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 대길이
고 은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 오듯 읽었지요
어린 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 하고
지게 작대기 뉘어 놓고 먼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 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새우는 불빛이었지요
고 은, 1933, 8,1, 전북 군산
등단: 1958, 시 '폐결핵'
군산고등학교 중퇴
2014 제 6회 노르슈드 국제문학상
제 53회 스트루가 국제시축제 황금화관상
2011 아메리카 어워드
2008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부문상
2007 제 5회 영랑시문학상
그리핀 시인상 평생공로상
2006 제 3회 시카다상
2005 비외른손훈장
2002 뭄화관광부 문화의 날 은관문화훈장
2014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평화친선대사
2010 세계작가페스티벌 부위원장
2008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2007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2005 제 4회 베를린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
2001 세계한민족작가연합 회장
1974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간사
1964 금강고등공민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