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바깥으로
이문재
바깥으로
바깥으로만 나돌았구나
한 생애가 하루라면
오전은 물론 오후 늦게까지도
바깥으로만 나돌았구나
여태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림자가 동쪽으로
길어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내 마음이 내 몸 밖으로
나가본 적이 있었는지
내 생각이 피부 밖으로 나가
다른 몸 안으로 들어가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지 캐묻는다
일찍이 누군가 말했다
미성숙한 자아는 피부 안에 갇혀 있다고
밤이 그림자를 끌어안는 시간
몸 바깥 여기저기 불이 들어오는 시간
내 몸 안에 있을 스위치를 찾는다
몸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먼저 내 안에 있을 전등부터 켜야겠다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2026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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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는 법을 잊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안주하여 생각을 멈추고 오늘도 어둡고 우울한 내 안에 갇혀 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에 익어야 내 안의 스위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림자는 동쪽으로 자꾸 길어지고 밤은 다가오는데…….
이제 곧 몸 바깥 여기저기 불이 들어오는 시간, 내 생각이 피부 바깥으로 나가 타인을 알고 세상을 이해하는 일상이 오기를…….(황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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