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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3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당선작

작성자가야금|작성시간15.04.10|조회수35 목록 댓글 0

 

2013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당선작

 

  화병

 

                            - 김기주

 

 

 절간 소반 위에 놓여 있는

 금이 간 화병에서

 물이 새어 나온다

 물을 더 부어 봐도

 화병을 쥐고 흔들어 봐도

 물은 천천히, 이게

 꽃이 피는 속도라는 듯

 조용하게 흘러나온다

 아무 일 없는 외진 방안

 잠시 핀 꽃잎을 바라보느라

 탁자 위에 생긴 작은 웅덩이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꽃잎보다 키를 낮출 수 없는지

 뿌리를 보려하지 않았다

 

 한 쪽 귀퉁이가 닳은 색 바랜 소반만이

 길 잃은 물방울들을 돕고 있었다

 서로 붙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물방울들에게,

 가두지 않고도 높이를 갖는 법을

 모나지 않게 모이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무릎보다 낮은 곳

 달빛 같은 동자승의 얼굴이

 오래도 머물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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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월간 모던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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