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8일 (세계일주여행 340일차 / 우띠 Ooty 2일차)
해발 2500m가 넘는 곳이라 밤에 좀 추웠지만 든든하게 덮고 잤더니 괜찮았습니다. 어제 밤에 덮고 잔 이불 숫자가 자그마치 8겹이네요. (얇은 흰색 커버+담요 4장+얇은 커버+두꺼운 모포 1장+얇은 커버) 밤에 무거워서 가위 눌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피곤했는지 7시에 잠시 눈을 뜬 후 다시 눈 뜬 시간은 9시! 요즘 거의 7~8시가 기상시간인 것을 생각해 보면 참 잘 잔 셈입니다. 주섬 주섬 어젯밤에 빨래해서 널어 놓았지만 덜 마른 바지와 티셔츠를 껴입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옵니다. YWCA 본 건물은 북향으로 지어져서 정말 집이 춥네요. 빨리 햇볕이 있는 거리로 나가고 싶습니다.
타운 중심가인 Commercial Road 쪽으로 걸어가서 론리 지도를 보고 한참 헤메다가 한참 후에야 방향이 잡혀서 일단 St. Stephen 성 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는 길에 Sugar Daddy라는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위치는 위쪽 지도 참조) 치킨 샌드위치는 맛이 그저 그랬지만 12루피짜리 커피는 아주 맛있더군요.
스테판 성당을 향해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힐타운이라 깨끗한 공기를 기대했건만 언덕을 오르는 릭샤와 트럭, 버스들이 힘겹게 내뿜는 매연은 정말 걷기 싫게 만듭니다. 1829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830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닐기리 힐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고 합니다.
천정의 소박해 보이는 나무 대들보들은 120km 떨어진 티푸 술탄의 궁전이 있던 스리랑가빠뜨남에서 코끼리로 옮긴 것이라고 하는군요.
성당에서 식물원(Botanical Garden)으로 걸어가는데 그냥 Church Hill Road 따라 가면 금방 갈 것을 괜히 뒷길로 걸어갔다가 한참 헤맸습니다. 다행히 언덕길을 내려오고 계시는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나서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를 가시던 길인 그 아주머니는 교회 안마당에서 뭔가를 하던 한무리의 학생들 중에서 키가 큰 학생 하나에게 저와 함께 식물원까지 가도록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식물원까지 왔네요. 하지만 뒷길로 돌아다닌 덕분에 조용한 주택가도 산책하고 언덕위에서 마을 구경도 할 수 있었으니 나쁘지는 않습니다.
식물원 앞에는 상가들이 작게 형성되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네요. 입장료는 15루피, 아무도 검사 안하는 카메라 차지는 30루피입니다.
입구에서 외국인들은 간단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동화 나라에 온 것 같은 작은 집 두 채 사이로 넓은 잔디밭이 보입니다.
인도에서 본 것 중 가장 넓은 잔디밭이 아닐까 싶은 이 곳에는 군데 군데 큰 나무도 서 있고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도 있고 벤치가 빙 둘러 놓여 있어 앉아서 쉬기 정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매연이 없으니 정말 살 것 같더군요.
잔디밭 한 가운데 엄청나게 큰 나무도 한 그루 서 있습니다. 나무 밑둥이 장난 아니게 굵더군요.
상당히 넓은 식물원 안에는 온실도 곳곳에 있고 신기한 나무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 키가 거의 100m는 될 것 같은 열대성 나무들과 관성의 법칙을 무시한 듯 가지를 아래로 늘어 뜨린 나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구석에서 신혼 부부인 듯한 사람들이 꽃으로 만든 인도 지도 앞에 앉아 있네요. 우띠는 남인도 최고의 신혼여행지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두 손 꼭 잡고 여기저기 다니는 커플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식물원에서 한참 쉬다가 나와서 Commercial Road 쪽으로 걸어갑니다. 가다가 보니 마을 중심인 듯 상가들이 범상치 않게 펼쳐진 거리가 나오네요. 한쪽 귀퉁이에 PC방이 보여서 들어가 봤습니다(위치 지도 참조). 1시간에 30루피라네요. YMCA에서는 1시간에 60루피라고 하던데 여긴 싸네요! 그리고 노트북도 연결할 수 있고 속도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2시간이나 인터넷을 하다가 배가 고파서 나왔습니다.
PC방이 있는 상가 바로 맞은편에 유스호스텔이라는 간판이 있어 한번 들어가 봤습니다(지도참조). 우띠에는 버스스탠드 근처에 YHA 유스호스텔이 하나 있습니다만 시내 중심에서 좀 떨어진 곳이고 YMCA 도 미토리는 110루피입니다만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이 유스호스텔은 시내 중심에 떡 하니 위치해 있으면서도 내부를 보니 아주 깨끗하더군요. 도미토리는 침대가 10개 정도 있는데 하얀색 침대 시트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한 명도 없더군요. 미리 알았으면 여기로 옮기는 건데 그랬습니다.
점심은 Charing Cross라는 교차로에 있는 Hotel Sanjay 부설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론리에 소개 되어 있고 마침 보이길래 들어갔는데 음식이 좀 싸지 않고 맛도 별로더군요. 아무튼 Charing Cross는 우띠의 가장 중심 거리처럼 보이더군요.
