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게 오르는 등산기술
보행기술을 설명할 때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힘을 절약하며 오를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고 얘기하였고 그 후 효율적인 보행기술에 대하여 설명했다. 보행기술을 마무리 하며 그래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없나 하며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법을 소개한다. 사실 오를 때 느끼는 고통은 심장과 폐 그리고 근육으로 느껴지는 통증이나 불쾌감이다. 이것은 능력에 비해 운동량이 많거나 강도가 높으니, 좀 쉬라는 신체의 신호인 것이다. 이때가 되면 누구나 쉬고 싶지만, 여러 명이 같이 움직이는 등산에서는 그것도 여의치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보행법을 정확하게 실천해도 오르는 것은 역시 힘들다. 고통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 그 고통을
즐겨야 한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보라. ‘나와 가족의 신체와 재물에 손상이 없는데 무슨 문제가 있으랴. 고통이여 나의 육신을 괴롭혀라. 나는 건강을 얻을 것이다.'무슨 궤변이냐 하겠지만, 정신과 마음을 다스리면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 좋은 방법은 다른 것에 몰두하여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앞 사람의 엉덩이만 보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산로의 땅바닥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는 사람은 오르는 고통이 가중된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등산을 다녀온 뒤 자신이 다녀온 산이름 정도만 알고, 어느 코스로 해서 어디를 거쳐 어디로 다녀왔는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 등산은 운동이 아니다. 운동과 더불어 얻을 수 있는 많은 정신적인 세계가 있다. 매일 똑같은 등산로을 오르고,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모른다면 등
산을 한 것이 아니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른 산이나 코스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본질적인 등산의 세계에는 우리가 도달하는 공간을 확장하는 요소도 있다. 새로운 곳의 정보를 준비하고 다른 사람을 ?아가지 말고 앞장서서 가야한다. 간단한 등산지도를 보며, 갈라지는 길을 찾아내고 시야를 넓게 가지며 계곡과 능선을 확인해 가면 힘든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고 즐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오르는 것 이외의 다른 중요한 세계를 찾아내야 하고, 그것에 몰두를 하면 힘든 것도 잊고, 등산이 주는 참된 기쁨과 가치도 얻을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심미안을 즐기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제 멋 대로인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알파인스틱 보행법
운동이란 관점에서 보면 등산은 다리에만 편중된 운동이다. 힘든 오르막에서 다리가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두 팔은 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알파인 스틱(산악용 지팡이)은 이 놀고 있는 손을 보조 다리처럼 활용하는 도구다. 알파인스틱을 사용하는 순간, 두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네 발로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알파인 스틱을 마치 썰매를 탈 때 꼬챙이를 뒤로 밀치듯이 밀어주는 동작을 통해, 다리의 운동하중을 20-30% 덜어줄 수 있고, 보행속도도 약 15% 정도 빠르게 할 수 있다. 알파인 스틱 사용법은 노르딕 스키기술에서 유래되었다. 1980년대 히말라야와는 달리 포터를 고용할 수 없는 미국 알라스카주 매킨리봉(6,194m) 원정등반에서 등반가들이 스키를 신고 짐 썰매를 끌고 갈 때 사용하던 스키스톡을 완
경사의 등반에 사용하면서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히말라야 원정등반은 물론 국내에서의 당일등산이나 종주등산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으나, 눈이 덮인 겨울철에 더욱 편리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알파인 스틱은 스키스톡과는 달리 3단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재질은 알루미늄이 주로 사용되는 최근에는 좀더 가볍고 강한 소재인 티타늄, 카본 화이버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알루미늄도 가격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볍고 강한 것이 가격이 비싸다. 알파인 스틱의 끝은 스파이크라고 하며 내마모성이 뛰어나게 열처리한 특수강철을 사용한다. 바로 위에는 바스켓이라고도 불리는 스노 링이 달려 있는데, 눈
