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20.성소윤

작품의 의도 생각해보기_3차과제

작성자성소윤|작성시간26.06.08|조회수130 목록 댓글 10

안녕하세요. 이번에 연출자 레포트를 작성하면서 포함했던 내용 중 화면의 의도를 정리한 부분에 관하여 카페에 공유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교수님 의견에 따라 글을 작성합니다.
함께 영상을 봤던 시간에 이미 나온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지점도 있습니다.
좋은 해석들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우선 영상은 여자의 걸어가는 발을 따라가면서 시작됩니다. 이 첫 컷을 통해서는 지금 누군가가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군데 군데 보이는 흙을 통해서 산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등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신발을 통해 인물이 억지로 산길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했습니다.

이 장면을 이렇게 찍은 이유는 첫 번째는 여자 배우의 얼굴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두 번째는 여자의 어깨 너머로 살짝 보이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여자에게는 동행인이 있고, 남자를 따라가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뒤이어 나오는 나무 풍경은 일차적으로 여자가 힘들어서 올려다본 하늘입니다 다만 한쪽은 볕이 강하게 들고 한쪽은 그늘져 잎이 거의 검은색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대비를 주려고 했습니다.  또한 하늘이 나무에 가려져 적은 면적으로 보이는 것도 두 인물의 관계를 암시하기 위함입니다.

그 이후에는 여자의 얼굴이 처음 등장하고, 하이앵글을 활용해서 여자가 일종의 압박을 받고 있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여자의 대사 이후 남자가 목소리로만 등장하는데, 멀리서 소리가 들리도록 편집하여 남자는 이미 여자보다 훨씬 앞서가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의 거리와도 관련됩니다.

이후 남자의 목소리에 대한 여자의 반응을 옆모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표정을 너무 드러내지 않기 위함도 있고, 배우의 옆모습이 유독 예쁘게 느껴져서 이렇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자가 있는 쪽은 그늘지고 여자의 시선 앞부분은 볕이 들어 빛에 나뭇잎들이 흔들리는데, 이 부분도 관객들 입장에서는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여자가 발목이 아프다고 말하면서 남자의 반응을 살피는데요. 남자는 아랑곳 안하고 대답을 않습니다.

아프다고 하는데도 떨떠름한 남자의 반응에 무안해진 여자는 포기하듯 뒤로 누워버립니다. 여자는 이후 남자에게 ‘너도 누워’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남자에게 자신과 함께하기를 요구하는 의미입니다. 그런 여자에게 남자는 ‘괜찮아’라고 말합니다. 요구에는 호응과 거절,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지만 남자는 자기 자신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나는 ‘괜찮다’고 대답함으로써 책임은 회피하되 완곡한 거절을 전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태도를 참을 수 없었던 여자는 몸을 일으킵니다. 이 장면도 풀샷에서 바스트샷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자연스럽도록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편집을 맡은 이승민 팀원이 수고해주었습니다. 이때 여자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상대는 내게 왜 이런 무관심을 보여주는가?’. 여자의 의문은 티셔츠에 적힌 ‘Guess’라는 글자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나올만한 이 장면에서도 남자의 얼굴을 약간만 걸치고 포커싱 아웃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여자인 주인공이 관계의 기울어짐을 ‘느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자를 보여주는 데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남자의 반응에 대한 여자의 표정 변화가 중요한 요소일 뿐입니다.

그러나  마음 상태가 다르더라도 두 사람은 연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이 이 컷과 같은 로맨틱해보이는 장면을 넣고 싶었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장면이 ‘로맨틱한 장면’이 아니라 ‘로맨틱해보이는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실루엣으로만 보이고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으며, 대체로 어둡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나무도 불길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이 장면에서는 여자가 발목을 주물러주는 남자의 손에 자신의 반지 낀 손을 대보는 행위를 함으로써 ‘우리 아직 연인인 거 맞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또한, 여자 반지에는 큐빅이 박혀 있지만 남자의 반지는 여자 반지와 모양만 같습니다. 연인이라는 같은 이름 하에 있는 두 사람의 마음이 다름을 보여주는 장치로 반지를 사용했고, 여자의 반지를 조금 더 화려하게 설정하여 여자의 마음과 남자의 마음 중 기울어진 쪽이 어느 쪽인지 관객들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부러 이 장면은 관객이 관찰할 수 있도록 조금 오래 보여주었습니다.) 미술을 병행해준 이시은 팀원이 반지에 차이를 주도록 의견을 내주었습니다. 

