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간 것들의 무게 / 문설
지금도 그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바람은 잎맥 사이를 지나며 무언가를 건네고
햇살은 낮은 곳에 머물며
희미한 기억을 눌러 펴고 있었다
흰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지나갔다
그저 스친 풍경일 뿐인데
무언가 오래된 것이 내 안에서 부서졌다
그림자마저 발끝을 모아
그녀를 지켜보던,
그 순간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잠시 말을 아끼던 오후였다
가슴에서 움튼 눈빛이 허공에 갇혔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봄이란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따금 다녀가는 것임을
남겨진 사람은 흐린 발자국을 밟지 않는다
계간 『문학나무』 2025년 가을호 발표
문설
2017년 ≪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으로 『아쿠스틱 기타』(시인광장 2024)가 있음.
[출처] ■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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