이 없는 계절에도 달아 놓아야 알파인 스틱이 바위틈새에 끼지 않는다. 손잡이는 일자형이 있고, T자형이 있는데, T자형은 외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형태이다. 종전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사용하던 등산용 지팡이의 픽켈모양 손잡이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요구에 제조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것으로 알파인 스틱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변칙장비이다. 손잡이끈은 길이를 알맞게 조절하여 손을 고리 밑에서 위로 올려 넣은 다음 손잡이 끈을 손바닥으로 감싸 잡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힘을 줄때 끈이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누르는 힘을 줄 수 있으며, 나무나 돌을 잡을 때 손잡이가 저절로 손바닥에서 벗어나 더 편리해 진다. 알파인스틱의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효과적으
로 정확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먼저 반드시 2개를 사용해야 한다. 1개를 사용하면 자동차 바퀴 1개를 빼고 운행하는 것과 같다. 스틱의 길이는 똑바로 서서 팔꿈치 각도가 90도 정도가 되는 길이로 조절한다. 올라 갈 때는 이 보다 약 5cm정도 길게 하고, 내려 올 때는 약 10cm정도 길게 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나 스틱의 길이에 대하여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위에 제시한 길이는 필자의 기술적 원리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평지에서는 알파인 스틱을 뒤로 밀어 주기만 한다. 알파인스틱의 끝(스파이크)은 전진하는 발의 뒤쪽보다 20-30cm 뒤에 짚어서 밀어준다.팔 동작은 오른발이 나갈 때 왼손이 나가는 자연스런 보행시의 발동작으로 그대로 유지하며 알파인 스틱
을 뒤로 밀어 주는 것이다. 밀어주는 동작을 통해 몸은 앞으로 쉽게 전진되는 힘을 팔로부터 얻게 되는 것이다. 맨손 보행 시 서로 반대쪽의 팔과 발이 교차되는 동작을 그대로 유지하며 손에 쥔 알파인 스틱만 발 뒤쪽으로 밀어주는 동작이며, 스틱의 끝인 스파이크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질질 끌듯이 이동시켜 준다. 올라 갈 때는 먼저 두개의 알파인스틱을 모두 같은 높이의 위쪽으로 짚고 다리를 올린 다음 팔을 접어 상체와 알파인스틱을 가깝게 하고 상반신의 몸무게를 살짝 알파인 스틱에 기대듯이 의지한다. 이때 알파인 스틱의 손잡이 끈을 손바닥으로 감싸 잡으면 손목의 부담이 없이 효과적으로 체중을 스틱에 의지할 수 있다. 그 다음 올려진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면 그냥 한쪽 다리의 힘만으로 오르는 동작보다 훨씬 힘
의 부담을 적게 하며 오를 수 있다. 내려 갈 때는 스틱 2개를 아래쪽에 짚고 스틱의 손잡이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살며시 상체의 무게를 스틱에 기댄다. 이때 너무 무리하게 의지를 하면 스틱이 휘어질 수 있다. 이렇게 체중의 일부를 스틱에 기대면 아래쪽으로 내리는 발과 무릎에 전달되는 체중의 부담과 충격을 줄여줌과 동시에 고양이처럼 사뿐한 착지동작을 할 수 있고, 급경사에서 균형 잡기가 용이해져 안전하고 빠른 하산을 할 수 있다. 알파인 스틱 중에는 충격흡수 효과를 목적으로 스프링이 장착된 것도 있는데, 알파인 스틱은 충격흡수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체중을 밀어주고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스프링이 힘을 흡수하며 유동을 한다면 스틱이 지닌 기능이 반감된다. 알파인 스틱을 처음 사용하면 두 손이 매우 거추장스럽고, 요철과 나무 등의 장애물로 인하여 불편함만 느끼게 된다. 도구란 원래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3회 정도 사용으로 쉽게 익숙해 질 수 있으며, 불편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마치 자전거를 두고 걸어가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등산화의 사이즈 선택요령
많은 사람들이 등산화는 조금 크게 신어야 한다는 잘못된 지식과 바닥창과 갑피가 좀 두껍고 투박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판단보다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을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등산화를 5 ~ 10mm 정도 크게 신어야 한다는 상식은 우리가 물질적으로 부족했던 시절, 한 켤레의 등산화로 4계절 모두 신어야 했을 때, 겨울에도 두꺼운 양말을 여러 겹 신어야 했을 때, 필요한 상식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에 하나의 등산화로 4계절 모두 신는 사람은 별로 없고, 하계와 동계로 나누어 2가지 종류의 등산화를 신는 사람이 많다. 등산도 운동의 일종인데, 커서 헐떡거리는 신발을 신으면 발의 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장비점에서도 좀 크게
판매하는 것이 판매요령으로 되어 있다. 딱 맞게 고른 고객은 작다고 다시 반품하는 경우가 많은데, 옷과 달리 등산화는 바닥에 흔적이 남아 되팔기가 곤란해진다. 그래서 좀 크게 판매를 하면 되돌아오는 고객이 적어진다. 등산장비를 구입할 때, 많은 사람들이 판매원의 조언을 너무 신뢰하고 추천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판매원과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물건을 상대하고 있지만, 서로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발의 발 크기가 서로 다르다. 심한 경우 한 치수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그래서 반드시 양쪽 발을 모두 다 신어 봐야 한다. 또한 아침보다는 저녁에 발이 약간 부어서 커진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사이즈 표시는 제조회사마다 기준이 다르고 같
