송은 도정법 제39조를 준용함으로써 가능하며 여기에는 집합건물법 제48조의 최고절차 및 소제기 기간의 적용이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는 소유자, 임차인 등 권리자에 대하여 공특법에 의한 적법한 손실보상을 완료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점유자에 대하여 건물의 인도를 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사업시행자가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보상금과 관련한 재결신청을 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 볼 수 없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8가단74636 판결).
3. 결론
일단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를 받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된 때에는 그 효력으로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더 이상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는 반면, 사업시행자로서는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기 위해서라도 정비사업 시행구역 안의 종전 토지나 지상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직접 취득한다고 볼 것이고, 이러한 사용수익권에 터 잡아 종전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를 상대로 해당 토지나 건물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1. 12. 30. 선고 2011가단28383 판결). 이러한 법리는 도시정비법의 관련 규정이 법 개정을 통하여 새롭고 정비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 아니라 도시정비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조항의 합리적 해석을 통하여 당연히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리처분계획에서 미리 예정한 바에 따라 그 효과로서 발생하는 것일 뿐, 관리처분계획에서 전혀 포섭하지 아니한 범위까지 그 고시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무단으로 타인의 소유 토지 또는 건물 점거하는 경우와 같이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되지 아니한 이해관계인에게는 사업시행자라고 할지라도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소정의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직접적인 권원으로 삼아 기존 점유의 배제를 구할 수는 없고,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의 고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취득한 소유권에 기하거나 조합원의 소유권 기타 권리를 대위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거를 포함한 인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록 관리처분계획에 포섭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해당 토지 또는 건물에 관한 종전 권리자의 사용수익권이 유지된다고 할 것이다.
/법학전문작가 박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