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는 법 / 정하해
묵은 시래기 된장에 무쳐 국을 끓인다
된장이 밀어 올린 익숙한 냄새가, 오월 꽃이
아니어도 좋다
이것은 오래 묵혀둔
기억이, 잠시잠깐 건너오는 것이다
된장을 먹다보면 어딘가 시큰거리는
울음이 삭아있는 것 같아
엄마는
이렇게라도
나를 만나러 온 것이리라
저 냄새를 그때는 몰랐었다
어쩌다 눈물겨운 때가 불현듯 있어
그런 날로 돌아가기도 하고
한 그릇, 시래기 국을 먹으면 그리운 것은 늘
새것처럼 와서 잠시 앉았다
가는 거다
『2026.4.3. 매일문예광장』
요단강을 건너면, 슬픔도 함께 건너갈 수 있을까? ‘한 그릇, 시래기 국’에 넘쳐흐르는 ‘그리움은 잠시 앉았다 / 가는 거’라기에는, 국그릇에 담긴 엄마의 향이 참으로 진하다. 이렇게 엄마는 식사 중에도 우리를 찾아온다. 막걸리 뿌연 잔 속에도 보름달처럼 둥근 엄마의 눈동자가 잠겨 있듯이 ‘눈물겨운’ 사람은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다.(신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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