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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길을 달릴 때가 됐다!

작성자鈴木|작성시간10.11.23|조회수74 목록 댓글 0

BE A WILD RUNNER
이제 산길을 달릴 때가 됐다! 
바위, 시냇물, 통나무, 진흙.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산속은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다. 자신과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친 산길을 따라 떠나는 장대한 모험에 필요한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언제부턴가 일반 포장도로를 달리는 게 지겨워졌다. 콘크리트와 자동차 매연에 묻혀 유모차와 자전거를 이리저리 피해다니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제자리 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적잖게 불쾌해진 것이다. 특히 마라톤 대회 등 목표가 사라지면서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신발끈을 매고 아이팟을 챙기면서 지루함을 달래줄 새로운 운동로를 찾기엔 변명거리가 많았다. 그런 까닭에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포장된 도로에서 달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거친 산길에 전심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새로운 환경을 기회 삼아 판에 박힌 달리기의 수렁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 했던가. 첫번째 트레일 러닝 경험이 꼭 그랬다. 장소는 ‘포트그린 파크’라는 여섯 블록 크기의 녹지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공원 가장자리에는 차도가 내다보이는 어린아이 키 높이만한 담장이 세워져 있었고, 바로 그 안쪽을 따라 좁다란 오솔길이 나 있었다. 한 바퀴를 달려도 1km가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나로선 그조차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다리에 차이가 느껴졌는지는 몰라도 마음에는 차이가 있었다. 하여간 달리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뿐만 아니라 진짜 산길을 달려보고 싶어졌다. 장담컨대 트레일 러닝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육상 트랙을 달릴 때의 기분은 버려야 한다.

생각해보면 어려울 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절한 산길을 찾는 것은 지도를 펼치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래서 도움을 얻고자 동호회 몇 곳에 이메일을 보냈다. 뉴욕주 올버니에 사는 한 친구의 추천으로 어느 날 아침 브루클린 도심의 프로스펙트 파크 입구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다. 지오프 데커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198cm의 장신에 달리기꾼답게 늘씬하고 탄력적인 몸의 소유자로, 나처럼 포장도로를 달리는 데 지쳤다고 했다. 공원의 여러 숲길을 한데 이은 6km 정도의 코스를 따라 그가 달음질하기 시작했다. 데커를 따라 담장 곁을 돌다가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바깥의 도로와 공원 양끝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산악자전거용으로 만들어진 작은 골짜기를 따라 턱과 장애물이 가득한 아래로 내려갔다.

며칠 후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자 혼자서 다시 프로스펙트 파크에 갔다. 250만 명이 사는 대형 자치구의 공원이 좋은 이유는 산길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나 숲에 들어가면 산길 혹은 산길 비슷한 것들이 넘쳐난다. 어떤 것들은 따라가면 연못이나 폭포 같은 경치 좋은 목적지가 나온다. 아무데로도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통나무를 뛰어 넘고 산악자전거용 경사로를 올라가다가 말똥을 밟을 뻔했다. 달리면서 구릉과 골을 바라보고, 이따금씩 숲에 몸을 숨기려고 산길에서 벗어났다가 양아치들이 떼어낸 울타리 쪼가리를 발견하기도했다. 그러다가 비둘기가 아닌 새들의 노랫소리에 정신이 팔려 여기가 도심 공원이라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어버렸다.

바로 그순간 숲이 걷히고 평지가 나타나며, 뛰노는 사람들로 가득한 소프트볼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했다. 그때 바스락 소리가 나며 숲에서 두 사람이 뛰어나왔다. 국제경기에 출전한 선수라도 되는 듯한 옷차림이었다. 역시 달리기 복장의 한 여성이 그 몇 미터 뒤를 따랐다. 이내 그들을 따라갔고, 그들은 내 앞에서 능숙하게 언덕을 올랐다. 원래 일행이었는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두 주자들과 여성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더니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토커로 오해받은 것 같아 샛길로 갈라져 들어갔다. 이제 문명을 떠날 시간이다.

