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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의 개념과 은유의 구조(2)

작성자자유|작성시간08.09.22|조회수964 목록 댓글 0

*** 비유의 개념과 은유의 구조(2) ***

 

                                               장부일 著

 

 

2. 은유의 구조

 

  비유의 종류에는 단일 비유와 확충 비유, 직유와 은유, 환유, 제유, 기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비유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은유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은유는 언어 자체에 내재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언어 자체가 은유적이요 말이 은유이기 때문이다. 은유의 구조는 그만큼 다양하고 다채롭다. 따라서 일목요연한 정식화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부질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종호에 따르면 은유의 의미론적 연관을 몇 갈래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는 있다.

 

(1) 구상화의 은유

 

  추상적인 것에 구체성을 부여하며 감각적인 특징을 부여하는 경우이다. 문명의 횃불, 별리의 고통, 전근대의 땅거미 따위가 그것이다. 횃불이나 고통, 땅거미와 같은 것들은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한 문명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여 문명을 이끌어가는 부분을 가리켜 횃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관념적인 영역인 문명의 한 부분을 횃불이라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은유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김동명의 <내 마음은>에서 우리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바는 '내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인 '호수'나 '촛불'의 이미지로 바꾸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은유의 가장 기본적 형태인 A=B(A는 B이다)라는 구조에 가장 충실한 이 은유는 구체적인 이미지화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러한 효과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이다. 상상력을 작동하여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고 나면, 그 구체화된 대상이 다시 새로운 이미지들을 불러와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시의 중요한 속성인 구체화의 힘이 자리한다. 그만큼 구상화의 은유는 현대시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애니미즘 성향 은유

 

  무생물에 대해서 생명 있는 것의 특징을 부여하는 은유다. 노한 바다, 울부짖는 파도, 산허리, 대호의 포효 따위가 그것이다. 이것은 죽은 사물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드는 것, 즉 활유법의 한 국면이다. 생명이 없는 존재인 무생물을 살아있는 존재로 표현한다는 것은 무생물을 원관념으로 하고 이것을 표현하기 위한 보조관념으로 생물을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여기에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은유의 원리가 내재해 있다. 활유법이나 의인법이 은유의 하위부류로 인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개 껍질의 붉고 푸른 문의는

  千年을 혼자서 용솟음 치든

  바다의 바다의 소망이리라.

 

  가지가 찢어지게 열리는 꽃은

  날이 날마다 여기와 소근대던

  바람의 바람의 소망이리라.

 

  아 - 이 검붉은 懲役의 땅우에

  洪水와 같이 몰려 오는 혁명은

  오랜 하늘의 소망이리라.

 

                         - 서정주, <혁명> 전문

 

  이 작품에서 바다와 바람은 모두 소망을 가지고 있다. 하늘도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의 하늘은 앞서 나온 바다나 바람과는 성질이 다르다. 하늘 자체가 문자 그대로의 하늘이면서 동시에 천심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가 은유인 것이다. '가지가 찢어지게 열리는 꽃'의 '열리는'은 이중의 뜻을 가지고 있다. 꽃봉오리가 벌어진다는 열림(開)의 뜻과 열매가 열린다는 열림의 뜻이 겹쳐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자의 뜻으로 읽으면 말의 일탈적 사용에서 오는 낯설게하기 현상이 추가된다고 할 수 있다. 열림의 이중성을 그대로 받아들일때 이 시행은 더욱 기억할 만한 것이 된다.

 

 

(3) 인간화 은유

 

  인간 아닌 것에 인간의 특징을 부여하는 은유다. 정다운 고향 산천, 황소 웃음 따위가 그것이다. 애니미즘적인 은유가 무생물을 생명 있는 존재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인간화 은유는 인간 이외의 것에 인간적인 특징을 부여한 표현을 말한다. 이 경우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 존재방식이 표현된다.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리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이육사, <교목> 전문

 

  이 시에서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무는 인간적인 정서를 지닌 존재로 나타난다. 감정을 가지고 뉘우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따라 죽을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적이지 않는 존재를 인간적인 속성을 지니도록 표현하는 자리에 의인화의 은유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것은 위에서 살펴본 유형의 은유가 서로 중첩된다는 것이다. 인간화 은유나 애니미즘 성향의 은유는 모두 구체성을 띠며 목숨 있는 것의 성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것이 인간처럼 처리되는 의인화는 따지고 보면 앞의 세 가지 유형을 모두 합쳐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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