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작가 박창희
■ 금전공탁을 조건으로 유치권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가? -부산지방법원 2004.3.11. 선고 2003가합652 판결-
본 판결은, 상가 건물의 임차인이 전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가지는 유익비상환채권을 위하여 경락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한 사안인데, 이 때 경락인이 유익비 상당의 금전 공탁을 조건으로 유치권의 소멸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이다.
[사실관계]
임차인 乙은 1985.9.경 신축되어 여관으로 사용되어 오던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1991.10.4. 소유자인 A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A의 승낙 아래 1991.10.10.경부터 1992.5.경까지 사이에 비용을 들여 건물의 외벽을 철거하여 새로 설치하고 내부를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등 대수선하고, 영업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마련한 다음, 그 무렵부터 이 사건 건물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에 관하여 부동산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2001.6.29. 위 경매절차에서 甲이 낙찰을 받았다.
원고 甲은 피고 乙을 상대로 주위적으로는 건물인도 및 임대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예비적으로는 만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피고의 유치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민법 제327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담보로 유익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하였다.
청구취지
- 건물인도청구 : 피고는 원고에게, 주위적으로는 별지 기재 건물을 인도하고, 예비적으로는 원고가 법원이 명하는 일정 금액을 담보로 공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별지 기재 건물을 인도하라.
- 금원지급청구 : 피고는 원고에게 168,538,000원 및 이에 대한 2003. 9. 1.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판결]
▪ 판결주문
1. 피고는 원고로부터 금 195,389,101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별지 기재 건물을 인도하라.
2. 원고의 건물인도청구 중 나머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 금원지급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 판결이유
1. 피고의 유치권 항변과 그에 대한 판단
피고가 A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한 후 비용을 들여 이 사건 건물을 대수선하고 영업설비 등을 설치하였고, 유익비 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가 시공한 공사 중 외부담장 설치공사, 도로복개공사, 외부석재 마감공사, 고정창문 및 출입문 설치공사, 옥상 원형철제계단 설치공사, 화장실, 일반설비시설, 일반전기시설 설치공사, 철골골조보강 및 보수공사, 좌측 벽면 도장공사, 옥상바닥 방수공사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의 객관적 가치가 증가되었고, 위 증가된 가치 중 현존하는 것에 대한 금전적 평가가 360,716,519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동 금원 상당의 유익비를 피보전권리로 하는 유치권이 있다 할 것이다.
2. 원고의 유치권소멸 청구에 대하여
민법 제327조의 규정에 의하여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하기 위하여서는 소멸 청구를 하기 전에 미리 담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고 담보제공에 대한 유치권자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함과 동시에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도 있으나, 제공하려는 담보는 소멸되는 유치권이 가지고 있던 담보력을 저하시키지 아니하는 정도의 상당한 담보이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제시하는 담보 중 먼저 유익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탁하는 것에 관하여 보면, 담보를 위한 공탁은 그 근거법령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인데, 타담보제공에 의한 유치권 소멸 청구의 근거법령인 민법 제327조는 담보를 위한 공탁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는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해설]
「공탁」이란 공탁자가 법령에 규정된 원인에 따라 금전, 유가증권 기타 물품을 공탁소에 맡기고 일정한 자가 공탁물을 수령하도록 함으로써 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제도이다.
공탁은 반드시 법령에 근거하여야 하고 당사자가 임의로 할 수는 없다. 공탁의 원인은 각 공탁을 규정한 근거법령에서 정하고 있는데, 변제공탁의 경우 채권자의 수령거절(민법 제487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공탁근거법령은 각종 법령에 산재되어 있는데, 보통 「이러 이러한 경우에는 공탁할 수 있다」, 「이러 이러한 경우에는 공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결국, 담보를 위한 공탁은 그 근거법령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인데, 타담보제공에 의한 유치권 소멸 청구의 근거법령인 민법 제327조는 담보를 위한 공탁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유익비 상당의 금전을 공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유치권의 소멸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공탁공무원은 위와 같은 공탁신청에 대하여 불수리결정을 할 것이고, 설사 수리되었더라도 당해 공탁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하겠다.
/ 법학전문작가 박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