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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요 / 허향숙

작성자그후로도|작성시간26.06.08|조회수24 목록 댓글 0

어떤 고요 / 허향숙 

숲에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

코 끝에 아교처럼 달라붙어

지워지는 중인

어떤 동물이

나를 맡고 있다

눈이 까맣게 타 들어갔다

바람이 혀를 내민 채 헐떡인다

눈을 감았다

검게 탄 해바라기의 심장들

목이 꺾이던 시간 안에

우리 있었다

버스 속에는 저녁이

구겨진 채 실려 간다

나는 지하로

전등이 꺼지면

미개봉 통조림 같은 어둠

갯지렁이 같은 전철을 타고

흐무러진 대낮을 들고

스물스물

간다

내 주머니 속

접힌 빛 하나

밤은 깊고

우린 서로를 모르고

혓바닥이

수몰된 우물처럼 잠겨 있다

 

계간 『시인수첩』 2026 여름호 발표

허향숙 

충남 당진에서 출생. 2018년 《시작》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그리움의 총량 』(시작시인선, 2011)과 『슬픔은 늙지 않는다』 (전자 소시집, 스토리코스모스, 2011), 『오랜 미래에서 너를 만나고』 (시작시인선, 2024)가 있음.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백강문학회 회장

 

[출처] ■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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