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 번 다루고 싶은 친일환수법에 대한 주제였는데 딱 때맞춰 이재명이 떠들어줬다.
이 법을 들여다보면 21세기 민주 공화국 한복판에 기괴한 신분제가 부활하고 있는 느낌이다. 혈통으로 권력의 정당성을 대물림하는 전근대적 야만은 북한의 '백두혈통'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으나, 순진한 착각이었다. 지금 대한민국 좌파 진영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입맛대로 재단하고 가공하여, 기어이 이 땅 위에 북한의 '항일 빨치산 핏줄'을 완벽하게 모방한 남한판 백두혈통, 이른바 신(新)골품제를 주조해 내고 있다.
이들의 지독한 '역사 공정'이 얼마나 노골적이고 계산적인지는,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의 입을 통해 완벽하게 폭로되었다.
현충일(顯忠日)이 어떤 날인가. 북한 공산군의 남침에 맞서 피를 흘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6.25 전쟁의 호국 영웅들을 기리는 가장 엄숙하고 거룩한 국가의 제단이다. 당연히 추모의 중심에는 목숨을 던져 나라를 지켜낸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이 놓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재명이 그 신성한 제단 위에서 쏟아낸 텍스트를 건조하게 해부해 보라. 그는 뜬금없이 "사리사욕으로 공동체를 배반한 이들을 단죄하겠다"며 핏대를 세우더니, 며칠 전 공포된 '친일재산귀속법'을 들먹이며 친일파 부당 재산 환수를 현충일의 핵심 메시지로 둔갑시켰다.
6.25 호국 영웅들은 흐릿하게 지워지고, 그 빈자리를 '친일파 척결'이라는 낡은 증오의 선동이 채운 것이다. 도대체 왜 호국보훈의 달에 이런 기괴한 동문서답이 나오는가.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좌파가 입만 열면 부르짖는 ‘친일 재산 환수’와 북한의 ‘항일 빨치산 핏줄’은, 언뜻 다른 체제의 언어 같지만 사실 완벽하게 같은 궤도를 달리는 하나의 기괴한 '권력 세습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분노의 핏발을 거두고, 이 거룩한 도덕의 외피를 두른 법령의 텍스트를 건조하게 해부해 보자.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친일로 획득한 부당 재산'으로 규정할 것인가. 사법의 잣대가 이념의 도구로 전락할 때 법은 어떻게 괴물로 변하는지, 이 법안의 제2조(정의) 조항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서늘한 기형적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2호 후문은 이 법의 핵심이자 가장 섬뜩한 맹점을 품고 있다. "러·일전쟁 개전 시(1904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이 말많고 탈많던 추정 조항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백 년 전의 뇌물성이나 대가성을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재산의 소유자는 상속 등의 과정을 통해 취득 내역을 더 잘 알 수 있고, 행정소송 등 사법 절차를 통해 '친일의 대가가 아님'을 입증하여 반박할 기회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형법상 무죄추정을 기반으로 하는 법체계를 부정하는 입법으로 다시 한번 헌법소원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철저한 정치적 판결이였다.-
이 짧은 한 줄의 조항이 파괴하는 근대 사법의 원칙은 참혹하다. 정상적인 법치 국가라면,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서는 그 재산이 범죄(친일 행위)를 통해 얻어진 부당 이득이라는 사실을 '국가'가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법은 입증 책임을 완벽하게 뒤집어버렸다. 국가가 특정인을 친일파로 지목하기만 하면, 그가 1904년부터 1945년 사이에 취득한 모든 재산은 일단 '친일 재산'으로 묶여버린다. 국가에 귀속당하지 않으려면, 그 후손들이 10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영수증이나 증인을 찾아내어 "이 땅은 친일의 대가가 아니라 정당하게 내 돈 주고 산 땅입니다"라고 스스로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토지 소유권 제도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 이전의 객관적인 공시 제도가 전무한 마당에, 백 년 전 조상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땅을 샀다는 사실을 현재의 후손이 무슨 수로 입증한단 말인가. 입증하지 못하면, 그 재산이 친일의 대가인지 아닌지 명확한 팩트가 없더라도 '추정'만으로 국가가 합법적으로 사유재산을 몰수해 버린다.
이것은 법치가 아니라, 답을 미리 정해놓고 증거를 끼워 맞추는 인민재판이자, 마녀를 물에 빠뜨려 살아남으면 마녀고 죽으면 무죄라던 중세의 마녀사냥과 완벽하게 똑같은 기전이다.
좌파 진영이 입만 열면 이 기형적인 법안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이 법안이야말로 그들이 구축하려는 신(新)골품제, 즉 '조작된 항일 혈통'을 유지하고 반대파를 척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합법적인 단두대이기 때문이다.
