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축하합니다.
개학하는 주라 그런지 며칠 동안 잠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개학할 몸과 마음을 채비하는 게 익숙하면서 새로운 게지요. 더욱이 졸업잔치를 앞두고 떠나보낼 우리 여섯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기쁘고 반갑고 감격스럽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볼 수 없음이 또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엊그제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졸업하는 어린이들과 마주쳐 함께 학교를 걸어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 다음 주에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날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좀 그랬어요. 더 큰 세상으로 달려갈 날만 기다리며, 졸업하면 멋진 손전화를 받을 생각에 기뻐할 청소년들임을 알지만 6년 동안 함께 한 추억이 가득하니 아쉬운 게지요.
2월이면 어김없이 졸업 채비로 맑은샘 식구들은 아주 바쁘네요. 6년 동안 함께 한 어린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떠나는 졸업잔치는 해마다 하더라도 뭉클하고 감격스럽습니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 자란다는 건 수많은 삶의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이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며 새삼 교사로서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이 있어 행복하고, 어린이들이 있어 재미나게 살고 있음이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지요. 어린이들의 삶에 하나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도하며 반성과 성찰로 삶을 들여다봅니다. 언제나 선생의 삶은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득한 삶임을 깨달을 때마다 어린이들과 함께 살려던 첫 마음을 꺼내봅니다.
졸업하는 우리 병찬, 나윤, 인채, 인준, 동규, 이준, 여섯 청소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섯 청소년도 알겠지만 우리 학교는 이오덕 교육사상과 자연을 사랑하는 철학으로 어린이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6년 동안 자연 속에서 일놀이와 글쓰기로 자연의 감성을 닮아 자기앞가림과 함께 살기를 실천한 그대로가 맑은샘의 철학이자 삶의 모습입니다. 코로나19가 이 년 동안 우리들의 삶을 흐트려놨지만 우리는 작은 학교와 교육공동체의 힘으로 일상을 회복해 살았고, 우리나라 동서남북 곳곳에서, 과천의 우면산, 청계산, 관악산, 양지마을과 과천동, 과천 곳곳에서 함께 일하고 놀던 추억이 그대로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
참 고맙고 아름다운 여섯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만 말없이 굳게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꼭 한 마디를 들려준다면,
“어린이로 함께 살다 청소년이 되어 졸업하는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한 6년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기억인지 모른답니다. 여러분의 곧 맑은샘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기에 더 큰 세상에서도 자신있게 당당하게 앞날을 열어가리라 믿습니다. 맑은샘 식구들이 생각날 때면 언제든지 학교로 오세요. 그 자리를 지키며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할 맑은샘 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이 있답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재능과 힘을 믿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전, 새로운 창업의 길을 늘 응원합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졸업잔치를 채비하느라 애쓴 우리 맑은샘 어린이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행복하고 뿌듯한 우리들의 졸업잔치를 마음껏 즐겨보아요.
2022. 2. 11
과천맑은샘학교 교장
전정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