은 회사에서 제조한 동일한 사이즈도 모델이 틀리면 각각 다른 하청업체에서 만들어 졌을 가능성이 많기에 실제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 졌어도 라스크라는 신발의 틀 모양과 구조, 그리고 제조방법에 따라 표기사이즈와 실제사이즈가 차이 난다. 그러므로 표기된 사이즈만 가지고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이 직접 신어보고 보행테스트를 해야 한다. 등산화를 신어 보기 전에 그 등산화의 사용 계절에 맞는 두께의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등산화 끈은 끝까지 다 조이고, 일어서서 맞는 사이즈인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되도록 많이 걸어 봐야 하며, 계단을 직접 올라 보는 것도 좋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사이즈가 맞는지 안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칼로 단면을 잘라 볼 수도 없고. 발에 어느 정도 꼭 맞는가는 자신만이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발가락과 발바닥이 잘 펴진 상태에서 발가락 끝과 뒤꿈치가 압박감 없이 밀착되어야 하며, 양쪽 볼과 발등도 큰 압박감 없이 밀착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보행 테스트를 해 볼 때, 신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꼭 맞는가를 느껴야 한다. 그 느낌에 대한 책임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자신의 몫이다. 얇고 부드러운 가죽이나 소재를 사용한 등산화는 사용하다보면 조금 늘어난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계절과 대상지에 맞는 등산화 선택요령
발로 오르는 등산에 있어 등산화는 매우 중요한 장비이다. 잘못 선택한 등산화는 발을 아프게 하여 보행에 불편과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요즈음 같은 겨울철에 산속의 눈은 깊다는 것을 모르고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갔다가 눈 속에서 조난을 당하는 일까지 당하게 된다. 등산화는 바닥창과 갑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닥창이 두꺼운 것은 바닥의 요철과 냉기로부터 발을 보호해 주기도 하고 다져진 눈길에서 스텝킥킹이라는 동작으로 발디딤을 만들기도 좋다. 그러나 투박하여 재빠른 발놀림을 방해하고 감각도 둔하다. 따라서 겨울철과 등산로에 날카로운 돌이나 자갈이 많은 곳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바닥 창이 얇은 것은 발걸음이 가볍고 균형을 잡기도 좋아 동작을 민첩하게 할 수 있다. 여름철이나 바닥이 날카롭지도 않고 험하
지도 않은 일반등산로에 알맞다. 그러나 장거리를 걷거나 험한 곳에서는 발바닥을 아프게 하며 겨울철에 발이 시리다. 갑피의 두께도 위와 같이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보온과 눈의 침투를 막기 위해 갑피가 두꺼워야 한다. 험한 등산로에서도 얇은 갑피는 발가락을 아프게 하므로 두꺼운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두꺼운 갑피는 역시 무겁고 발걸음을 둔하게 한다. 통기성도 떨어져 발에서 발생한 땀을 밖으로 빨리 배출하지 못하여 덥고 땀이 찬다. 얇은 갑피를 가진 등산화는 가볍고 발걸음이 편하며, 땀도 잘 마르고 시원하다. 등산화의 발목도 높낮이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흔히 발목이 높으면 발이 접질리거나 삐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발목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균형
을 자주 잃어 삐끗하는 일이 더 자주 벌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발목을 잡아주긴 하지만, 스키부츠처럼 단단하게 고정시키지 않는 한 체중으로 발목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발목이 높은 등산화의 장점은 보온력이 좋고, 눈이나 흙 등이 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보온성이 좋다는 것은 반대로 덥고 땀 배출이 잘 안된다는 단점이기도 하다. 발목이 낮은 등산화는 높은 등산화의 장단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된다. 갑피의 재질은 천연가죽, 합성가죽이나 고무, 프라스틱, 천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가죽이나 고무, 프라스틱을
사용한 등산화는 위에서 설명한 두꺼운 갑피의 장점을 얻기 위한 것이고, 천을 사용하면 얇은 갑피의 장점을 택하여 제조한 것이다. 고어텍스 등산화는 갑피 속에 고어텍스필름 밀착시켜 외부로부터 수분의 침투를 막고 내부의 땀은 배출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발에서 발생한 땀을 충분히 배출시키지 못하고 통기성이 떨어져 발이 뜨거워지고 땀에 젖기 쉬우므로 겨울철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등산화 끈은 올라갈 때 약간 느슨하게 하고, 내려올 때 바짝 조여야 밑으로 쏠리는 발등을 잡아 줄 수 있다. 이때 발가락이 아픈 이유는 신발의 형태가 자신의 발에 잘 안 맞는 것 보다는 끈을 잘 조이지 않는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