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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웃음」 감상 / 박준

작성자아인|작성시간26.06.11|조회수14 목록 댓글 0

웃음

 

   정호승

 

 

개심사에 다녀온 뒤

아파트 베란다에 풍경을 달아놓고

풍경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들리지 않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들리지 않는다

하루는 손으로 툭 쳐서

개심사 해우소 가을 지붕 위에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 소리 같은

풍경소리를 내어보고

그냥 혼자 웃는다

 

    -시집밥값(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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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이들과 흥성대는 한낮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혼자를 동경합니다. 그런가 하면 고요가 적막으로 이어지는 깊은 밤에는 내 곁의 숱한 얼굴을 떠올립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며 한 번 가보지 못한 낯선 여행지를 꿈꾸지만 막상 큰마음을 먹고 떠난 낯선 여행지에서는 늘 먹던 음식과 내 낡은 집이 그리워집니다. 요즘 흔히 쓰는 웃프다라는 말. 웃긴데 슬프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어의 방식을 따라 슬기다라는 말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웃기면서 슬픈 순간보다는 슬픈데 웃어야 하는 순간이 더 잦은 세상이니까. 웃음보다는 눈물이 많은 우리들이니까.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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