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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세계100대 영화-정사(L`Avventura 1959)/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작성자그후로도|작성시간12.11.26|조회수977 목록 댓글 0

 

 

                                                                                                

                                     출처: 이승하 블로그

 

  정사(L`Avventura 1959) : 예술적 화면 너머 가득한 공허와 권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줄거리;

  소규모의 그룹이 요트를 타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다. 산드로는 건축가로서 지금은 나이가 약간 있다. 그는 약혼녀 안나와 그녀의 여자친구 클라우디아 등과 동행중인데, 안나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안나는 결혼을 앞두고 다소 흔들리는 인상이다. 겉으로는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이들의 내면은 의미 없는 일상과 문명에 황폐한 상태다. 요트가 아이올리스 섬에 이르자, 무인도임을 알고 뭍에 오른다. 그런데 산책길에 나섰던 이들 중에 안나가 돌연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한다. 처음과는 달리 사태는 실종사고로 확인되고, 섬과 주변에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지지만 그녀를 찾지 못한다. 그녀가 완전히 실종된 것을 확인하자, 남은 산드로는 상심하고 클라우디아는 안나에게 다소 냉정했던 산드로를 질책한다. 그러나 이들은 곧 서로에게 끌려 욕망이 이끄는 대로 한다. 그 욕망도, 안나가 실종된 슬픔도 오래 가지 않는다. 어느 호텔 로비에서 산드로는 창녀와 거침없는 짓을 태연히 벌이고, 그 광경을 목격한 클라우디아는 충격을 받는다. 그녀가 밖으로 뛰쳐나가자, 뒤따라 나온 산드로는 수치심과 자기혐오로 오열한다. 결국 클라우디아는 울고 있는 산드로의 손을 잡고 그를 용서한다.

 

  해설;

  “도둑맞은 자전거 문제도 없어진 이제,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이 있는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는 어떻게 적응하고 사는지, 그의 과거 경험, 전쟁과 전후의 시기, 전쟁을 치른 이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모든 것이 그에게 무엇으로 남아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는 네오리얼리즘 시기에 각본 쓰기, 단편영화 만들기로 습작기간을 거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그 전통에서 빠져나오면서 던진 말이다. 안토니오니는 그 사람의 내면을 <어느 사랑의 이야기>(1950)에서 치정 살인을 둘러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통해, <외침>(1952)에서는 여인에게 버림받은 남자의 황폐한 여정을 통해 탐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정사>에서부터 그는 산업사회로 급격히 진입하고 있는 이탈리아 현대인의 내면을 그린다.

 

  안토니오니에 따르면, 그 현대인은 기술의 진보보다 한 걸음 처지는 도덕적 수단으로 세계를 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인간들, 사물들과 진솔한 관계를 맺을 능력이 없다.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도덕적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그는 성이나 사랑을 찾는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모험을 생성해낼 정서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여기서 ‘모험’은 바로 <정사>의 원제목이며, 영화는 그 모험이 필요한 현대인을 다룬다. 이야기는 너무 간단하다. 요트 여행을 하던 안나라는 여자가 실종되고, 친구 클라우디아와 애인 산드로가 그녀를 찾아 나선다. 소문을 따라 안나를 찾아다니던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그런데 산드로가 매춘부와 하룻밤을 지낸다.

 

  클라우디아는 절망 속에서도 연민으로 그를 감싸안는다. 연민이 새로운 모험의 첫걸음인 듯 세 사람 외에도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 이야기와 필연적인 관계가 없는 배경으로, 어쩌면 잘못 연출된 섹스 풍자극의 인물들처럼 간헐적으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2시간 20분 가량 아주 느슨하게 방황하는 영화의 흐름은 안나의 실종을 대수롭지 않게 다룬다. 영화는 실종에 대한 답으로 향하지도 않으며, 그 실종이 친구와 애인에게 던진 정신적 여파에도 별 관심이 없다.

 

  꽉 짜인 이야기 구조를 지닌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영화가 칸에서 상영되었을 때 호된 야유를 보낸 관객들처럼 이 영화를 보고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구차한 삶에는 적용할 만한 부분이 눈곱만큼도 없는, 정말 하릴없는 부유층의 권태와 나른함과 거짓 욕망들을 바라보는 것도 참기 힘든 것이리라.

 

  그러나 보통 영화에서 생략해버리는 우리 일상의 진실한 순간들, 인과의 고리 없이도 생겨나는 무수한 순간들, 너무나 일상적이라 존재하지 않는 듯한 순간들 속의 현대인을 이 영화처럼 잘 묘사한 작품도 없다. 그들의 말 없음, 미세한 움직임, 공허한 표정, 방향 잃은 자태들은 완벽한 화면 구성과 길고 짧음이 되풀이되는 리드미컬한 촬영과 편집 속에서 스스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플롯이 이야기를 한다기보다 관객 스스로가 빈 듯한 화면, 무표정한 인물들, 배경이 되는 지형과 인물 간의 관계를 읽으며 그 너머의 이야기를 쌓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와 시각적 특성이 당대 이탈리아를 예술영화의 보고로 이끈 펠리니의 투명한 자기 반영적 기법과도 다른, 바로크적 미학으로 성과 정치를 충분히 미학적 가치를 갖는, 오랜 시간을 견디는 미적 대상으로 만드는 데 안토니오니가 기여한 바일 것이다.

 

  ㅡ주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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