객관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도, 국가가 '친일'이라는 주홍글씨를 찍고 '추정'만으로 한 가문의 재산과 명예를 통째로 압수할 수 있는 초법적 권력. 이 끔찍한 사상적 흉기를 손에 쥔 이재명과 좌파 카르텔은, 이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적이나 기업을 향해 언제든 "너희 조상이 친일파가 아니냐"는 낙인을 찍어 밥줄과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를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어떻게 3대째 이어지는 기형적인 절대 왕정을 구축했는가. 그들은 '항일 빨치산'이라는 조작된 신화를 뼈대 삼아, 자신들의 핏줄인 백두혈통에 영원무궁한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신성한 항일의 혈통 앞에서는 어떠한 절차도 무의미하다. 이 핏줄에 반기를 드는 자는 단순한 정치적 반대파가 아니라 '민족의 반역자'로 규정되어 가차 없이 숙청당한다. 역사를 종교화하여 반대파를 멸절시키는 완벽한 독재의 공식이다.
지금 대한민국 좌파 진영이 이미 흙으로 돌아간 지 백 년이 다 되어가는 유령들을 끊임없이 현실 정치판으로 소환해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이유도 정확히 이와 같다. 그것은 민족의 정기를 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친일파를 척결하는 우리'는 곧 '현대판 독립군'이라는 거룩한 도덕적 면류관을 스스로의 머리 위에 씌우기 위한 가장 값싸고 안전한 정치적 코스프레다.
이재명이 현충일 제단에서 6.25 영웅들을 보다 친일재산환수를 꺼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6.25의 호국 영웅들은 김일성이 내세운 그 '항일 빨치산'의 후예들, 즉 공산 정권에 총구를 겨누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들이다. 뼛속 깊이 친북·반미 노선에 뿌리를 둔 좌파 카르텔의 세계관 속에서, 공산주의의 남하를 막아낸 국군은 결코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없는 껄끄러운 존재다. 그러니 6.25의 진짜 영웅들은 슬그머니 치워버리고, 오직 자신들의 진영을 신성한 핏줄로 묶어낼 수 있는 '항일'이라는 조작된 십자가만 주야장천 높이 쳐드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친일 청산 선언은 과거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자신들의 진영에 복무하지 않는 보수 우파와 상식적인 국민들의 이마에 '토착왜구'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넣어 정치적으로 멸절시키겠다는 파시즘적 경고장이다. 우리만이 항일과 민주화의 핏줄을 이어받은 정통 세력이니, 우리를 반대하는 자들은 모두 친일파의 후예로서 국가의 요직과 부를 박탈당해야 한다는 끔찍한 신(新)골품제의 선포인 셈이다.
이 거대한 사기극을 완성하기 위해 그들은 역사를 철저히 사유화한다. 5.18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은 그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거대한 종교로 만들었고, 급기야 19세기의 동학 농민 운동까지 소환해 신성한 건국 혈통의 반열에 올렸다. 5.18 유공자 명단을 끝끝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혜택을 세습하는 닫힌 카르텔. 심지어 백 년도 더 지난 동학의 후손들까지 유전자 감식이라도 하듯 찾아내어 보상과 예우를 논하는 기막힌 촌극.
이것은 역사의 추모가 아니라, 과거의 희생을 담보로 현재의 권력과 세금을 갈라 먹으려는 '약탈적 비즈니스'다. 정치적 피해자성(Victimhood)을 항일 빨치산의 훈장처럼 세습하며 국가 요직을 독식하는 이 지독한 내로남불 속에서, 공화국의 대원칙인 '기회의 평등'은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혈통이나 역사적 출신이 권력을 보장하는 프리패스가 될 때, 그 체제는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라 낡은 봉건주의다. 북한의 김씨 일가가 항일 빨치산이라는 조작된 백두혈통을 내세워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듯, 이재명과 남한의 좌파 카르텔 역시 역사적 연결점도 마약한 동학이나 항일, 민주화라는 조작된 혈통주의를 내세워 대한민국 시스템 위에 도덕적 군주로 영구히 군림하려 든다.
현충일 제단에서조차 호국 영령 대신 친일 청산을 외치는 저들의 표독스러운 언어. 이념의 포장지를 걷어낸 자리에 남는 것은, 역사의 상처를 팔아 권력을 세습하려는 참으로 천박하고도 똑 닮은 두 괴물의 얼굴뿐이다. 우리는 지금 이재명이라는 권력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 한복판에 북한식 백두혈통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세련된 언어로 복제되는 소름 돋는 평행이론을 목도하고 있다.
펌)박주현 페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