▶▶본격적인 트레일 러닝 탐험
‘나의 트레일 러닝 여행’은 일종의 전화 게임 같은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데커가 오랜 친구인 저스틴 해리스에게 연락했다. 둘은 성모마리아 대학에서 같이 크로스컨트리를 한 사이였다. 해리스는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떨어진 히피풍의 이국적인 마을인 뉴펄츠에 살았다. 소프트볼 경기장 따위와 맞닥뜨릴 일이 없는 진짜 숲들을 그가 소개시켜줬다. 한편 나는 올버니 육상협회의 거물인 조시 멀리스가 추천해준 제이 프리드먼에게 연락했다. 그는 마침 해리스가 일하는 ‘샤완겅크 육상용품점’의 새로운 행복의 길을 찾아 숲으로 달려간 한 도시인을 만나보자.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게 이제 식상해졌고, 뭔가 다른 코스를 찾는 것은 숙련된 러너에게는 공통의 고민거리인가보다. 산속 숲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 이것은 이 남자에게 어떤 인식의 확대를 가져다주었을까?

공동 소유주였다. 나는 해리스와 프리드먼을 따라 산길로 가득한 샤완겅크 산맥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처럼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면 육상용품점 주인이 수준급의 실력을 갖췄으리라는 것쯤은 짐작했을 것이다. 그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달리기광일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고 보니 프리드먼은 2시간 40분의 완주기록을 보유한 특급 마라토너였고, 해리스는 철인삼종경기 프로선수였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기가 죽었다. 2시간 40분 기록의 마라토너와 트라이애슬론 선수 이렇게 둘과 함께 일반 도로에서 달렸다면 정말 뼈저리게 치욕적인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나만 흙먼지 속에 남겨둔 채 둘이 앞서나갔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트레일 러닝은 다르다.

프리드먼이나 해리스 같은 이들이 숲에서 달릴 때 목표는 개인기록을 세우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달리기에 온몸을 맡기고, 나 같은 왕초보도 발맞춰갈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아는 열정적인 달리기꾼들은 대개 도로에서 달릴 때 속도 조절과 주행거리에 목매달고, GPS 장치와 심박측정기를 몸에 연결하곤 한다. 효율과 성적, 시간측정, 그리고 기록경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세계다.