다시 언덕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가서 WWO(Wildlife Warden Office)를 찾아 갔습니다. 사실은 일요일 밤에 마이소르 궁전에 조명이 들어온다고 해서 일요일(내일 모레)에 맞춰서 마이소르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론리를 보다보니 우띠에서 마이소르 가는 길에 있는 무두말라이 국립공원(Mudumalai NP)에서 단 돈 35루피에 40분짜리 미니버스 투어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투어가 아침 7시~9시, 오후 3~6시에만 한다고 해서 국립공원 내 숙소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투어를 한 다음 마이소르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국립공원 내 숙박시설에서 숙박을 하려면 우띠에 있는 WWO에 가서 미리 숙박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까 올라갔다 내려왔던 언덕길을 졸라 열심히 다시 올라가게 된 겁니다.
그런데 힘들게 찾아간 WWO에서 책임자가 내일은 빈방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4인실 도미토리만 남았는데 도미토리라도 쓸려면 방값을 전부다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도미토리 침대 1개당으로 돈을 받는게 아니라 방 하나로 돈을 받는다는 거죠. 그래서 260루피라고 하네요. 음… 좀 억울하지만 그냥 하루 자 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있는 YWCA도 거의 300루피 하니까요. 시설이야 안봐도 무지 열악하겠지만… 일단 신청을 하고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이로써 우띠에서는 오늘 밤까지 2박만 하고 내려가게 되겠네요.
시간이 오후 4시라 좀 애매했지만 로즈가든을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론리에서는 로즈가든이 산꼭대기에 있다는 안내는 없었습니다. 지도를 보고 가보니 오나전 산 꼭대기로 올라가더군요. 그래도 올라온 거 어쩔 수 없어서 계속 열라 올라가긴 했는데 길 건너편에서 바라보니 로즈가든에 로즈가 하나도 없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등산만 하고 바로 내려왔습니다.
아이고.. 힘들어서 내려오는 길에 릭샤를 잡아 탔습니다. 시내 서편의 호숫가에 있는 Thread garden이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 안에 구경 다 마쳐야죠. 릭샤 35루피를 주고 찾아간 이 곳은 보트하우스 바로 맞은편에 있었습니다. 입장료 10루피, 카메라 차지 15루피 해서 총 40루피입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엥? 이게 뭐지요? 그냥 온실 같은 20~30m쯤 되는 길쭉한 가건물 안에 일자로 관람로가 되어 있고 그냥 꽃 몇 송이 심어 놓은게 전부 다네요? 이런 씨레기 같은 곳을 론리에서는 왜 소개해 놓았을까요? 론리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죠. ‘Thread Garden은 분명히 독특한 전시장이다. 전세계로부터 온 150종류의 꽃들이 손으로 꼬아 만든 실을 사용해서 재창조되어 있다. 이 기술은 깨를라 출신 예술가인 Anthony Joseph에 의해 완성되었고 50명의 예술인이 12년간 작업해서 완성시켰다.”
음.. 그러니까 여기 전시되어 있는 것들이 모두 손으로 꼬아 만든 실로 만들어진 가짜 꽃이라는 건가요? 음… 그렇담 좀 볼만하긴 한건데… 이건 좀 예쁘네요.
그런데 위의 사실은 론리를 자세히 읽지 않고 나중에야 찬찬히 읽어봐서 알게 된 것이고요.. 실제로 갔을 때는 ‘이기 머꼬?’ 이러면서 정확히 1분 15초만에 구경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ㅜ ㅜ
Thread Garden 맞은 편에는 Boathouse가 있는데 그냥 가족 유원지 같은 곳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오리보트 타는 곳이죠. 옆에는 범퍼카 같은 놀이기구 두어개 돌아가고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기차표를 예매해 보려고 기차역에 들렀습니다. 2008년이 이 기차역이 생긴지 100년이 된 해로군요. 하지만 기차역 매표소는 4시까지만 일하고 문을 닫았더군요. 내일 다시 와야겠네요.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동안 우띠에서 봐야할 것들을 모두 봤습니다. 하루밖에 안 있었지만 우띠를 총평해 보자면 쉼라보다 훨씬 덜 상업적인 곳이라 좀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완전 조용한 힐타운도 아니고 매연도 심해서 푹 쉬기도 별로인 그런 느낌이랄까요? 중심 거리는 한적하고 운치 있었습니다만 그다지 볼 것도 많지 않고 심심한 그런 산간 마을이네요. 그리고 2500미터가 넘는 산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지만 쉼라나 맥그로드 간즈처럼 산 비탈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아니라 산 위의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힐타운의 모습이 좀 퇴색되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싼 숙소들이 있으니 사람에 따라서는 몇 일 푹 쉬기 좋은 마을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이소르에서 깨를라의 코친(에르나꿀람)쪽으로 이동할 경우 우띠를 들렀다가 코임바토르로 내려가서 에르나꿀람으로 가는 밤기차를 타면 멋진 이동 코스가 될 것 같네요. 저는 꺼꾸로 와서 마이소르에서 기차편도 없는 에르나꿀람까지 긴 시간 버스이동을 하거나 밤기차를 두 번 타야 에르나꿀람에 도착하게 되니 코스가 완전 꼬인거죠.
아무튼 이렇게 해서 2박 2일간의 우띠 여행은 내일로 끝 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국립공원에 한번 가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