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춘화의 성격
ㅡ 그 해학성과 낭만성
홍용선(전 홍익대 교수)
원래 우리나라의 춘화는 단순히 도색적인 성희만을 노골적으로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인간사의 하나이자 자연스러운 삶의 표정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춘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는 달리 우선 사계절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자연주의적 서정성을 담고 있다는 데에 크게 구분된다.
봄날의 들판이나 산등성이, 깊은 산속이나 계곡가, 잡목이 우거진 언덕이나 달밤의 연못가,
우물이나 방앗간, 집안의 뒤뜰이나 담장가 등 생활주변에 얼마든지 있을법한 자연 속에서의
남녀 성행위가 두루 담겨 있고, 이렇게 자연속에서 이루어지는 남녀간의 성희 장먼을표현한
작품들에서 또한 수준이 높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전 (傳) 김홍도 춘화
실내에서의 장면도 기방이나 안방, 사랑방이나 대청마루 등 매화분재나 국화화분이 배치된
방안, 죽석도(竹石圖) 족자가 걸린 사랑방, 두껍닫이에 화조화가 그려진 안방 등이 나타나고
등장인물도 처녀와 총각을 비롯해 기방에 출입하는 남정네와 기생들, 주인과 여종, 승려와
아낙네, 사대부와 양가집 아낙, 노인 부부, 한 남자와 두 여인의 혼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
양하다.
전 (傳) 김홍도 춘화
진달레가 흐드러지게 핀 들판과 새순이 나와 늘어진 버들가지, 대나무와 잡목으로 우거진
산등성이와 여름밤의 계곡, 휘영청 뜬 달밤, 대숲과 장독대가 있는 아늑한 후원이나 초가집
의 은밀한 뒤뜰가, 달밤의 연못 등 남녀간의 성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성과 계절감을 실감
나게 포착하고 있어 그 성행위가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주변의 자연경관에 의해 그 홍분된 감
정이 적절이 분화, 삭혀지고 있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띤다.
이런 꾸밈 없고 가식없는 표현들이 자연주의적 서정성이나 낭만성과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격조와 품위를 형성해, 감칠맛과 사랑스러운 맛까지 내주는 것이 바로 우리 춘화가 갖는 독
특한 맛이요 멋이라고 할 만하다.
춘색만원 신윤복
게다가 뛰뜰에서 벌어진 처녀총각의 성희장면에 배치한 나무절구통과 절구공이, 절에 온 양
가집 아낙과노승의 성희장면을 문틈으로 몰래 훔쳐보고 있는 승방의 동자승, 대청마루에서
벌어진 집주인과 하녀의 성희를 훔쳐보는 댕기머리 하녀의 달아오른 몸짓과 표정, 소복한 한
젊은 과부가 담장가에서 벌어진 개들의 교미를 재미 있게 바라보는 장면, 인물은 등장시키지
않고 달 밝은 밤 사랑방 댓돌에 한 쌍의 남녀 가죽신만을 나란히 그려놓은 장면 들에서는 일
종 의 해학성과 함축미, 여백미까지 돋보여 보는 이들을 저절로 미소 짓게 해준다.
우리나라의 춘화에는 대부분의 여인들이 무심하고도 무덤덤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중
년의 남성이 방안에 뛰어 들어와 옷을 훌훌 벗어부친 채 레슬러같이 덤벼드는데도 긴 담뱃대
를 물고 있는 여인은 외면한 채, 아랑곳하지도 않는듯이 누워있는 표정을 비롯해 각종 포즈
로 성희를 벌이고 이는 여인들의 표정 또한 한결같이 은근하고 다소곳한 표정들이다.
이러한 표현은 중국이나 일본의 춘화에서 보이는, 여인들이 눈을 뒤집고 입을 크게 벌려 괴성
과 신음을 내는듯한 안면의 과장된 표정묘사들과는 극히 대조되는 표현들이다. 그래서 우리
춘화는 은근한 관능미와 소박한 절제미까지 동반한다. 이러한 미의식들이 동시기에 그려진 중
국이나 일본의 춘화와는 구분되는 조선적인 춘화의 품위와 예술성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조선사회에서도 익히 알려진, 명.청대 중국의 도색화는 혼교장면이 많으면서 주로 화려하
고 섬세한 궁중취향을 짙게 풍긴다. 또한 일본의 에도시대 이후 우끼요에(浮世畵) 춘화는, 가볍
고 간결한 선묘와 색감을 써서 화면의 인물과 배경의 실내장식이 번다하고 복잡한 실내풍경을
주로 보여 준다. 또 남녀간의 성교장면도 성희중이거나 삽입하기 직전의 포즈에서 성기와 안면
의 표정에 노골적인 관능미를 넘어선 괴기스럽고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심한 과장이 이루어지고
오히려 성행위의 감정을 뒤틀리게 할 정도로 그 표현을 극대화 시켜놓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조선후기의 우리 춘화에서는 자연스러운 인간 그대로의 꾸밈없는 성행위와 은근
한 관능미, 소란스럽지 않은 성풍습에서 자연과 계절감과의 조화를 이루는 서정성과 낭만성, 저
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해학성을 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춘화는 한마디로 엄격한 유교사회와 선비정신 속에서 태어난 '성리학적 춘화도'
또는 '선비적 춘화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계간문예'창간호에 실린 글로서 동오재의 독자를 위해 그 마지막 장을 전재한다. 사진 설명의
傳이라함은 전해오는 이야기란 뜻이다.
소년전홍 신윤복
월하정인 신윤복
참고도판 일본 우끼요에 의 춘화
혜원의 춘화 추가
기방무사 ( 妓房無事)
방안에서 남녀가 무슨일을 하고 있다가 누구가 들어오는 소리에 당황한듯 하죠?
아마도 방안에 여인은 기생에 몸종이고, 그녀의 몸종과 사랑을 나누든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갑자기 기생이 돌아오니 사내는 이불로 자신의 벗은몸을 가린듯하군요 .
혜원의 춘화중에는 이와같은 내용으로 이불을 덥지않은채 벌거벗은 그림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