내가 떨린다고 말하자 프리드먼은 웃음을 터뜨렸다. “트레일 러닝을 한다면 대부분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지요.” 그가 말했다. “먼거리를 가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달려요. 그리고 저는 트레일 러닝을 기록 때문에 하는게 아니에요.” 그럼 왜 하시는데요? “보시면 압니다.” 우리는 상점의 또 다른 주인인 잰시어와 함께 차를 타고 샤완겅크 산맥 능선을 향해 출발했다. 뉴펄츠 너머로 거대한 절벽이 모습을 드러내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곳은 동부에서 제일가는 트레일 러닝 명소 중 하나로, 150km에 달하는 널찍한 찻길과 더불어 기나긴 중상급 난이도의 싱글트랙(singletrack, 좁은 길)을 자랑한다.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마라톤, 트라이애슬론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곳이다. 그들은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고, 점심은 달리기로 때운다. 그리고 저녁식사때 회포를 푼다. 우리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를 앞장세워 바위투성이의 산길을 한 줄로 헤쳐나갔다. 그는 민첩하게 움직이면서도 남을 배려해 지나치게 빨리 가지는 않았다. 더욱이 좁은 싱글트랙에서는 자연히 실력 차이가 좁혀들게 마련이다. 두세 번쯤은 길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걷지 않고는 방도가 없었다. 달리기 도중에 걸으면서 죄책감이 들지 않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고지에 이르러 경사가 줄어들자, 숲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100m짜리 절벽과 허드슨 강 저편까지 뻗든 광활한 경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트레일 러닝의 배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때로 발밑에 집중하느라 그런 경치를 바로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흔히들 아는 트레일 러닝 코스는 안 쓰는 기찻길을 산책용으로 바꾼 것이다. 일반 도로에 비해 눈요깃거리도 많고 무릎에도 편해 시골길을 달릴 때나 매한가지다. 한편 험한 산간에서 하는 트레일 러닝은 지속적인 주의를 필요로 한다. 자칫 경치에 너무 오래 빠져 있다가는 발목을 삐거나, 심하면 머리를 다칠 수도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내내 서너 수 앞을 내다봐야 하는 테트리스를 할 때처럼 정신이 없다. 오른발은 쓰러진 나무 왼편에 딛고, 왼발은 흔들거리는 바위를 피해 길게 뻗고… 한발 한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법이 없어 온몸과 온정신을 쏟아부어야 한다. 아픔과 지루함을 잊고자 멍한 정신을 유지하는 게 핵심인(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도로 달리기와는 완전히 정반대다. 물론 산길에도 부상의 위험이 있지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다. 나는 암석지대를 지날 때 특히 집중해야 했다. 발목이 약해 까딱 발걸음을 잘못 옮겼다간 접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도로에서 달릴때는 늘 아이팟이 필요했다. 그게 없으면마치 앞바퀴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졌다. 하지만 도시의 각종시설에서 나는 탁한 소음도, 그보다 성가신 경적 소리와 사이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에는 음악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아예 불필요하다. 그와는 다른 배경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새들의 노랫소리,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 동물들의 울음소리. 한 번은 무언가 짖는 소리를 듣고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코요테 소리 아냐? 거의 다 와서 그만 지치고 말았는데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다리도 쑤셔댔지만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우리가 얼마나 왔는지 물어봤다. 그렇지 않은 걸 알면서도 정말 멀리 온 것처럼 느껴졌다. 트레일 러닝을 하면 더 힘이 들기 때문에 실제 거리보다 멀게 느껴진다고 프리드먼이 말했다. “10~11km쯤 왔을 텐데, 체감거리를 고려해서 13km라고 해두지요.” 내가 “좀 걷기도 했잖아요” 라고 지적하자 그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것도 트레일 러닝의 일부예요.”


▶▶도시 밖으로 가다
트레일 러닝을 진지하게 계속하려면 도시 밖으로 가야 한다는 게 꽤나 명백해졌다. 마침 6월에 짧은 휴가가 생겨 가족과 함께 뉴욕주 록스베리 외곽 캐츠킬 산맥 한자락에 별장을 빌렸다. 거기 머물면서, 허드슨 강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옛 기찻길 위에 만들어진 31km짜리 ‘캐츠킬 관광산행로’의 일부를 달렸다. 굴곡이 별로 없는 평탄한 숲길이었지만, 보통의 기찻길을 이용해 만든 산길에 비하면 땅바닥이 울퉁불퉁했다. 트레일 러닝을 살짝 맛만 보았을 뿐인데 숲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벌써 달라지고 있었다.

하루는 ‘마인킬 폭포’를 지나갔다. 푸르게 우거진 숲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가 마치 하와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걸 놔두고, 지금 달리는 길과 숲속에 나 있는 다른 오솔길들을 보며 이걸 이어붙여 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긴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읍내에서 자연 산책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오르막길로 직진해서 돌계단을 뛰어오르고, 버려진 기찻길을 넘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막 비가 와서 돌이 미끄러웠다. 하는 수 없이 걸으면서 약간 실망한 기분에 빠져 있는데, 문득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명언이 떠올랐다. “그것도 트레일 러닝의 일부예요.” 경사가 점차 줄어들자 이리저리로 맘껏 달릴 수 있었다.

