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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시론 2.1. 시의 언어와 서정시

작성자자유/유기영|작성시간11.01.16|조회수577 목록 댓글 0

제2장 시 론

 

  시의 언어가 일상적인 언어와 다른 특징은 의사진술, 함축성, 애매성, 사물성 등이다.

서정시는 순간의 정서를 고백하는 주관적인 것으로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시를 이루는 2대 요소는 운율과 이미지이다.

 

 

2.1. 시의 언어와 서정시

 

2.1.1. 의사진술의 언어

 

  시에서 언어는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사상 혹은 정서를 청자에게 투명하게 옮겨 주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상의 언어는 일차적인 의미전달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는 데 비해 시의 언어는 그 너머의 다양한 의미망을 지니고 사용되기 때문이다. 시의 언어가 지닌 이러한 특징을 리처즈는 정서적 용법에 의한 언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언어- 1)과학적 용법에 의한 언어 : 정보의 전달이 주된 목표. 기표(시니피앙)과 기의(시니피에)가 1:1의 관계.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진술의 언어.

         2) 정서적 용법에 의한 언어 :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서를 전달하는가가 주된 목표. 시의 언어. 기표와 기의가 1:多

                                            진술의 형태를 가지면서 그 진위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는 의사진술의 언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에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먼 데 산을 쳐다본다.

                                      - 노천명, 「사슴」

 

  위의 시에서 사슴의 뿔이 향기로운지, 지체가 높은지와 같은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다만 그것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내면적인 정서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언어를 의사진술의 언어라고 한다.

 

 

2.1.2. 함축적 언어

 

  시의 언어는 기표와 기의가 1:多의 관계를 지향한다. 즉 하나의 표현을 통해 여러가지의 의미나 관념 혹은 정서를 동시에 전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언어의 외연 즉 언어기호가 지닌 개념지시적인 측면인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학적 언어와 달리, 시의 언어는 기호의 외연을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문맥에 의해 부여되는 새로운 의미나 정서를 덧씌우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언어이다. 이것을 시어의 함축성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기호 속에 여러가지 다양한 의미들이 녹아 있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끊임없이 살아 나오게 만드는 힘을 제공한다.

  시의 언어는 또한 애매성도 지니고 있다. 시에 사용된 언어가 명확한 하나의 의미로 해독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경우로 해독될 수 있다면 이것을 시어의 애매성이라고 하는데, 시의 함축성의 중요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애매성은 한 낱말이나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국화 옆에서」

 

  위의 시에서 국화는 다년생 초본식물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 의미 위에 누님이란 이미지가 새롭게 추가되어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이렇게 시의 언어는 사전적 개념에 문맥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밟음으로 그 언어를 언제나 새롭게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시의 언어는 다양한 의미의 영역을 거느리게 되는데, 이처럼 하나의 단어가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을 시어의 함축성이라고 한다.                    

 

   

 

2.1.3. 시어의 사물성

 

  현대에 와서 시의 언어는 그 지시대상인 실제 사물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하나의 사물로서 시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시어의 사물성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시의 언어는 무슨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표현의 대상이 된다. 즉 시의 언어는 의미전달의 차원을 넘어 존재의 차원을 지향하게 한다. 시의 언어들이 하나의 사물처럼 작용하면서 이미지의 연쇄 고리를 만들어 존재론적인 차원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물새는 죽은 다음에도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춘수, 「처용단가」Ⅰ의 4 

 

  위의 시에서 나타나는 바다나 물새, 겨울과 같은 이미지는 일상적 사물로서 만나는 의미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즉 전적으로 시인의 내면 속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의 관념적 조작인 것이다. 이렇게 정보전달이라는 언어 본질의 차원을 포기하고 시의 언어들이 하나의 사물처럼 작용하여 존재론적인 차원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2.1.4. 서정시의 본질

 

  서정시는 본질적으로 정서의 표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에 서정적 자아에 의한 일인칭 자기고백체, 주관 표출의 문학양식, 순간의 형식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1) 주관성의 장르 : 서정시는 화자의 내면적인 정서표출을 목표로 삼는 문학 장르이다. 객관세계의 사물들은 서정시에서 모두 주관적인 정서의 표출을 위한 도구로 변하게 되는데 그것이 서정시에서 말하는 세계의 자아화이다. 서정시가 지닌 주관성은 시에서 자아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없애고 동일성의 세계를 만들게 한다. 즉 자아는 객관세계를 물질적 차원의 인식대상이 아니라 자아와 상호교류하며 동일한 정서를 지닐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로 대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 사물 혹은 대상들은 차가운 물질성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 자아의 정서와 일체화 되는 것이다.

2)일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 : 서정시의 중심에 개인으로서의 주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함께 서정시도 하나의 발화임을 인정한다면, 서정시가 일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이라는 특징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서정시가 본질적으로 '자기 발언'이라는 관념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순간성 : 서정시는 순간적 감동 혹은 즉흥적 영감의 표현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순간적 감동이나 즉흥적 영감은 오직 현재의 상태에서만 가능하므로, 서정시는 또한 현재성을 중요한 특징으로 하게 된다. 이때의 현재는 단순한 시간적 연속으로서의 현재가 아니라 영원성을 간직한 것 혹은 무시간적인 것으로서의 현재이다.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

   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 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 박목월,「나무 」

 

  위의 시를 읽다보면 시적 자아가 어느새 나무와 완전히 동화되어 버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서정시는 대상을 의인화하면서 자아와 동일시된다. 자아와 대상은 완전한 일체감을 형성하게 되고, 사물들은 자아의 내면적인 정서를 대신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서정시의 화자가 일인칭이라는 점도 바로 이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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