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한다면, 이제는 내려놓을 때
조국은 왜 민주진영의 전략적 한계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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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결과가 드러난 순간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분노도 있었고 허탈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두려움이 컸다. 선거의 승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 선거가 보여준 민심의 흐름이 앞으로 민주·진보 진영이 마주해야 할 현실을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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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나는 홀로 강변을 걷고 또 걸었다. 평생을 이상주의자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정갈한 마무리를 생각하는 한 시민으로서 오랫동안 우리 사회와 정치의 방향을 되돌아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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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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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 진영은 오랫동안 자신을 개혁과 정의의 세력으로 규정해 왔다. 그리고 상당 부분 그것은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인권을 확대하며,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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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는 정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는 현실이며, 선거는 인식의 세계다.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믿어도 국민이 다르게 받아들인다면 정치인은 그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현상에 절망하며 조국이라는 이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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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해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정치적 감수성은 민주화 세대가 경험했던 시대정신과 전혀 다르다. 공동체와 연대보다 경쟁과 생존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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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개인화된다. 과거에는 민주주의와 개혁이 가장 절박한 과제였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는 주거, 취업, 자산 형성, AI 시대의 생존 문제를 더 절실하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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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시절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자산을 축적한 계층 일부가 오히려 더욱 보수화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개혁의 수혜자가 개혁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확보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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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주·진보 진영은 여전히 과거의 정치 언어와 성공 경험에 머물러 있다. 국민은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민주진영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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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조국이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다고 생각한다. 그가 겪은 고통 또한 지나치게 가혹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매우 불편한 질문 하나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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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억울했는가?"와 "조국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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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영은 조국을 검찰권력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는 법정이 아니다. 정치는 사실을 다투는 공간인 동시에 대중의 인식을 다루는 공간이다. 민주진영은 때때로 자신들이 옳기만 하면 결국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선거는 도덕시험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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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강력한 거부감 역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는 이미 한국 정치에서 가장 첨예하게 갈라진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조국이 민주진영의 전략적 한계가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민주 진영의 차기 대권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아가 한국형 트럼프의 등장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두려워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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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것은 조국 개인이 아니다. 조국은 하나의 상징이다. 민주진영이 아직도 과거의 상처와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는 상징이다. 국민은 이미 AI 혁명과 산업 대전환, 기후위기, 저출생, 주거 불안, 자산 양극화라는 새로운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진영은 여전히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이라는 과거의 전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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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검찰개혁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미래 세대를 설득할 수는 없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과거의 억울함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이다. 조국이라는 이름이 반복적으로 정치의 중심에 등장할수록 민주진영은 미래보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세력으로 비칠 위험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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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국이 권력욕 때문에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더욱 묻고 싶다. 정말 국가와 민주진영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치인은 때로 싸울 때보다 물러날 때 더 큰 역할을 한다. 역사는 권력을 얻은 사람만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희생하여 더 큰 길을 연 사람들을 더 오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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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대통령이 아니었지만 함석헌 선생과 박원순, 노회찬, 이해찬을 비롯해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우리 사회에 남긴 영향력이 시대를 스쳐 간 권력자들보다 작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치의 가치는 대통령이라는 직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시대에 응답했고 무엇을 위해 헌신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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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대장정 속에서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 것인지, 국민과 역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 성찰하는 일은 정치인에게 주어진 가장 무거운 책무다. 조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진영 전체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오랫동안 차기 주자로 거론되어 온 정치인들 역시 이제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아니면 정치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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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과 산업 대전환이 만들어 낼 새로운 시대에는 전혀 다른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성 정치인의 역할은 영원히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가 성장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생각이 때로는 기성세대의 눈에 낯설고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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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누군가는 최고의 문명을 누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태어나 풍요를 누리고, 왜 또 누군가는 문명의 혜택은커녕 먹을 것조차 부족한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는가. 우리는 이러한 근원적인 불평등의 이유조차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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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기성세대의 논리만으로 젊은 세대의 사고와 가치관을 모두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만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장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오늘날 기성세대에게 주어진 마지막 역사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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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 진영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 인물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상처와 영광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조국을 존중한다. 그가 걸어온 길의 의미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중과 전략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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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대권이라는 무거운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진다면 민주·진보 진영 앞에는 지금보다 훨씬 넓은 전략적 공간이 열릴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진영 내부를 갈라놓았던 친문과 친명의 해묵은 대립은 소멸될 것이며, 민주·진보 진영은 보다 큰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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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개인의 권력 획득이 아닌 진영 재건과 통합에 두고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당권)을 맡아 총선을 이끌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을 넘어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대권 경쟁의 한 축으로 남는 것보다 민주·진보 진영 전체를 하나로 묶어내고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는 정치적 설계자가 되는 편이 훨씬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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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다면 민주·진보 진영은 더욱 단단한 통합의 기반 위에서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완으로 남아 있는 검찰개혁과 민주주의 회복, 그리고 내란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업 역시 보다 폭넓은 국민적 공감 속에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고 민주·진보 진영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제는 조국 역시 자신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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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한 사람의 정치적 미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민주·진보 진영 전체의 미래다. 만약 그가 대권이라는 무거운 굴레를 내려놓고 진영의 통합과 재건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더 큰 승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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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권력의 크기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무엇을 남겼는가,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가를 기억한다. 그것이야말로 조국이 평생 추구해 온 가치와 가장 닮은 길이며, 역사 앞에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정치적 승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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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질문은 비단 조국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모든 정치인들 역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권력인가, 아니면 시대의 미래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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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제는 조국이 정치인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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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페북글이네.
많은 댓글이 달렸다.
공감되는 댓글이 많다.
비방이 아닌 토론의 댓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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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이제 시작이다.
조국만 왜 탓하는가?
이런 댓글이 더 공감된다.
글은 진솔하다.
하지만 큰틀과 중심에선
조국을 탓하고 있다.
대안제시도 하고있다.
대선주자가 아닌 통합형리더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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