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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사람들 풍경

장미

작성자신복남|작성시간26.06.11|조회수29 목록 댓글 0

옛집에서 옛집으로 이사할 때 연분홍 꽃 장미를 옮겨 심었다. 소나무 숲길 따라 작은 오막살이집까지 이르는 산길은 포근했다. 산봉오리마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나의 발자국으로 이어져 갔다. 산언덕에 땅 찔레꽃이 오막살이집을 향하여 향기를 품고 있다. 난생처음 울타리 장미를 보면서 누구를 사랑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숲길은 또 같은 나무는 없다. 각자가 세월을 갖고 태어났다. 처음 장미꽃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이것이 벌써 긴 세월이 되어버렸다. 5월 찔레꽃 바다에서 6월 들장미가 영원한 시간 위에서 핀다. 언제나 그랬듯이 꽃은 시간을 흔든다. 6월 빨간 장미는 마음을 길들여 보겠단다. 흔들리는 꽃은 마음을 엿보고 있다. 7월 숲속으로 가지전에 화려하게 담장 위에 올렸다. 기차역 장미꽃 몇 송이가 보인다. 만남과 떠남이 있을 때 그는 옆에 있다. 먼 훗날에도 너는 거기에 기다리고 있다. 삶의 독을 품을 땐 장미꽃 가시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이젠 삶은 무디고 포근한 가슴이 되었다. 이젠 그리운 이가 되어 눈물이 보인다. 여름이 오기 전에 마당 저편에서 정열의 꽃이 핀다. 처음 장미꽃을 대하는 것처럼 여린 가슴이 있다.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장미꽃이 있었다. 찰랑찰랑 가슴도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꽃잎은 곁에 있어 주었다. 지금도 담장 옆에서 그리운 이를 기다리고 있다. 너를 위한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너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해질 지평선 끝에서 오는 빨간 연분홍 장미꽃은 어떤 고통도 이겨내는 기쁨이다. 조금씩 짙어가는 흑장미를 보면서 지난날을 생각한다. 한때는 정열이 넘쳐흐를 때가 있었구나. 지난날을 꿈처럼 다가오는구나. 새벽을 기다리는 예쁜 소녀가 앉아 있구나.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너는 아직 여리구나. 시간 앞에서 세월의 한 점도 보이지 않는구나. 삶의 해답은 너의 얼굴 속에 있구나. 너의 비밀을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러나 너는 활짝 웃고 있구나. 매일 웃고 있는 6월 장미는 상처를 만지고 있다. 매일 일어나는 일들은 삶의 희락이 되고 있다. 천상에서 아무 일도 아니지만 지상에서 순간 가슴에서 설레는 일이 많다. 수많은 6월의 얼굴은 눈부시다. 산빛은 짙어가고 오랫동안 꿈꾸었던 연분홍 장미 곁에 파란 바람과 푸른 하늘이 떠나지 않고 있다. 언제나 처음처럼 그러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여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 바다로 가자. 가끔 구름이 머무는 곳에 너와 함께 있어 행복하다. 약간 흔들리는 순간이 하루를 고맙게 한다. 약간의 슬픔이 명랑하게 흘러가는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약간의 구름이 머무는 곳에 소나기가 내린다 해도 장미꽃 활짝 웃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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