천연 오솔길에서 ATV(all-terrain vehicle, 전지형 만능차)가 달리는 험한 산길로, 오래된 찻길로, 급기야는 뜻밖에도 나인 홀 코스로 이어지는 골프카트길이 나왔다. 내 오른쪽 30m 멀리에 골프공이 떨어질 때까지 페어웨이(골프 코스) 위를 달렸다. 그쪽에 인사를 건네고, 숲으로 들어가 다시 원래 길로 돌아갔다. 오솔길을 찾아 헤매는게 너무 새롭고 신나는 경험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눈 깜빡 할 새 15분이 흘렀고, 주차장으로 돌아오기까지 45분이 걸렸는데 그게 20분처럼 느껴졌다. 틈만 나면 강박적으로 시계를 보는 나로서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일주일 후 집에 돌아와 브루클린의 공원길로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는데, 프리드먼이 나를 다시 불렀다. 뉴펄츠에 와서 지난번만큼이나 무시무시한 경력을 가진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또 한바탕 달리자는 것이었다. 한 명은 마이크 핼스테드로 트라이애슬론을 부업으로 뛰는 그 지역 수의사였다. 1999년 캐츠킬에서 열린 초고난이도의 ‘급경사 트레일 러닝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다른 한 명은 지미 버프로 라디오 우드스톡의 연출자였다. 그는 한번에 8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트레일러닝 마니아였다.

핼스테드가 역시 트레일러닝 베테랑인 노란 털의 애완견 카이를 데려왔다. 나중에 핼스테드에게 그 같은 트라이애슬론 실력자에겐 트레일 러닝이 싱겁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저는 날씨나 숙련된 산악 달리기 꾼에게 시냇물은 색다른 긴장감을 준다. 템포를 잘 못맞추거나 균형을 잡지 못하면 신발을 적시는 수밖에 없다. 시간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도로에서 달려요.” 그가 말했다. “트레일 러닝이 훨씬 더 재밌어요. 제게 도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가 못하거든요. 관절에도 안 좋고, 목이 벌겋게 탄 나스카(NASCAR, 전미자동차경주연맹) 사람들에게나 어울리지요.

그리고 산길에서는 카이와 함께 달릴 수 있어요.” 버프는 숲을 처음 찾게 된 계기가 “도로 달리기가 질려서”라고 했지만, 산길을 달리면서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했다. “어릴 때 숲에서 자주 놀았어요. 트레일 러닝을 하면서 당시의 즐거움과 자유분방함이 되살아났죠.” 그가 말했다. “끊임없이 바뀌는 지형에서는 아무리 오래 달려도 신이 나요. 정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아요.” 우리는 ‘한 덩어리 산길Undivided Lot Trail’이라는 싱글트랙에 도전했다. 이 코스는 그 유명한 모홍크 산장에서 출발해 언덕을 내려가자마자 처음에는 완만한 경사가 나오고 나중에 가서는 가팔라지는데 곳곳에 급경사도 있다. 길이 험한 만큼 그 경치 또한 걸작이었다. 이번에는 캐츠킬 산맥의 심장부를 향해 서쪽을 볼 수 있었다.

버프는 후미에서 달리면서 가끔씩 뒤처졌는데, 내가 숨이 차서 헐떡일 때는 가까이 와서 보조를 맞춰주었다. 핼스테드는 트레일 러닝에 도가 터서, 사람 머리만한 바위들로 뒤덮인 내리막길 직선코스에서도 거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나 같으면 그런 곳에서 매 걸음을 신중히 골라야 했다. 두 사람 모두 여기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길 중 하나라고 했다. 난이도가 높다는 게 한 가지 이유였다. “한 발 한 발에 집중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지요.” 핼스테드가 말했다. 산길의 끝에는 또 다른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 스플릿록(Split Rock, 갈라진 돌)이라 불리는 전원풍의 깊은 연못이다. 폭포에서 흘러나온 맑은 물이 두 바위 사이를 채우고 있다. 핼스테드가 먼저 물에 뛰어들었고, 카이가 따라 들어가 행복한 표정으로 개헤엄을 치며 원을 그렸다. 나도 머뭇거리다가 결국 들어갔는데, 물이 끝내주게 시원했다. 고생 끝의 낙이었다. 도로 달리기에는 이런 보상이 없다. 기껏해야 냉수 샤워나 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뉴펄츠로 이사할까?

