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소만(小滿) 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밖에 남지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두운 말 아래 맥문동이 보라빛 꽃을 피우고
소만(小滿)이 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어두워진다는 것』 ㅡ창작과 비평 ㅡ
* 초록으로 세상을 채울만하다는 우리의 한 때가 있었으나 분명한 것은
소만은 지나가고 무성해지는 나무 그늘로만 이야기하는 계절을 보는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수시로 잠깐씩 착각하는 나의 소만은 초록의 물비린내를 풍긴다
부끄럽지 말자 착각하거나 눈 멀지말자
계절의 분명함을! 오고 가는 것이 철칙임을! ( 유수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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