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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꼭 있다 어디나

작성자지금여기|작성시간18.06.05|조회수41 목록 댓글 0



[백동흠의 일상톡톡 203] 뉴질랜드 타임즈 2018. 06. 01



꼭 있다 어디나



내 말 이해 못 해요?”


그 태도, 납득이 안돼요.”


출근 버스에 앙칼진 여성 승객 목소리가 쨍그랑 울린다. 모코히아에서 타면서 따발총 주문을 할 때부터 알아봤다. 수백 명 손님 중 한 명은 꼭 있다 어디나. 모코히아보다 세정거장 앞에 있는 하이베리에 알바니행 버스 좀 기다리게 해 달란다. RT(Radio Telecom)로 연락해서 자기가 바꿔 타고 갈 수 있도록. 모든 출근 버스가 만원인데, 그 차라고 그럴 시간이 어디 있나? 가당키나 한 주문인 줄도 모르고. 황당하고도 매너가 없기는. 가뭄에 논 배미 갈라지는 폼 새다.  하두 어이가 없어 고개를 흔들자, 냅다 소리를 지른다. 회사에 연락 좀 해서 편의 좀 봐주는 게 뭐 그리 어렵냔다. 묵묵히 다른 손님을 태우고 앞문 닫힘 버튼을 누른다. 대꾸가 없자 또 언성을 높여 직사포를 쏘아댄다. 또다시 무 대포다. 그걸 누가 받아주나. 뒷좌석에 앉아있던 나이든 어른이 급기야 한마디 쏘아붙인다.

이 버스는 대중교통 수단이잖소. 입맛대로 하려면 개인택시를 타시지?”

당신이 관여할 바 아니니 빠져요! “


100여 대의 회사 버스가 바쁜 출근 시간 운행 중에 RT 이용이 얼마나 많은가. 급변하는 도로 교통 정보 내지는 차가 막혀 늦겠다는 노티스(notice). 차에 문제가 생겨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청. 교통상황에 따른 개별적 근무표 변경 통보… . 사람들은 이런 막무가내, 이기주의자를 두고 진상(眞相)이라 부른다.

서로에게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을 무시하는 몰염치한 행동에는 일일이 반응할 시간도 없다. 그냥 지나치고 다른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시간 축내서 좋은 글에 악성 댓글이나 다는 이들에게 반응해봐야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는가. 오랜 운전 경험으로 보면 ‘Pass with care’ 가 상책이다. 왜 있잖은가. 쓰레기 수거 트럭이 큰 등치로 뒤따르는 차들을 막고 섰을 때 보여주는 문구. ‘Pass with care’ (나 똥차니까 조심해서 비껴가세요). 상식 없는 무개념의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Pass with care’를 이마에 붙이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이들이 꼭 있다 어디나. 네 똥차가 뒤차 못 가게 막잖아 하고 소리쳐봐야 허사다. 진상(眞相)이 따로 없다. 뻔뻔스러운 모습, 얄미운 민낯이다. 이럴 때는 ‘Pass with care’를 붙였구나 하며 그저 지나치면 된다.


택시 운전할 때도 안하무인 격의 진상을 만나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택시 운전하는 옛 동료와 엊그제 전화를 했다. 시내, 브리토마트 웨스트 뱅크 근처에 손님을 내려주는데 주차 위반 딱지($60)를 끊더란다. 노란 선 옆에 섰다고. 택시 손님한테 받은 요금은 $15이었는데, 네배나 되는 벌칙금이었다니. 택시 운전 못하겠다고 푸념을 털어놓았다. 더 열 받은 일도 얘기해주었다. 시내에서 뉴마켓 가는 손님을 태웠단다. 카이버패스 끝자락에서 브로드웨이로 좌회전하는데 버스 전용차선 단속 카메라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나. 거기서 $150 범칙금. 그때 택시 요금은 $25. 무려 여섯 배나 되었으니. 머리가 핑핑 돌만도 하겠다. 요즘은 함정단속, 실적 단속이 일상화됐다고. 고약한 주차 단속원을 만나면 무슨 저승사자 보는 느낌이 든단다.





예전처럼 미리 워닝노티스(warning notice)를 준다거나 차에 다가와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태도는 박물관이나 가야 찾아볼 수 있을까? 법이라는 거미줄을 쳐 놓고 독거미처럼 숨어있다가 걸렸다 하면 확 낚아채는 꼴과 다를 게 없다. 예전에는 도로 교통에 지장을 주는 불법 주차된 차량에 한해 교통 범칙금을 끊었는데, 요즘은 건수 올리기 단속이다. 진상 단속원 몇 명이 완장 찬 갑처럼 으스대는 행동이 오클랜드 인상을 망치고 있다. 해밀톤에서 왔다는 교민이 울먹이는 투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봤다. 길가에 차를 잠깐 주차하고 왔더니 차가 없어졌단다. 해밀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오클랜드도 이런 진상들 때문에 인심이 각박해졌다고 말들을 한다. 가만있어도 코 베가는 세상이다. 속담에서나 있던 말이 환생이라도 한 느낌이다.



99명의 주차 단속원은 맡은 바 일을 납득이 가게 잘하고 있다. 딱 한 명이 모질기 이를 데 없어서 빚어진 결과다. 버스 손님들 수백 명은 좋은 사람이다. 딱 한 명 진상 같은 자가 있어서 문제다. 꼭 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다 있다. 어떤 단체나 모임이나. 신앙단체라고 예외는 없다. 골프모임, 트램핑 클럽, 문학단체, 사진모임, 자선단체, 봉사단체까지도 다 있다. 진상,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콱 막힌다. 물 안 마시고 삶은 고구마 먹다가 가슴이 얹힌 것처럼. 시원한 물병이라도 준비해 곁에 두어야 할까 싶다. *



 

백동흠 수필가



2015 [에세이문학] 등단



2017[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

BIRKENHEAD TRANSPORT 근무 중

글 카페: [뉴질랜드에세이문학]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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