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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실수

작성자雪山|작성시간26.06.11|조회수1 목록 댓글 0
강화도 마니산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아침 시간에 얼른 가까운 산에 다녀오려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오늘따라 날씨가 근래 들어 가장 화창한 것 같다.

기분 좋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 정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분주함을 내려다본다.

멀리 강화도 마니산도 가깝게 보이고,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정겹게 어깨를 맞대고 정박해 있다.

 

그러길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엉덩이를 툭툭 털며 산을 내려간다.

가벼운 걸음으로 한참을 내려오는데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본다.

 

“응”

“할아버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아, 그래 그러지”

아이가 내미는 핸드폰을 얼른 받는다.

 

곱게 생긴 사십 대 여인네와 초등학교 중간학년 정도의 여자아이가

나를 보고 수줍은 듯 눈인사를 하며 이내 생글거린다.

어쩌면 엄마와 딸의 분위기가 저리도 같을까.

이럴 때 흔히 하는 말로 국화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척 한눈에 알아본다.

 

작고 편편한 바위 위에 조신하게 앉는 여인, 나무토막 같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젊음의 찌꺼기를 순간 끌어모은다.

엄마는 딸을 살포시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그냥 바라보기가 쑥스러운지 헨드폰 속으로 들어가 이리로 저리로 움직이며

그들에게 가까이 간다.

한발짝 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가까움의 기쁨을 맛보고 싶음인지도,

흐흐 느끼한 발상이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모녀의 모습이 어쩜 저리도 천사 같을까!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아예 눈을 그 속에 들여앉혔다.

음! 참 아름답다.

 

“할아버지 준비됐어요.”

“응, 그래 됐어?”

“네”

 

“하나, 둘,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응, 왜?“

 

”우리 엄마 한 번만 더 찍어주세요.“

”응, 그래 알았다 그러자꾸나.“

 

”얘, 하나야. 아냐, 싫어 나 안 찍을래.“

 

보일 듯 말 듯 살짝 딸아이에게 눈을 흘긴다.

얼굴에 수줍은 미소 가득 담고 마치 딸아이가 친한 친구라고 되는 듯

응석 부리듯 몸을 흔들며 말한다.

 

”괜찮습니다. 찍어 드릴게요. 저쪽 바위 위에 앉아보세요. 배경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이 괜찮은데, 그럼 그럴까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침에 일찍 서둘렀던 시간을 그렇게 날렸다.

 

딸아이도 없고 손녀도 없는 나로서는 일찍이 가져보지 못한 특이한 경험으로

나 자신이 공연히 흥분되어 마치 가족 나들이를 나온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또 다른 내가 되어 신이 났다.

아이를 이곳에서 저곳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포즈를 취하게 하여 한참을 찍어주었다.

 

”아빠가 많이 바쁜가 봐요? 같이 오시지.“

 

순간 당황하는 여인을 보면서 ‘아차’ 하는 거두어들일 수 없는 실언을 느끼며

나 역시 당황해 어쩔 줄 모른다.

사람의 느낌이 이렇게 예민할 줄이야 미처 몰랐다.

 

”아빠 안 계세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얘, 하나야 왜 그런말을...“

 

엄마가 아이를 나무란다.

 

”아, 예. 둘이 왔어요. 얘가 아직 아빠 생각을 많이해요. 고맙습니다.“

 

순간 여인의 쓸쓸한 미소가 나를 슬프게 한다.

아마 찰라의 순간이지만 여인도 먼저 떠난 남편과 함께한 행복했던 산행을 생각 했으리라.

 

”이쁜 꼬마 아가씨 안녕.“

”네, 할아버지 안녕.“

 

이렇게 짧은 만남의 작별 인사를 하고 뒤돌아선다.

몇 발자국 가다가 뒤돌아 총총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공연히 휴일 좋은 기분을 망쳐 놓았다고 생각을 하니

입방정에 화가 난다.

 

막 저쪽 길모퉁이로 접어드는 그들을 보면서 미안하고 안타까움이 온몸에

스멀스멀 맴돈다.

 

바보 같은 놈,

남의 기분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는 놈,

돌아서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뜻하지 않은 돌발적인 만남과 이별로 머리가 저려온다.

 

말, 말 한마디.

 

내가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얼만큼의 아픔과 상처를 주었을까!

깊이 반성한다.

 

말조심!

 

- 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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