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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베(Bao Ve)

작성자아이스|작성시간13.04.22|조회수656 목록 댓글 17

새벽녘 한창 곤히 자고 있는데 아래 1층에서 소동이 벌어졌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오고가

더니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잠결에 창문을 열고 1층을 쳐다보았지만 어

두워 잘 보이지는 않고 두런대는 소리에 한국어가 묻어 들린다.

베트남의 대부분의 아파트는 밤12쯤 현관문을 잠그고 아침6시에 열어 본의 아니게 시간

맞추어 일찍 귀가하는 게 생활화 되어 있는데 추축하건데 베트남에서 생활한지 얼마 안 되

는 초짜 한국 놈이 술을 잔득 처먹고 가라오케 여자라도 옆에 끼고 와 잠긴 문을 열라고 고

래고래 소리를 쳤을 것이고 혼자라면 투덜거리며 문을 열어 주었을 텐데 옆에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경비는 문을 못 열어 준다고 했을꺼고 문을 열라 말라 가지고 옥신각신하다

가 술김에 호기로 옆에 있는 화분을 냅다 집어 던져 유리로 된 현관문을 박살내는 소동을

벌였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아침에 출근하며 본 현관로비는 말짱하게 치워져 있어 어제의 흔적을 찾지를 못했지만 현

관문은 새시로 된 틀까지 치워져 있다. 기운도 세지 미친놈 술김에 유리창뿐만 아니라 문틀

까지 완전히 박살을 낸 모양이다.

 

베트남 생활의 귀가 시간은 내 맘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아파트 경비인 바우베(Bao Ve)

님이 정한다. 그 들 스스로 만든 규칙에 의해 11시면 주차장 문이 닫히고 12시면 현관문이

닫힌다. 그 시간이 넘어 귀가를 하는 날이면 바우베님을 찾아 아쉬운 사정 이야기를 하거나

돈을 몇 푼 쥐어 주어야 닫힌 현관문을 열수가 있다.

전기료나 수도 요금은 딱딱 정해진 날에 맞추어 내야 한다. 날짜를 어기고 늦게 냈다가는

통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행해진 단전과 단수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 한번은 한국에 가 있

는 동안 전기료를 못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만 단전되어 베트남으로 돌아온 후 2일을 암

흑 속에서 보낸적이 있다.

 

바우베의 임무는 입주자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오토바이

출입 관리에 할애한다.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입고하면 오토바이 번호와 아파트 호 수가 적

힌 주차권을 받고 반대로 오토바이를 주차장에서 출고 할 때는 가지고 있는 주차권을 주어

야 하는데 오토바이 번호를 보기 전에 외출했다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사람 얼굴만 보고

정확히 오토바이 번호와 일치하는 주차권을 꺼내 준다. 나야 눈에 확 띄는 미남이고 외국인

이라 외운다 쳐도 다른 입주자까지 그러는 것을 보면 바우베도 머리가 좋아야 하지 기억력

이 나쁘고 치매 끼가 있으면 못한다. 그들의 임무는 특히나 밤에 아파트에 사는 외국인이

여자와 같이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을 못한다. 일정액의 뇌물을 주면 눈감아주지만

앞서 이야기 한 사람이나 몰래 들어갔다가는 경친다. 어느 날 집에 공안이 들이 닥쳤다면

그건 100% 바우베가 꼰지른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는 대부분 입주자 대표회의라는 곳에서 아파트 관리자를 채용하므로 아파트

부녀회 같은 곳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경비원의 생사 권을 쥐

고 있어 경비원을 하인 부려먹듯 하지만 베트남의 아파트에 사는 입주자는 아파트 관리자를

직접 채용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아파트 관리 회사는 독립적인 자격과 위치를 가진 서비

스 회사이지 입주민을 위한 회사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입주민에게 잘 보이려고 할 필요가 없고 굽실거리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입주민

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베우베님이 탄생 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평안한 출입을 위해서는 더럽지만 바우베님께 잘 보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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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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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kalmeki | 작성시간 13.04.25 그래서 말이 아 가 다르고 어 가 다르다입니다...님의 좋은 의도로 좋은 뜻으로 이야기를 할때 여기는 글로만 판단을 하다보니 짧게 이야기를 올리시면 보이는 그대로만 읽을수 밖에 없습니다...님의 뜻을 올렸으니 알겠습니다...저도 조심 하도록 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에시드 | 작성시간 13.04.25 네~~갈메기님 말씀이 맞는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
  • 작성자여전히 | 작성시간 13.04.24 저두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미딩 송다 메치-하 아파트 살았을때가 떠오르네요
    윗분들 댓글처럼 저가가 아닌 좋은 곳 사시는 분들은 모르실테죠 하지만 우물안 개구리 처럼 보호막(?) 안에서 벳남 생활 하시곤 베트남 생활에 대해 다 아시는 것처럼 하시진 않기를 바래봅니다.
    외출도 잘 안하며 타워 팰리스 살며 백화점만 다니며 생활한 외국인이 한국 생활을 다 아는 것처럼요............
  • 작성자가스총 | 작성시간 13.04.27 그냥 재밌는 베트남 아파트의 일상생활의 한 단면이구만....
  • 작성자붕괴 | 작성시간 13.07.31 베트남은 바우베와 짜면 뭐든 다 가능한듯합니다.
    물건도 몽땅 다 가져갑니다. 명절에 한국다녀왔는데 사무실에 아무것도 없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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