▶▶한층 더 대담해진 트레일 러닝
일주일 후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더 담대한 모험을 감행해보기로 했다. 적어도 마음속에는 그랬다. 프리드먼은 14K 트레일 러닝 경기에 나가보라고 권했다. 하지夏至 기념 러닝은 뉴 펄츠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로 하지에 가장 근접한 날에 미네와스카 주립 공원에서 열린다. 14K 트레일 러닝은 참가자 모두를 완전히 지치게 하는데 특히 대부분이 경사가 높은 지대의 러닝으로 구성된 처음 반의 경기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 러닝은 당신이 해왔던 어떤 것보다 더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라고 프리드먼은 말했고, 나도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경주는 미네와스카 강 근처에서 시작되었고 약 6km를 지난 후부터의 지형은 계속해서 경사진 길로 치닫고 있었다. 답답하고 습기찬 공기와 32℃를 넘는 뜨거운 온도에 마치 바지주머니에 무엇을 잔뜩 집어넣고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 경주에 참가하기 전에 맨해튼의 집 의자에서 미국팀과 알제리팀의 월드컵 축구를 응원하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그리고 난 후 차에 올라타 교통체증으로 인해 두 시간 동안 자동차 속에서 꼼짝 못하고 갇혀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두 시간 전에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경기와 관련된 안내서를 받았다. 경기에 참석한 사람들이 언덕을 올라가기 바로 전에 겨우 선수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프리드먼, 해리스 그리고 핼스테드는 선두권에서 경기를 달리기 코스를 아스팔트로 되어 있는 도로에서 험한 산길로 바꾸는 것은 완전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진행하고 있었지만 나는 중간에 겨우 끼여서 힘겹게 달리고 있었다. 산악길은 계속 언덕을 향해 치닫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거의 정상에 도착했을 때, 산악길은 약간 우스꽝스런 정경을 보여주고 다가왔다나가곤 했다. 그러곤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는데 그것이 바로 미로 속에서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허드슨 계곡이었다. 마지막으로 출발선으로부터 6km 정도 지난 곳에 도착하자 정상처럼 생긴 곳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경기 중 물을 먹는 두 곳 가운데 한 곳이었다. 경험이 재평가를 동반할 경우에는 특히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게 된다. 트레일 러닝을 한 달 동안 노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뉴펄츠에 갈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한 달 동안의 트레일 러닝 자체가 나의 인생 모든 것을 바꾸어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수행한 트레일러닝을 통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 경기가 끝나고 얼마 후에, 친구들과 주말에 북부지방에 다시 가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아침에 그중 몇명과 트레일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었고, 한번도 같이 뛰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숲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들과 주위의 자연환경에 맞추어 보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트레일 러닝을 마치고, 이런 계곡물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여차하면 달려들어도 좋다.

뛴 거리가 5km인지 10km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만약 트레일 러닝을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에서 가슴 깊은 곳에서 포장도로를 계속해서 쿵쾅거리면서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강한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평평하고 완만한 도로보다는 내가 개 발한 ‘나의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크로스 컨트리 러닝을 추가해보았다.

