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노랖의 역사는 모르긴 몰라도 인류의 태동과 함께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송나라 시절 학당에 가기 싫어하는 될성부른 대륙의 노랖 조상이 "어마마마! 1시간!! 딱 1시간만 GTA(Grand theft kAifeng) 하고 공부할게요!!!" 라고 말을 했을 때 송나라의 어머님들은 1시간을 정확하게 잴 시계를 원했고 그러한 바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것이 바로 소송(蘇頌)이 만든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라는 물시계이다. 1088년에 만들어진 이 시계는 시간을 정확히 알려줌(당시 기준으로는)은 물론 알람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못된 시계는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노랖들이 타도해야할 적이었다. 게임은 하루에 100시간!
위 시계 복원 작동 영상
지난화 줄거리 : 스파이 20시간 해도 처음부터 스파이를 잘하는 뉴비도 있다. 나라던가 나라던가 나라던가
1편 : 왜 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2편-(1) : 왜 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1)
2편-(2) : 왜 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2)
3편 : 역사가 핵무기가 되는 과정
4편-(1) : 4편 종특과 운명의 만남에 저항하기 (1)
4편 : 종특과 역사적 운명에 저항하기 (2)
역사가 우연인가 필연인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건 운이 나빠서인가 예정된 수순이었는가? 왜 독립운동가들은 열심히 독립운동을 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였는가?
인간의 노력만으로 운명을 뒤엎을 수 있는가? 절레절레.........OTL 아! 그렇다면 노력같은 건 할 필요가 없는 건가?
대체 역사가 이루어지는 조건과 인과관계란 파고들수록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속편한 해답 중 하나는 이 모든 것이 전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폴 벤느(1930~) 같은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하는 할배 중의 하나이다. 폴 벤느는 역사가 이루어지는 요소를 다음의 3가지로 구분했다.
(1) 운
(2) 시대적 배경
(3) 인간의 의지
즉 한 가지 요소가 우월해도 이 요소가 다른 요소들에 비해 부족하면 비슷한 길을 걸어도 역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좀 어려워 보이지만 모든 역사를 이 3가지 요소를 대입해 놓고 보면 조금 명쾌해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조선이 일본이 식민지가 되었을 때의 상황을 보자.
(1) 운 : 조선은 당시 운이 상당히 나쁜 축에 속했다. 세도정치, 병신왕과 병신왕비, 나라가 사실상 외침이 없어도 망해가는 상황에서 열강의 침탈이 이루어졌다. 나라꼴 관리못한 자기들 탓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선 500년 와중에 이 무렵이 가장 노답이었던 시대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이외에도 미국이 하필 이때 필리핀을 세력하에 넣으려 했다던가(카츠라 태프트 조약의 원인이 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조선과 달리 내전이 한창일때 열강이 지들 일 하느라 간섭을 별로 못한 것에 비하면 국내외적으로 모두 운이 나쁜 상황이었다.
(2) 시대적 배경 : 조선은 지리적으로도 외부의 정보를 얻기 힘든 동북아시아 안쪽 반도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국가 자체적으로도 외부에 관심을 끊고 살았고 세계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부족했다. 마침내 근대 서양 문명의 힘과 마주할 순간, 그것도 하필 식민지 도전과제가 한창이던 제국주의 시대에서 만나는 순간 조선이 쓸 수 있는 카드 자체는 근대 문명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형편이었다.
(3) 인간의 의지 : 국사시간에 배운대로 갑오개혁도 해보고 늦게나마 열강들의 정체를 알고자 탐방단도 파견하고 나중에 나라가 위태로우니 개인적으로 의병도 일으키는 등, 당시 조선인들이 나라를 어떻게 잘 해보고자 하는 의지는 확고했다.
그러나 19세기 말 조선인들의 그 확고한 의지가 실현되기엔 운도 나빴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넘을 수 없었다. 라는 식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불쾌해지는 경우도 이를 통해 이야기 할 수 있다. <아프니까 메딕이다>, <격수형 인간>, <UGC 상위권 사람들의 습관 100가지> 같은 책들은 운(1)과 시대적 배경(2)을 무시한 채 인간의 노력(3)만을 강조한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처지 하나하나를 다 살펴보지 않은 채 망한 인간이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거라고 은연중에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도 안 하고 앉아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망단단 같은 놈들이 세상에 없는 건 아니지만 시리아에서 화학무기에 맞아 죽어가는 애들보고 애새끼들이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거라는 막장스런 논리 이상을 자기계발서에서 찾기란 힘들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에서 '성공하는 습관 100가지를 다 따라해도 내일 문화상품권 사러 가다 급발진된 차에 치이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라고 적어놨다간 책이 팔릴 리가 없다. 이런 노력만능주의는 자기계발서란 책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론 성공하는 놈들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자기계발서 보다는 차라리 폴 벤느 할배의 책 같은 걸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Q) 과연 사람이 노력을 하면 총알도 피할 수 있을까요? (A) 매트릭스 보니까 가능하던데?!
