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 배움터

비유의 개념과 은유의 구조(1)

작성자자유|작성시간08.09.21|조회수1,870 목록 댓글 1

*** 비유의 개념과 은유의 구조 ***

                                 장부일 著

 

1. 비유의 개념

 

  비유는 시의 다양한 장치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것이다. 우리가 시에서 요구하는 것은 자연이나 현실생활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의 형태, 혹은 자유롭고 색다른 상상력이다. 시는 이런 것을 시인의 창조적 작업을 통하여 가락이나 이미지로 구현한다. 이 모든 것은 시적 언어의 범주를 떠날 수 없다. 시의 모든 표현수단은 전적으로 언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시는 언어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 바의 비일상적인 세계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쉽게 그 의미의 참신성을 잃기 마련이다. 따라서 청자의 주목을 끌어 보다 효과적인 의사 전달을 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었다. 비유는 이런 노력의 결과 중 하나다.

  비유는 다른 사물을 빌려서 사물을 표현하는 수사법으로, 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비유가 언어의 참신성을 담보할 뿐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유는 원래 전이 혹은 이월을 뜻하는 말로 하나의 표현으로부터 다른 표현으로의 이동을 말한다. 이렇게 비유는 일상적 언어의 표준 의미를 뒤바꾸어 놓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시도는 의미의 전이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의미론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유추다. 유추란 같은 종류의 것 또는 비슷한 것에 기초하여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하는 일, 즉 두 개의 사물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비유는 동일성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동일성의 서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전문

 

  형태적으로 비유는 자연의 인간화 내지 자아화의 지름길을 가는 표현기법이다. 그것을 우리는 일체화 내지 동일성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자신을 '나룻배'와 동일화하여, 심층적인 차원의 의미를 형성해 내고 있다. 나룻배의 특징들을 잘 활용하여, '당신'을 향한 '나'의 심리상태를 묘사하고 있는 위의 작품은 동일성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유는 우리 자신과 세계를 소재로 하여 제3의 실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유는 독자적 존재의의라든가 가치체계가 구축되기를 바라는 시의 중요한 기법 구실을 한다. 비유가 성립되는데 일체화나 동일성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마,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리차즈는 <The Philosophy of Rhetoric>에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며, 그것은 보조관념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결합은 원관념만도 아니고 보조관념만도 아닌 좀 더 다양하고 생명력 있는 의미를 창조해 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유를 가능케 하는 힘의 원천으로 상상력이 지목된다. 시에서 전이나 변용의 정도가 미미해서 상상력 개입의 폭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비유는 그 존재 의의가 그리 크지 않지만 그 반대되는 면을 드러내는 비유는 그 존재의의가 더 크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표현할 때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혹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라는 말을 한다. 이것은 비유의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비유가 나타내는 심층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별도의 유추과정이 필요하지 않는 비유다. 바꾸어 말하면 상상력이 개입될 필요가 거의 없는 비유이며, 이러한 비유는 생명력이 없는 비유, 즉 죽은 비유(dead metaptor)다. 시가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죽은 비유가 아니다.

  시에서 비유는 의미의 폭을 멀게 하여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생성할 수 있을 만큼 신선해야 한다. 그 낯설음의 전도가 시적 긴장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김춘수의 <나의 하느님>은 이러한 의미의 전이가 기능적으로 잘 이루어진 경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이라는 존재는 신앙의 대상이거나 절대적으로 큰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인 존재를 '늙은 비애',  '푸줏간에 걸린 살점', '놋쇠 항아리',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 '느티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 등 세속적이고 연약한 것들로 전이시켜 놓음으로써,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가진 표준적인 의미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러한 비유를 사용해서 의미의 전이가 일어나게 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일반적인 의미로부터 벗어나 시인이 바라보는 '하느님'에 대한 독특한 의미나 관점이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의미 전이의 낯설음이 잘 나타나는 또 다른 작품으로 김수영의 대표적 작품 가운데 하나인 <공자의 생활난>이 있다.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난(作難)을 한다

 

  나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이태리어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일까

 

  동무여 인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절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김수영, <공자의 생활란> 전문

 

  이 시는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공자의 생활난'을 다양하게 비유해서 나타내고 있다. 공자에 함축된 의미는 유가적인 삶의 모순성인데, 화자는 그런 의미를 "꽃", "열매", "줄넘기 작난", "국수" 등 전혀 이질적인 것으로 전이시키고 있다. 이것도 표준의미에서 거리가 먼 비유, 곧 전이의 정도가 심한 비유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표준의미로부터 전이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자극적인 비유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자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9.21 손가락이 아픈 관계로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은 비유중 가장 중요한 개념인 은유의 구조에대한 논의를 올리겠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