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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ㅡ선거

주판알을 튕기는 정치꾼들에게

작성자개털과범털|작성시간26.06.10|조회수14 목록 댓글 0

‘현실적 불가능’이라는 비겁한 알리바이, 주판알을 튕기는 정치꾼들에게

올림픽공원의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권자들의 외침을 지켜보며, 나는 그동안 애써 말을 아끼고 펜촉을 억눌러왔다.

잃어버린 참정권을 돌려달라며 맨몸으로 공권력의 방패와 맞선 저들의 순결하고 자발적인 저항에, 자칫 나의 거친 활자가 얄팍한 진영 논리나 정치색의 덧칠로 작용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한 발짝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며 그 거룩한 분노가 스스로 세상을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엄숙한 시민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기괴한 목소리들이 하필이면 정치권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현실 정치를 안다는 몇몇 정치인들이 뒷짐을 진 채 훈수를 둔다.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들이 속으로 무슨 얄팍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지 모르는 바 아니다. 이미 얻어낸 알량한 당선증이나 기득권이 흔들릴까 두려운 자들, 전면 재선거라는 거대한 폭풍우를 감당할 배포도 능력도 없는 쫄보들이 내뱉는 자기 합리화의 변명일 뿐이다.

하지만 분노를 억누르고 그들의 그 알량한 '현실론'에 차갑게 되물어보자.

그렇다면 선거 당일, 전국 무려 91개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증발해 수많은 주권자가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 사상 초유의 사태는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는가?

선거 마감 시간이 지나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온 나라에 생중계되고 있는데, 그 쏟아지는 예측 보도를 두 눈으로 보면서 뒤늦게 기표소에 들어가 도장을 찍는 코미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자유 선거의 대원칙과 헌법이 완전히 짓밟힌 전대미문의 파시즘적 참사는 이미 현실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그 초현실적인 국가 범죄가 발생했는데, 주권자들이 도둑맞은 헌법적 기본권을 되찾겠다고 나선 길 앞에서는 뜬금없이 '행정적 현실'과 '전례'를 따지며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이것은 현실 감각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이 파산한 자들의 비겁한 도피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룰이 파괴된 링 위에서 치러진 선거는 그 자체가 원천 무효다. 도둑맞은 장물을 되찾는 일에 현실적 타산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베를린의 사법부가 유권자 1%의 피해만으로도 사상 초유의 전면 재선거를 명했던 사례는 우리나라 국민이 독일 국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하는 게 마땅 한 것일까? 아니면 한국 정치인들이 독일 정치인들보다 못난 것.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주권을 지키는 데 치러야 할 비용 중 너무 비싼 비용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올림픽공원에 선 시민들은 누구의 권력을 뺏아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훼손된 헌법을 수리하고, 내동댕이쳐진 주권자의 존엄을 스스로 구출해 내기 위한 숭고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쥐고서도 불의에 맞설 용기조차 없어 현실의 장막 뒤로 숨으려는 정치인들에게 서늘하게 경고한다. 당신들의 그 나약한 패배주의를 현실론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해 시민의 투쟁을 모욕하지 마라. 빼앗긴 참정권을 되찾기 위해 아스팔트 위에서 피 흘리는 주권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배포가 없다면, 차라리 무거운 침묵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이 헌법과 시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펌)박주현 페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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