자 그럼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종특의 시간이다. 과연 종특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아주 재수가 없어서 망팀만 골라서 가지 않는 한 퍼즈섭 유저는 종특을 실현시키는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종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기도 하는데 자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연 '종특'이 일어날 때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종특 시연측]
- 조급한 마음에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평소보다 긴박하고 다급하게 게임을 한다. (2)
- 진지하게 이기고 싶어하는 유저는 자기 킬댓 따위 신경 안 쓰고 일단 수레에 뛰어들고 본다. (3)
- 형세가 팽팽해진 순간에 히든카드로 결정적인 우버가 튀어나와 다 때려부순다. (1)
- 가끔 막판에 랜크 같은 게 한방 크게 터져서 적의 주요인물, 엔지, 메딕, 헤비 등이 싹 쓸려나간다. (1)
- 스파이들과 페인충이 수레에 조금씩 달라붙어서 아주 조금씩 수레를 밀어가다가 결국에는 몇 초 안 남은 상황에서 수레를 집어넣는다. (3)
- 팀이 질 것 같으면 도망자가 속출한다. 그런데도 어쩌다보면 이겨있다. 그리고 도망간 비겁자들은 "헐 1포까지 왔는데 이겼네 ㅋ" 같은 눈뒤집어지는 말 한 마디씩을 빼놓지 않음. 자네 같은 사람들이 지구의 문제야! (1)
- 최후의 순간에 가서 갑자기 메딕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음. (2)&(3)
[야이 시발 종특 개객기야 측]
- 여태 잘 막아서 게임이 끝나갈 무렵 이제 학살타임 때 킬딸에 심취해보려고 하는데 어느순간 보니 팀이 져있다. (1)
- 한 30초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눈앞에 헤딕 우버가 하늘에서 떨어져 나타난다. 야생의 무적 헤딕이 나타났다! (1)
- 잘 막고 있었는데 지나가다 눈먼 유탄 밟고 우리 우버딕이 리스폰으로 승천. (1)
- 종특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면 긴장하고 매우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플레이를 해서 완벽한 효율을 추구하지만 앞에 있는 팀원들이 하나둘 무너져가고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혼자 막기는 역부족이라 느끼며 패배자의 심정이 됨. (2)
- 일부 못난이들이 아직 30초 남았는데 다 이겼다고 콩가를 추면서 놀거나 스파이나 봉캇은 상대 1포까지 원정가서 학살타임 레크리에이션 준비중. 자네 같은 사람들이 지구의 문ㅈ.... 으앙 재성해여 아프로 아나면 대자나여! (3)
- 최후의 순간에 가서 스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음. 특히 학살타임용 스카웃 (2)&(3)
(1) 운
(2) 시대적 배경
(3) 인간의 의지
이처럼 종특이 발현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야말로 온갖 운빨, 개개인의 노력, 그리고 게임 상 배경(노력해도 힘든 더볼 3라라던가) 등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퍼즈섭에서 종특이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가설로는 아무래도 트롤을 극히 배척하고 화력을 추구하는 특성 탓에 서버의 배경 자체(2)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되어있고 이로 인해 개개인이 마지막까지도 추하게 승리를 위해 발버둥치는(3)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닌 경우도 있다. 방어하는 주제에 노메딕 노엔지 3격수 8파이로 나머지 올스씨 팀은 게임의 배경상(2) 이미 밸런스가 불리하게 만들어져있고 이런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있는 팀은 각자의 공명만 추구할 뿐 이들이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3)하기를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다. 이런 팀이 이기기 위해선 로또급이나 번개를 7번 맞고 살아나는 정도의 희대의 운빨(1)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망팀이 망하는 건 아무도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개념은 그렇게 새로운 것까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살았던 맹자가 남긴 이야기를 보자.
天時不如地理(천시불여지리) - 하늘의 때라는 것은 지리의 이점만 못하고
地理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 - 지리의 이점이란 인간의 화합만 못하다.
- 맹자 공손추 장구(公孫丑 章句) 하편
팀포식으로 말하면 [랜크는 맵빨만 못하고 맵빨은 팀 플레이만 못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팀' 포트리스 플레이어들이 실로 새겨야 할 마음가짐이다.
확실히 분명 같은 맵인데도 어떤 팀은 수레를 밀고 어떤 팀은 수레를 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공수교대를 통해 같은 맵을 2번 하는 경우 이런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그러니 우리 모두 서버에서 역사적 순간을 만들려면 메딕 좀 합시다. 아..... 저는 거주카로 10킬만 하고 메딕할게요 진짜임!
[다음화 예고]
종특 종특 하다보니 종특이란 말이 퍼즈섭 뿐 아니라 요즘 들어 넷상에서 많이 쓰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카메라를 깨먹으면 "과연 한국인 종특은 활쏘기야!" 라고 감탄하는 것이 그 예이다.
과연 역사적으로 종특은 실존하는 것일까? 한쿠긴들은 고구려 시절부터 활을 잘 쏴서 요즘도 활을 잘 쏘는 걸까? 온라인 FPS나 MMORPG를 할 때 악명높은 킴취맨의 비매너는 오래전 조선시대까지 그 근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일까?
과연 한쿠긴 종특의 정체는 무엇인가!?
[요약]
퍼즈섭에서 종특이 발생할 때는 운, 시대적 배경, 노랖 개개인의 의지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