이 공원길은 잔디밭이 있고 여기에서는 가끔 축구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프로스펙트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받쳐놓고 숲속에서 나자신을 최대한 내려놓은 채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한다. 물론 이것은 뉴펄츠에서의 경험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그 세계에 대한 노출로 인해 나는 러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트레일 러닝은 자기자신에 대한 깊은 명상과 같은 것으로 주위 환경과 자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예전의 확정된 길이나 정형화된 루트 그리고 아이팟을 들으며 뛰는 러닝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트레일 러닝이 우리 일상의 스트레스와 책임감을 벗어던지게 한다는 사실을 가끔 잊는 것 같다. 거기에는 일종의 자유가 있으며,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예측 가능한듯 보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심오한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물론 우리집 정문 앞에서부터 바로 42.195km정도의 진흙창 트레일이 시작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가 뛰는 트레일 러닝의 코스나 환경을 바꾸게 된다면 더욱 흥미있는 트레일 러닝이 될 것이다. 때때로는 조금 멀리 여행을 떠남으로써 일상적으로 널려져 있던 것들이 그리 나쁘진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SAY WHAT?]
트레일 러닝 전문용어 파헤치기

1 소방도로 혹은 더블트랙
차가 지나갈 수 있는 넓은 산길. 소방도로는 아스팔트 대신에 흙이 깔려 있다는 점만 빼면 일반 도로와 같다. 즉, 다리에 무리가 덜 가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그리고 운동 후에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2 싱글트랙
숲속이나 산속, 호수 주변에 나 있는 좁은 산길. 호연지기가 넘치는 장소들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피로나 배고픔, 더위, 추위 등을 잊는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3 달릴 수 있는 길
너무 까다롭거나 경사가 가파른 산길 구간은 달려서 지나는 게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달릴 수 있는 길을 걸어 올라갔다면 그건 당신이 약골이라는 얘기다.

4 스위치백
미칠 듯한 급경사를 올라가기 쉽게 만들어주는 갈지자之 모양의 산길. 스위치백 덕분에 언덕도 달려 올라갈 수 있다. 거리는 배로 길어지지만 4배는 쉬워진다. 쪽팔릴 위험도 적다.

5 노출
궂은 날씨가 아닌 좁은 산길과 수십 미터 높이의 낭떠러지에 의한 위험 가능성. 전방에 노출이 있다는 말은 절벽이나 튀어나온 바위 턱, 목재 다리 등이 있으니 실수하면 다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고를 들으면 안전한 길이 나올 때까지 쓸데없는 잡담은 멈추는 게 좋다.

6 쓸림Chub Rub
양 허벅지 안쪽이 자꾸 쓸리면 살갗이 벌겋게 되고 아프다. 꼭 살찐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다.

7 얼레리 꼴레리
여성에게 추월당하는 것.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마초 남성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치마를 입은 여성일 때도 있다. 독한 여성 트레일 러닝꾼은 치마를 입는다. 섹시하다. 그리고 남성보다 빠르다.

8 뒤에 자전거!
트레일 러너들이 서로 위험을 알리려고 외치는 여러 감탄사 가운데 하나. 이외에도 “개 조심!”(광견병에 걸린 개 혹은 그냥 사나운 들개가 일행 전방에 있을 때)이나 “나뭇등걸!”, “뿌리!”, “구멍!” 등이 있다.

9 핸드헬드
손잡이가 달린 물병. 마실 물을 등에 멘 배낭이나 허리춤에 보관할 수도 있지만, 수 킬로미터씩 달릴 때는 물병을 손에 쥐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트레일 러닝꾼들의 상체가 그토록 탄탄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10 바위, 나무뿌리, 거칠고 험준한 암벽
트레일을 하면서 당신이 집중해야 하는 것들이며 이것을 소홀히 대하게 되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때때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때도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가끔은 섹시한 상처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 트레일 러너는 이런 섹시한 상처를 얻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11 트레일의 기점
행복한 파란 도로사인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여기가 바로 당신이 시작해야 할 포인트 점이다. 트레일 러닝에 한번 중독되면 트레일 시작 기점만 봐도 (마치 개가 스테이크 냄새를 맡고 킁킁거리며 집착하는 것처럼) 당신도 트레일을 하고 싶어 안달을 내게 될 것이다. 국립공원만 봐도, 주립공원만 봐도, 어느 장소든 트레일만 할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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