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22일 (금) 지성수 sydneytax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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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언론의 집중 조명 속에서 화려한 교황의 방한 일정이 치러졌다. 바티칸의 개혁을 시도하다가 힘에 붙여 스스로 물러나 '사퇴한 일이 제일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임 교황에 비해서 이번 교황은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내가 사는 호주의 국영 방송에서도 교황의 명동성당 미사가 방영이 되었다. 물론 이 부분의 방점은 교황이 아니라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현실에 있었다. 즉 분단국가에서 교황이 ‘화해와 평화’를 말했다는 것이다. 교황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언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인가를 잘 아는 것 같다. 정확히는 교황이 아는 것이 아니라 바티칸 권력이겠지만. 그러나 여러 면에서 볼 때 교황은 확실히 무대 체질인 것 같다.
오래 전에 내가 아끼는 40대 젊은이가 찾아와서 ‘웅변을 가르쳐 달라.’고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웅변대회에 나갈 나이도 아닌데 웅변을 배우겠다니? 이유는 이렇다. 한국에 열린 ‘세계한인 상공인 대회’에 참석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발언권을 얻어 무대로 나가기는 했는데 연단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는 순간 눈앞이 노래져서 ‘죄송합니다~’ 하고 들어왔다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였다.
대중과의 소통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기나 단순한 흉내가 아닌 이상 철학과 사상,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나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교황의 연기가 훌륭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내적인 뒤받침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종교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지위나 인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학적인 사상이다. 어떤 신학에 영향을 받았느냐 하는 것이 그의 행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 교황은 해방신학의 못자리인 남미 출신이다. 해방의 신학의 상징적 존재인 토레스 신부는 해방의 신학의 정신에 입각하여 진정한 사제가 되기 위해서 남미 가톨릭의 위선의 옷, 형식적인 성직자의 옷을 던져 버린 것도 새로운 소명을 위하여 제도 밖으로 나갔다. 군부독재세력에 맞서 해방군의 게릴라 부대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 하던 중에 장렬한 죽음을 맞았던 토레스 신부가 자신의 해방군에 참여를 ‘나는 진정한 사제가 되기 위해서 성직자의 옷을 벗었다’고 선언했었다.
현 교황은 무시무시한 아르헨티나 군부독제 시절 대주교로 있으면서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은 신부들과 군부독제와 공생관계를 교묘하게 잘 유지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해방신학의 의미를 잘 알고 그의 사목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보여주고 있는 가난한 자, 약한 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성직자로서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는 현실이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교황은 '가난한 교회'를 말하지만 가톨릭교회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금년 초에 호주에 하나 밖에 없는 죠지 펠 추기경이 바티칸 경제장관에 임명되어 부임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추기경으로서 시드니 대교구를 사목하는 것보다 바티칸 경제성 장관의 임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펠 추기경은 경제성 장관으로서 팽창일로의 교황청 행정 및 재정의 관리와 개혁을 담당하면서 교황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그의 과제는 예산낭비는 물론 돈세탁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바티칸 은행 문제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즉 관리해야할 돈이 많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헛돈을 쓸 수는 없는 일인데 요즘 가톨릭은 돈 나갈 일이 많다.
마침 교황의 방한 기간에 호주의 빅토리아주 법원에서 사제들의 성추행 보상으로 34.000.0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중 절반이 법률비용이다. 호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자면 교황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앵벌이를 해야할 판이다.
교황이 아무리 선한 목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녀도 가톨릭 집 안이 상처로 곪았다. 아무리 교황이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아도, 달지 않고 다니던 주교들을 보라! 심지어는 그 중에는 교황에게 떼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 주교들이 이 지경이니 로마에서 수백 년간 꽈리를 틀고 있는 이태리 추기경등은 어떠하겠는가?