정자에서의 마지막 컷은 여자가 발목 마사지를 하는 남자를 혼자 바라보는 컷으로, 여자의 감정에 대한 여운을 주고자 배우에게 마지막에 남자 얼굴을 한 번 천천히 쳐다보라고 부탁했습니다. 

상가 건물 신은 모두 핸드헬드로 촬영했습니다. 구도 잡기가 어려웠지만.. 촬영 맡은 김재연 팀원과 이승민 팀원이 도와서 바닥에 앉아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촬영을 했습니다. 남자의 태도로 불안한 여자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특히, 촬영을 할 때 여자를 기준으로 헤드룸과 발밑 공간을 많이 남기도록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인물을 애매한 위치에 세워두고 배경과 동떨어진 불안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또한,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드럼 소리도 불안함, 이질감을 조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촬영본을 다시 보고 드럼소리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장면은 측면에서 여자의 얼굴을 촬영하고 최대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남자의 전화 받는 목소리는 현장에서 녹음한 것은 아니고 후시 녹음을 통해 끼워맞추었습니다. 

놀이터 장면을 찍기 위해 섭외한 로케이션이 상상했던 구성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바닥의 격자 무늬가 원근감을 더해주고, 남자와 여자를 기준으로 수평을 이루는 시소와 남자 쪽, 여자 쪽 풍경이 묘하게 다른 점도 좋았습니다. 이때 바람이 매우 많이 불어 촬영에 난항이 있었으나, 바람 때문에 뒤쪽에서 혼자 돌아가는 놀이기구도 이 장면의 서늘한 분위기에 일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는 수평을 맞추어 관객들이 눈 앞에 있는 두 사람과 시소의 기울어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영상이 끝나갈 때 쯤이 되어서야 남자의 얼굴이 나오는데, 이때도 그늘이 생겨 명확하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남자의 반응은 너무 밋밋하고 심드렁해서, 관객들이 남자의 반응을 자세히 보더라도 무언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대신 여자의 얼굴은 보여지지 않지만 관객들은 여자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여자의 반응과 표정이 어떨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산길을 오를 때와 여자의 의상은 달라져 있는데 남자의 의상은 같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만날 때 같은 옷을 입고 오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또 관계적 무게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또다시 여자에게 걷기를 요구하고 먼저 일어나버립니다. 시소가 소리를 내며 여자 쪽으로 주저앉습니다. 시소는 당연하게도 두 사람 사이의 기울어짐을 가장 시각적으로 잘 나타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핵심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멍하니 남자가 걸어간 쪽을 바라보는 여자의 표정은 멍하기도 하고 체념이 보이기도 합니다. 절제되어 있지만 관객이 여자의 감정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크리틱 시간에서 대부분 관객 분들이 제가 의도한 화면을 제대로 읽어주셨고, 일부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해석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의 입장에서 몰입하여 영상의 형용사를 '서운한'으로 받아들여준 것 - 제가 설정한 단어와는 달랐지만, 이 영상을 '여자'의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며 화면을 구성했던 저로써는 의도가 충분히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관객분들께서 다양하게 이야기해주신 덕분에 영상이 실제로 어떻게 수용되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재연 | 작성시간 26.06.09 같은 팀원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촬영 현장의 다양한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완성함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이모티콘
  • 답댓글 작성자성소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사랑합니다🥹
  • 작성자이승민 | 작성시간 26.06.09 같이 프리-프로덕션을 하면서 소윤이가 가진 영화/영상에 대한 열정, 자기 작품을 사랑하고, 잘 해내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본받고 싶기도 하고, 또 같이 촬영을 해나가면서 매순간 너무 즐거웠습니다! 후반작업을 할 때도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습니다. 소윤 덕에 제대로 된 후시녹음도 오랜만에 해보고, 아름답고 알찬 영상을 작업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교수님과 다른 학우분들도 좋아해주셔서 저희 팀도 정말 행복합니다🙂 소윤이 제일 수고 많았어~🫳🏻🫳🏻
  • 답댓글 작성자성소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사랑합니다..😭
  • 작성자김민우 | 작성시간 26.06.11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처음 장면이 특히 인상이 깊었고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아도 관객에게 감정과 상황전달을 한다는게 무엇인지 저도 이 작품을 보면서 하루종일 다시 되뇌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영화화면을 넘어 소윤님이 어떤 감정을 전달해주려했는지 느낄정도 였습니다. 제가 영화를 전공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될 영화 였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