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소설의 종류
3.3.1. 뮤어의 분류에 따른 종류
뮤어(E. Muir) 는 그의 『소설의 구조』에서 소설의 유형을 행동소설, 성격소설, 극적 소설, 연대기 소설, 시대소설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 행동소설(novels df action) : 중세 서구의 로망스나 우리의 고대소설처럼 스토리가 중심이 된 소설을 행동소설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의 비현실적인 욕망을 대리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먼 편이며, 인생을 그리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욕망의 환상도를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 <보물섬>, <아이반호>, <톰소여의 모험> 등이 있다. 오늘날의 모험소설, 범죄소설, 탐정소설 등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2) 성격소설(novels of character) : 등장인물의 성격을 공간적으로 탐구하는 소설이다. 행동소설에는 사건이 커다란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인물이 플롯에 맞게 만들어지지만, 성격소설에서는 인물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플롯이 마련된다. 즉, 성격소설은 사회를 배경으로 당시의 풍습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성격과 생활의 양상을 나타내는 소설이다. 예를 들면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을 들 수 있다.
3) 극적 소설 (dramatic novel) : 행동의 강렬성이 나타나 있고 극적인 개성을 그리는 소설로, 공간의식은 희박한 반면 시간 속에서의 플롯의 집중적 전개만을 중요시하는 소설이다. 즉, 작중인물이 사건을 일으키고, 그 사건은 또 인물을 변화시키는 소설로서, 이는 행동소설과 성격소설이 종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멜빌의 <백경>,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등이 여기에 속한다.
4) 연대기 소설(chronical novel) : 시간과 공간을 총체적으로 그리는 소설로 총체소설이라고도 한다.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삶의 과정을 거대한 사회를 배경으로 그리기 때문에 성격소설과 극적 소설의 이중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시간과 공간 양면에 걸친 포괄적인 인생도를 그림으로써 보편성을 달성하려한다. 극적 소설의 플롯이 긴밀한 논리의 발전임에 비해 연대기 소설의 플롯은 몇 개의 삽화로 엮어지는 외적 진행, 즉 인간의 지성이 포착한 시간 속에 결합되어 있다.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울프의 <야곱의 방> 등이 좋은 예이다.
5) 시대소설(period novel) : 한 시대의 풍습과 특별한 환경 등을 그린 소설로, 이 소설은 모든 시대에 공통되는 삶과 인간의 참 모습을 제시하지는 않으며, 어느 한 시대의 풍습과 사회상을 대변하거나 상징하는 인물을 보여 주는데 만족한다.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이 여기에 해당한다.
뮤어는 이처럼 다섯 가지의 소설유형을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그가 본질적인 유형으로 생각한 것은 성격소설, 극적 소설, 연대기 소설의 셋이다. 행동소설과 시대소설과 달리 이 세 유형의 소설이 우리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비교적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3.3.2. 프라이의 분류에 따른 종류
프라이는 소설을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 노블(novel), 로망스(romance), 해부(anatomy), 고백(confession)이 바로 그것이다.
1) 노블과 로망스 : 노블과 로망스의 차이점은 무엇보다 성격창조에서 두드러진다. 로망스의 주인공은 시대적 맥락이나 사회적 문맥에서 설명할 수 없는 다소 비현실적인 진공관 속의 인물이다. 이와 달리 노블의 주인공은 한 사회나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한 사회의 의미를 푸는 열쇠와 같은 존재가 된다.
2) 고백 : 이는 자서전적인 소설의 형식을 말한다.
3) 해부 : 이는 인물이나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인물이나 사건을 매개로 하여 전개될 수 있는 사상이나 관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관념소설이나 주제소설이 여기에 속하는데, 인간의 여러가지 정신적 태도를 다루면서 그것을 풍자하고 냉소하며 인생을 해부하고 비판하는 양식이다.
3.3.3. 루카치의 분류에 따른 종류
루카치는 주인공의 행동양식을 기준으로 하여 삶의 전체성이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느냐에 따라 근대소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1) 추상적 이상주의 소설 : 추상적 관념론의 소설. 복잡한 현실세계와 연결된 주인공의 행동양식이 아주 좁은 의식, 즉 맹목적 신앙에 가까운 의식에 지배를 받고 있는 소설의 형태로서, 이 경우의 주인공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서 거의 광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돈키호테>나 <적과 흑>이 좋은 예이다.
2) 심리소설 : 환멸의 낭만주의 소설. 작중인물의 내면생활을 분석하는데 주력하는 소설의 유형.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용세계와 의식세계가 매우 넓어 인습으로 가득 찬 세계로부터 결코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심리소설은 특히 정신분석학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의식세계르 보다 깊이 파고들게 된다. 곤자로프의 <오블로모프>를 예로 들 수 있다.
3) 교양소설 : 주인공이 일정한 삶의 형성이나 성취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을 말한다. 이 경우의 주인공은 인습의 세계를 수용하는 것도, 현실세계의 복잡성을 거부하는 것도 아닌, 앞의 두 유형의 중간적인 입장을 취한다. 또한 이때의 주인공은 '남성적인 성숙'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괴테의 <빌헬름마이스터>, 헤세의 <싯다르타> 등이 그 좋은 예이다.
4) 톨스토이의 소설형 : 삶의 사회적 현실을 초월하려는 소설. 문화를 초월하여 자연에 대한 본질적인 체험과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세계의 체험을 표현한 소설로서, 우리 삶의 전체성의 범주를 다룬 소설이다.
3.3.4.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1) 단편소설의 특징
-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양이 적어야 한다. 200자 원고지 100매 내외.
- 단일한 효과와 인상의 통일을 나타내야 한다. 즉, 단일한 주제.성격.사건을 긴밀하게 구성하여 인상의 통일을 주어야 한다.
- 뛰어난 표현기교와 압축된 구조를 지녀야 한다.
- 인생의 단면을 예리하게 그려 내야 한다.
2) 장편소설의 특징
-사회와 인간, 우리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린다. 따라서 장편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과 삶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 단편에 비해 주제와 사상에 더 많은 초점을 두며, 소설적 기교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 복합구성을 취하되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연결시켜 나가면서 구성을 발전시킨다.
- 등장인물은 평면적이기보다는 입체적인 인물이 알맞다.
- 장편의 시점은 단편과 달리 계속 이동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삶의 일면이 아닌 총체적인 면을 그려야 하기때문이다.
결국 단편소설은 압축된 구성 속에 인생의 어느 한 단면을 그려 통일된 효과를 꾀하는 소설이고, 장편소설은 인생과 사회 전체를 총체적으로 그려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창조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