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재명이 선관위의 투표용지 사태를 두고 ‘격노하며 질타했다’는 기사는 철저히 계산된 쇼에 불과하다.양아치.
작성자개털과범털작성시간26.06.06조회수99 목록 댓글 0침묵하는 SNS가 폭로한 얄팍한 심연, 그 빈곤한 물웅덩이에 빠진 나라
최근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짧은 글 하나가 내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았다. 글쓴이의 통찰은 날카롭고도 정확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관위의 투표용지 사태를 두고 ‘격노하며 질타했다’는 기사는 철저히 계산된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그 완벽한 증거로, 글쓴이는 ‘이재명의 텅 빈 개인 SNS’를 지목했다.
정치인의 진짜 속내를 읽어내는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는, 참모들이 정제해 내놓는 공식 브리핑이 아니다. 통제되지 않은 감정과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이 배설되는 개인의 SNS다. 특히 이재명이라는 인물에게 SNS는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다. 일개 커피 프랜차이즈의 마케팅 문구 하나를 두고 극우의 암호라며 린치의 좌표를 찍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같은 사안에 가짜뉴스를 퍼 나르며 반서방 선동을 일삼던 공간이다. 반대파의 사소한 허물 하나만 보여도 꼭두새벽부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날 선 분노를 쏟아내던 곳. 즉, 이재명의 SNS는 그가 ‘진심으로 간절하거나, 진짜로 분노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영혼의 반사신경 그 자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민주주의의 심장인 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주권자가 발길을 돌리고, 참정권을 빼앗겨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는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 사태가 터졌다. 상식적인 국가의 지도자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참모들이 써준 대본에 따라 국무회의에서는 ‘가짜 격노’를 연기했으면서도, 정작 진짜 억울하고 화가 날 때만 불을 뿜던 그의 개인 SNS는 묘비처럼 고요하다. 그 흔한 유감 표명도 없다.
이 소름 돋는 침묵이 증명하는 진실은 단 하나다. 그는 지금 속으로 단 1그램의 분노도 느끼지 않고 있다.
대낮의 투표소에서 "난 상관없으니까"라며 헌법을 짓밟는 자신의 기행 앞에서는 서윗하게 룰을 찢어주고, 반대파의 텃밭에서는 행정 마비를 핑계로 표를 말려 죽인 이 기특한 헌법기관을 향해 그가 왜 진짜 화를 내겠는가. 오히려 자신이 꽂아 넣었던 ‘정원오’라는 꼬리가 선거에서 잘려 나간 마당에, 이참에 도마뱀 꼬리 자르듯 실패한 아바타를 조용히 폐기 처분하고 이 골치 아픈 부정선거 논란에서 영리하게 거리를 두려는 계산된 침묵일 뿐이다.
살면서 숱한 부류의 인간 군상을 마주해 왔지만, 이 촌극을 지켜보며 나는 어떤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는 내가 보아온 인간 중 가장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며, 그 깊이마저 일천하기 짝이 없는 가장 얄팍한 사내다.
그의 행동 양식에는 고뇌나 철학, 염치라는 거추장스러운 단계가 아예 생략되어 있다. 불리하면 아랫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위기에 몰리면 뜬금없이 태평양 심해의 핵잠수함을 부르짖는다. 자국 기업의 평범한 마케팅에는 독심술사처럼 핏대를 세우면서, 이란의 대함 미사일 앞에서는 고의성을 모르겠다며 납작 엎드린다. 대중을 속이는 기술조차 너무도 조악하고 투명해서, 차라리 모른 척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이 더 힘들 지경이다. 거대한 악당의 카리스마는커녕, 동네 골목길에서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이리저리 곁눈질을 살피는 시정잡배의 빈곤한 멘탈리티가 그 알량한 내면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참담한 비극은, 이토록 바닥이 훤히 비치는 얄팍한 인간이 기어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을 거머쥐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이것은 단지 한 정치꾼의 얄궂은 성공담이 아니다. 저토록 일천한 지적 밑천과 뻔뻔한 이기주의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서도, 그에게 맹목적으로 환호하며 권력의 왕관을 씌워준 이 나라의 집단 지성이 완벽하게 파산했음을 웅변하는 증명서다. 도덕과 이성이 붕괴된 시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분노와 선동만으로 뭉친 군중이 결국 어떤 수준의 괴물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빚어내는지 보여주는 처참한 결론인 셈이다.
거대한 심연 앞에서 절망하는 것이 아니다. 발목조차 적시지 못할 만큼 얄팍하게 찰랑거리는 저 빈곤한 권력의 물웅덩이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시스템과 우리의 일상이 옴짝달싹 못한 채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침묵하는 SNS가 폭로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가장 완벽하고도 뼈아픈 블랙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