교황이나 추기경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후임 추기경들에 비해서 존경깨나 받았던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관훈 클럽에서 초청연설을 한 적이 있었다. 진행자가 마지막 질문으로 '추기경님은 어느 때는 진보주의자, 어느 때는 보수주의자 같아 보인다. 어느 쪽이냐?'고 묻자, '나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한국 천주교를 보호관리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비교적 정직하게 대답을 했었다. 본질적으로 추기경, 교황 등은 그런 자리이다.
카톨릭의 현 교황의 선택은 추기경 115명 중 28명이 이탈리아 출신인 교황선거인단에서 455년간 교황 자리를 독식해 오다 지지난 교황 때부터 35년 동안 놓친 교황직을 이번에 남미 출신이면서도 완벽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정도로 혈통상으로는 100% 이탈리아인인 새 교황을 선택한 것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보수적 유럽과 남미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었다.
60 년대 말 ‘세속도시’라는 책을 통하여 종교가 없는 세속화 사회의 도래를 내다보았던 하버드대의 하비 콕스(Harvey Cox)가 그 후 한 동안 남미의 아마존 일대를 헤매고 다니더니 10년 쯤 후에는 제 정신이 들었는지 [세속도시의 종교: 포스트모던 신학을 향하여](Religion in the Secular City: Toward a Postmodern Theology)에서는 종교가 소생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의 소멸보다는 종교의 재생(rebirth)을 이야기 하면서 이 시대에 기독교 메시지를 재해석하는 것이 포스트모던 시대에 신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하는 하나마나한 옳은 소리를 했다.
원래 학자란 그런 것이다. 하나 마나한 소리를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입증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 그들이 밥 먹고 하는 일들이 아닌가? 학자들도 인간인지라 밥을 먹어야 일을 하니까 천하의 하비 콕스도 96년도에 한국에 와서 조용기 목사한테 용돈 좀 받고서 순복음 교회를 방문하고 헛소리 좀 하고 가셨다. 이 사건은 조용기 목사의 뒷 설거지꾼으로 선발된 당시 국제신학원(순복음 교회 구내에 있는)원장이었던 이용훈 목사의 주가를 올려 준 사건 되겠다.
그런데 콕스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신학을 주도할 두 후보 선수로서 근본주의와 해방신학을 추천 하면서 해방신학을 포스트모던 시대 선두에 설 기독교 신학의 MVP 선수로 평가했다. 왜냐하면 해방신학만이 포스트모던신학에 대한 약속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근본주의는 반현대적이며 포스트모더니티에 저항적인데 반해, 해방신학은 사회정의, 가난한 자의 권리, 구원에 대한 공동적 이해, 온건한 개혁으로부터 혁명적인 것으로 확장하는 정책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방의 신학에서 출발한 기초 공동체와 근본주의의 결정적 차이는 미래 지향적이냐 과거 지향적이냐 하는 것이다. 근본주의 운동은 고립된 개인으로 이루어진 대중에게 호소하는 반면, 라틴 아메리카에서 시작된, 기초 공동체 운동은 철저히 공동체적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공동체’ 인 것이다. 공동체적 연대성이 없는 것은 아무리 고상해 보여도 정신적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개신교나 천주교나 할 것 없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강남에 있는 부자동네 교회들처럼 교회가 공동체적 연대성을 잊어버리고 가난한 자들에게 등을 지고 부자 편에 서는 순간 부패는 곰팡이처럼 퍼진다.
거룩한 연기도 연기는 연기일 뿐 현실이 아니다. 교황이 한 번 최소 경차인 쏘올을 탔다고 해서 에쿠스나 체어맨을 타던 추기경이나 목사들이 쏘올을 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다만 이번 교황의 방문은 곰팡이 낀 한국천주교에 소독약을 살포하고 간 셈이다. 과연 그 약효가 얼마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소독약은 어디까지 소독약일 뿐 수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황이 왔다간 다음에 제일 골치 아플 사람들은 아마 한국의 추기경이나 주교들일 것이다. 숙련된 조교가 시범을 보이고 가기는 했는데 그대로 하려니 몸은 이미 굳어져서 안 따르고....
그래서 나는 왜 예수가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했는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